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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부양책에 실망…"거래 마비, 한숨만 나와요"

입력 : 2008-09-29 10:15:34 수정 : 2008-09-29 10: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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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긴급 점검]해법 안보이는 부동산 시장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9차례에 걸쳐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지만 시장은 더욱 얼어붙었다. 미분양 아파트는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자금난으로 쓰러지는 지방 중소 건설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가뜩이나 힘겨운 우리 경제에 부동산시장 마비는 치명적이다. 부동산시장의 현재 상황은 어떤지, 활력을 되찾을 방법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휴일인 28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주변의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이른 아침부터 문을 열어놓았지만 찾아오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인근 개포동 주공 1단지 상가 중개업소들도 ‘개점휴업’ 상태였다.

대치동 E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4424가구로 구성된 은마아파트에서만 1300여가구가 매물로 등록돼 있지만 찾는 사람이 없다”면서 “정부가 재건축아파트 규제 완화 등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며 한숨을 쉬었다.

같은 시간 시 전체 면적(35.8㎢)의 92.1%인 33㎢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인 경기 과천시. 정부의 서민주택 공급 확대 방침에 따라 그린벨트 해제 대상지역 1순위로 꼽히지만 매수자는 물론 문의 전화도 없다.

주암동 S공인 관계자는 “이 지역은 대부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어 (그린벨트를 해제해도) 시세가 오른다거나 거래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응 없는 주택시장
=새 정부는 출범 전부터 참여정부가 남긴 주택거래 침체, 미분양 적체 등 골칫거리를 해결하고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장담했다. 출범 이후 3월20일 ‘장기보유 1주택자 특별공제’를 시작으로 9월23일 ‘종합부동산세 개편안’까지 8개의 크고 작은 부동산 관련 정책이 쏟아졌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정부 정책의 큰 틀엔 동의하지만 액션이 지지부진하고 거듭된 규제 완화 예고와 기대에 못 미치는 부양책으로 시장의 실망감과 내성만 커진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여기에 미국발 금융쇼크는 얼어붙은 심리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부동산114 등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값은 지난주 0.06% 떨어져 전주와 마찬가지로 올 들어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12단지 66㎡형은 4억1000만원에서 3억8000만원으로 한 주 만에 3000만원이나 떨어졌다. ‘부자들의 잔치’라는 비판을 들어가며 각종 규제 완화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버블세븐’ 지역이 집값 하락을 주도하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와 금리 상승, 대출 규제가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발 금융쇼크까지 겹쳐 시장은 더욱 침체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미분양에 묶인 돈만 50조원
=주택시장은 그야말로 마비 상태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거래 건수는 2만7233건으로 3월(4만6629건) 이후 5개월 연속 줄었다. 전국 미분양은 6월 말 현재 공식 14만7230가구, 비공식 25만가구로 추산된다.

건설사 관계자는 “약 50조원의 유동성이 미분양 주택에 묶여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는 주택사업에 올인하는 지방 중소건설사 등의 줄도산을 불러 올 들어 8월 말 현재 251개사가 문을 닫았다. 작년 같은 기간의 170개사보다 47.6% 늘어난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택업체들은 집짓기를 미루고 있다. 7월 기준 건설인허가 실적은 2만2805가구로, 4월(3만4109가구) 이후 3개월 연속 줄었다. 게다가 올 상반기 주거용 착공면적(793만5110㎡)도 작년 동기 대비 51.1%나 감소했다. 허가를 받고도 사업을 미루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를 지을 택지도 미분양 홍역을 치르고 있다. 한국토지공사에 따르면 올 들어 15일 현재 전국에서 공급한 택지는 52개 필지, 236만9000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0% 이상 감소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전국 50만가구 주택건설 달성 목표는 물 건너 갔다는 평가다.

GS건설 경제연구소 지규현 책임연구원은 “부동산정책의 목표는 시장의 안정과 기능 회복에 있다”면서 “정부가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정책에 대한 신뢰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갑수·조현일 기자
k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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