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풀려도 심혈관 질환 조심하세요”

기온 올라가는 3∼4월에 더 발생
심한 일교차로 혈관 수축되기 쉬워
갑자기 무리한 운동도 몸에 과부하
고령자 장시간 외출 땐 체온 관리를

심혈관 질환은 겨울보다 봄철인 3∼4월에 더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심혈관 질환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혀서 생기는 협심증과 심근경색증 등이다. 세브란스병원이 최근 2년간 협심증, 심근경색증과 심장혈관에 혈액 공급이 잘 되지 않아 생기는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를 조사한 결과 3∼4월 환자 수가 연평균은 물론 겨울(12, 1, 2월)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3∼4월 외래환자 수는 평균 4128명으로 겨울 평균 3976명보다 3.8%, 2012년 3∼4월 평균은 4193명으로 겨울 4044명보다 3.7% 많았다. 또 응급실 및 입원환자도 2011년 3∼4월에는 평균 349명으로 겨울 평균 253명보다 늘었고, 2012년에도 3∼4월이 평균 306명, 겨울 평균 264명으로 봄철 환자가 많았다.

일반적으로 심혈관 질환은 기온이 떨어지는 초겨울이나 겨울에 환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기온이 올라가는 봄철에 더 많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봄철 급격한 기온 변화가 혈관 수축

날씨가 따뜻해지는 봄에 심혈관 질환 환자가 더 많은 이유가 뭘까.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최동훈 교수는 “봄철의 극심한 일교차에 우리 몸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기온 변화가 심한 환절기에는 심장과 혈관 기능을 조절하는 교감·부교감 신경의 균형이 깨져 혈관이 과도하게 수축되기 쉽다. 이것이 반복되면 심혈관이 좁아진 부위에 혈전(피떡)이 달라붙어 혈액의 흐름을 차단, 허혈성 심장질환을 일으킬 위험이 증가한다.

관상동맥이 막히면 약물 치료 후 스텐트(오른쪽)를 이용해 혈관을 넓히는 스텐트 삽입술을 시행한다. 관상동맥 주요 부분(그림의 원안)의 굵기는 3∼4㎜로 볼펜심과 비슷하거나 약간 굵은 정도다. 스텐트의 크기는 2.5∼4.0㎜까지 다양한데 볼펜 스프링보다 조금 작은 크기다.
일러스트 세브란스 장동수 제공

겨울에는 날씨가 추운 만큼 방한복·목도리·모자·장갑 등으로 체온을 유지하지만, 봄에 날씨가 풀리면 갑자기 옷차림이 가벼워져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지고 혈관도 지나치게 수축할 수 있다. 또 겨울 추위 때문에 운동량이 크게 줄어 몸의 각종 기능이 저하된 상태에서 갑자기 무리한 등산이나 마라톤 등의 외부 활동으로 몸에 과부하가 걸리는 것도 심혈관 질환을 악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심혈관 질환 예방하려면 체온 유지 먼저

겨우내 움츠렸다가 봄이 왔다 해서 갑자기 옷차림을 가볍게 하고 외출하면 몸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다. 낮 기온에 맞춰 옷을 입었다가 밤에 기온이 뚝 떨어지면 체온이 한겨울보다 더 심하게 떨어질 수 있다.

최 교수는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비만·흡연 등 심혈관 질환 위험 인자를 가졌거나 고령인 사람은 장시간 외출할 때에는 번거롭더라도 가벼운 외투나 모자·장갑 등을 준비해 체온 저하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운동할 때는 약간 땀이 날 정도로 스트레칭 등 준비운동을 충분히 해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심혈관 질환 증상 의심될 땐 지체 말고 응급실 찾아야

심혈관 질환의 일반적인 증상은 심한 가슴 통증, 가슴 두근거림, 피부변색, 피로감, 호흡곤란, 졸도, 부종 등이다. 하지만 이런 증상 없이 갑자기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 등이 발병할 수 있으므로 고위험군인 사람들은 항상 주의해야 한다.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과 같은 지질이 쌓여 ‘죽상동맥경화반’을 형성하면 혈관 안이 좁아져 혈액의 흐름을 방해한다(동맥경화증). 혈관이 완전히 막히면 심장근육이 멈추는 심근경색이 발생한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심근경색증으로 쓰러진 사람에게 우황청심환을 먹이는 일이 있는데, 이보다는 최대한 빨리 응급실로 옮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심혈관이 좁아졌거나 막힌 것으로 진단되면 약물 치료를 하며, 필요에 따라 풍선으로 좁아진 혈관을 넓히거나 스텐트를 삽입해 치료하기도 한다.

김신성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