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하는 부동산 정책=정부는 22일 1가구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거주요건 강화를 내년 6월까지 유예키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일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서울과 과천, 5대 신도시에만 적용해 온 거주요건 2년을 수도권은 3년, 지방은 2년으로 확대 적용키로 했었다. 하지만 이는 주택정책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와 협의도 없이 기획재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으로, 불만 여론이 높아지자 시행을 유보키로 한 것이다.
지난 9일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밝힌 ‘재건축·재개발 활성화와 값싼 주택 공급’과 관련해서도 국토부는 대통령과 다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그린벨트를 해제해서라도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으나 국토부는 “8·21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일 뿐 그린벨트 해제 방침은 없다”며 발뺌했었다. 그러나 그린벨트 해제와 재건축 소형·임대주택 의무비율 완화 등 재건축·재개발 규제 추가완화는 ‘9·19 대책’을 통해 사실로 드러났다.
그린벨트를 해제해 공급하는 주택은 주변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보다 15% 정도 싸게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약속도 믿기 어렵다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국토부 이재영 주택토지실장은 22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 들어서는 주택의 3.3㎡당 분양가를 1000만원 이하로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건설업체 한 관계자는 “국토부는 판교신도시를 추진하면서 아파트 분양가를 3.3㎡당 800만원 이하로 하겠다고 장담했으나 실제 분양가는 1200만원에 달했다”며 “수도권 그린벨트 땅값이 3.3㎡당 200만∼300만원을 넘는 상황에서 어떻게 분양가를 1000만원 이하로 낮출 수 있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용두사미’ 된 정책 수두룩=새정부 출범과 함께 강력히 추진한 정책들 중 자취를 감춘 것도 있고 시행이 하염없이 늦어지는 것도 상당수다. 집값의 25%만으로 자기 집을 장만하게 해주겠다던 이른바 ‘지분형 주택’은 분양주택에는 포기하고, 전용면적 60㎡ 미만 임대주택에만 도입키로 했다. 지분형 주택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나온 것으로, 정부는 새정부 출범과 함께 집값의 25%만 내고도 자기 집을 소유하게 된다고 강조했었다. 지난 3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국토부는 ‘지분형 주택’을 올 9월에 시범 도입하겠다고 했었지만 6개월 만에 ‘분양주택은 하지 않고 임대주택만 하겠다’고 꼬리를 내렸다.
아파트 분양가를 낮추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도입예정인 ‘택지개발경쟁체제’는 아직 구체적인 시행계획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택지개발경쟁체제는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로, 연초에 국토부는 올해 안에 공공기관 간 경쟁체제, 2009년에 공공·민간 경쟁체제, 2010년에는 완전경쟁체제로 가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계획대로 추진되기는 사실상 어렵게 됐다. 국토부는 아직까지 세부 시행방안을 확정하지 못했으며, 내년이 돼야 공공기관 간 경쟁을 통해 택지개발권을 부여하는 ‘1단계’ 경쟁체제를 시범실시할 예정이다.
강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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