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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이사람] 김혜정 경희대학교 혜정박물관장

입력 : 2013-04-02 18:14:47 수정 : 2013-04-02 18: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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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지도 ‘Dong-Hae’ 표기는 우리 자존 찾는 길”
“백두산 지리 형세 하늘에서 내려오니/너른 바다 층층 물결 만 리에 열려 있네.” 조선 후기 문신 남용익의 문집에 실린 시의 일부다. 선조들의 국토관에서 ‘너른 바다’ 동해는 ‘민족의 영산’ 백두산과 한 묶음이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으로 시작하는 애국가의 첫머리가 맥락 없이 나온 게 아니다. 고대문화의 원형을 보여주는 ‘삼국유사’에 실린 ‘만파식적’ 설화에서 동해는 신앙이다. 삼국통일 직후 바다에 작은 섬이 떠내려오는데 동해의 호국룡이 된 문무왕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동해는 우리에게 ‘동쪽 바다’란 단순한 ‘방향성’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백두산과 짝을 이룬 국토의 일부였고, 신앙의 대상이자 삶의 현장으로서 ‘역사성’을 품고 있다. 고지도의 최대 소장처로 꼽히는 경희대학교 혜정박물관의 김혜정 관장이 세계 지도에서 ‘East Sea’와 더불어 발음 그대로 ‘Dong-Hae’를 병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Dong-Hae’로 표기하는 것은 고유 국호에 해당하는 명칭과 자존을 찾는 것입니다. ‘East Sea’는 방향만을 제시해 약하지요.”

많은 세계지도에 동해가 ‘일본해(Sea of Japan)’로 표기되는 상황에서 실현이 쉽지 않은 제안이지만 역사왜곡, 영토분쟁의 대상이 되어 버린 동해가 우리에게 가지는 의미를 풍부하게 하는 주장임에는 틀림없다. 이런 제안은 우리 고지도에 나타나는 국토관을 반영한 것이다. 김 관장의 설명에 따르면 고지도 속의 우리 국토는 백두산이 ‘머리’, 여기서 이어진 백두대간은 ‘허리’, 제주도와 대마도는 ‘다리’로 표현된다. 동해는 “신앙의 세계이고 삶의 현장으로서 (국토의) ‘정원’”이라고 강조했다.

김 관장은 일본이 ‘다케시마’라고 우겨대는 독도 문제 역시 동해의 명칭을 각국의 세계지도 속에 오롯이 살려내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본다.

“일본의 영유권 주장은 독도가 자신들이 내세우는 ‘일본해’ 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지도상에서 우리의 동해를 복원시켜 동해 안에 있는 ‘우리 땅, 독도’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그래서 그는 동해 표기 문제는 “크게 떠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빼앗긴 것을 찾기 위해서는 우리의 주장을 명백하고 당당하게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대신 독도 문제에 대해서는 무시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독도는 우리가 점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만히 있으면 자연스럽게 국제사회에서 한국 영토로 인정이 됩니다. 그런데 1년에 두어 번씩 일본이 우기는 것에 발끈하고 나서면 독도를 분쟁 지역으로 만들려는 일본의 책략에 스스로 머리를 들이미는 것이죠. 30년 전만 해도 다케시마가 어딘지도 몰랐고, 독도가 뭐냐고 했던 게 일본 사람들이거든요. 일본의 생떼에 어른스럽게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혜정 경희대 혜정박물관장은 “현재 한국과 일본이 영토 및 역사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다투고 있지만 두 나라는 궁극적으로 평화로운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정탁 기자
하지만 가만히 손 놓고 있으라는 의미는 아니다. 여기서 김 관장은 정보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독도가 우리 영토임을 표시한) 자료가 나오면 수집해서 정부 부처 간에 공유하고 관련 학자들이 연계해서 연구해야 한다. 역사분쟁, 영토분쟁은 정확한 정보를 수집해 먼저 대비해야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주장에 일일이 대응할 것이 아니라 독도가 우리 땅을 증명하는 고지도 등의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를 통해 의미를 풍부하게 하자는 것이다. 김 관장은 그래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지도의 공유에 적극적이다. 국립중앙도서관, 경찰대, 경기도박물관 등과 협약을 맺어 자료를 교환하고 영인본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 일본 왕실 자료 수집에 열심인 것도 상대에 대한 정보 수집의 일환이다. 얼마 전 일본에서 일주일 정도 머무르면서 왕실 자료를 잔뜩 모아 귀국했다. 영토, 역사 분쟁의 대상이고 한때 우리를 지배하기도 했던 일본이 어떤 나라인지를 일본인들의 자존심인 왕실 문화에 대한 연구를 통해 밝혀 보자는 의도다.

고지도 수집과 연구를 통해 독도가 ‘다케시마’가 아니고 동해가 ‘일본해’가 아님을 증명하며 일본과의 역사·영토 분쟁 일선에 있지만, 김 관장은 일본과의 평화로운 공존을 모색하는 데도 열심이다. 이번달 15일 주일대사관 한국문화원에서 여는 ‘세계 아름다운 고지도전’은 독도 문제로 냉각된 양국 국민이 소통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고지도의 ‘아름다움’에만 초점을 맞춘 전시회다. 하지만 일본이 각성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드러냈다.

“일본 사람이 그린 고지도 속에 동해가 ‘조선해’로 표시된 것도 가져간다. 이건 역사이니만큼 그분들(일본인)이 보고 판단하면 된다. (일본에서 나고 자란) 내가 동해를 ‘일본해’로 알다가 고지도를 보고 그게 아니란 걸 깨달았던 것처럼 (일본인들이) 이런 사실을 알아가면 성공한 것 아니겠습니까.”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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