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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시대, 고전에서 길을 묻다

입력 : 2013-01-18 01:46:26 수정 : 2013-01-18 01:4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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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세 자매·안티고네·에이미… 대형 고전연극 무대인사 준비 2013년 새해가 시작되자 공연계는 저마다 한 해 농사의 밑그림을 내놓고 있다. 공연 관람객 증가와 관람 연령층 다양화에 힘입어 대형 공연이 늘고, 실험적인 접근도 많아지는 추세다. 특히 올해는 ‘고전의 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고전 연극이 풍성하다. 반면 흥행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순수 창작극은 손에 꼽힐 정도로 적어 아쉽다. 올해 놓치면 후회할 주요 연극들을 살펴봤다.

명동예술극장은 올해 야심작으로 한국판 그리스인 조르바 ‘라오지앙후 최막심’(5월1∼27일)을 무대에 올린다. 그리스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대표작이자, 우리에게는 앤서니 퀸 주연의 영화 ‘더 친숙한 그리스인 조르바’를 배삼식 작가와 양정웅 연출 콤비가 한국적 정서를 담아 재탄생시켰다. 1943년 그리스 배경을 1940년대 연해주 지역 조선인 촌락으로 옮겨온다. 라오장후(老江湖)는 ‘오랫동안 떠돌아다녀 세상물정에 밝은 사람’이라는 뜻의 중국어이고 ‘막심’은 러시아에서 가장 흔한 이름 중 하나다.

구자흥 명동예술극장장이 “명작소설의 희곡화를 통한 우수희곡 개발 프로젝트의 첫 작품으로, 올해 가장 많은 예산을 쏟아부었다”며 기대를 표했다. 온몸으로 인생을 부딪치는 자유인, 조르바 역 캐스팅에 꽤 공들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배우 윤소정(왼쪽)에게 각종 시상식에서 연기상을 안겨준 ‘에이미’는 2월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명동예술극장의 초청작 ‘에이미’도 눈여겨볼 만하다. ‘에이미’(2월15일∼3월10일)는 미디어를 혐오하는 유명 노배우와 그의 딸, 사위가 겪는 사랑과 갈등, 화해를 통해 순수예술과 대중예술, 물질문명과 정신문명, 세대 간 갈등에 관한 진지한 논쟁을 담고 있다. 초연 당시 배우 윤소정에게 히서연극상과 대한민국연극대상 연기상을 안겼다.

러시아 거장 연출가 레프 도진과 말리극장이 연극 ‘세 자매’(4월10∼12일)로 4년 만에 다시 LG아트센터 무대에 선다. 안톤 체호프의 작품 ‘세 자매’는 19세기 말 모스크바의 한 지방 소도시에 사는 아름다운 세 자매와 그 주변 인물들을 둘러싼 꿈과 이상, 사랑과 배신, 좌절을 그린 작품으로 체호프의 작품 가운데 가장 복잡한 희곡으로 꼽힌다. 그만큼 깊고도 복잡한 인간의 내면을 심층적으로 그린다.

러시아의 거장 연출가 레프 도진과 말리극장이 4월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할 연극 ‘세 자매’
셰익스피어 연출의 대가 영국 데클란 도넬란의 ‘템페스트’(10월1∼3일)도 기대작으로 꼽힌다. 도넬란은 보는 내내 유쾌한 유머가 살아있으면서도 작품을 관통하는 문학성 역시 놓치지 않는 연출가로, 2007년 첫 내한공연에서 ‘십이야’로 뜨거운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예술의전당이 토월회 창립 90주년을 기념해 재개관하는 토월극장의 첫 작품 ‘부활’(5월19일∼6월2일)도 시선을 끈다. 토월극장은 신파극이 주류이던 1920년대 정통적인 서구 사실주의 연극을 소개하며 근대극의 문을 연 토월회의 이름을 딴 극장이다. 토월극장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선택한 작품인 만큼 톨스토이의 ‘부활’이 어떻게 재탄생할지 기대된다. 특히 고전 비틀기와 파격적인 무대연출 등으로 작품마다 이슈를 몰고 다니는 고선웅이 연출을 맡아 더욱 관심을 끈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블라디미르와 올레크 프레스냐코프 형제의 희곡과 고선웅 연출 스타일이 만나 어떻게 화학작용을 할지 기대하고 있다”면서 “미장센 활용을 극대화하며 이미지를 통해 메시지를 대표하는 러시아 특유의 연극적 감성을 유감없이 드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파헤치는 데 주력하는 한태숙이 연출하는 그리스 비극 ‘안티고네’도 4월27∼5월12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두산아트센터가 준비한 국내 초연작 ‘난 나의 아내야’(I am My Own Wife·5월28일∼6월29일)도 주목할 만하다. ‘난 나의 아내야’는 동베를린에서 태어나 성전환자로서 격동의 삶을 살다 간 실존인물의 이야기를 그린 모노드라마다. 국내에서 여배우의 모노드라마는 많은 인기를 끌며 독자적 영역을 구축해왔지만 남자배우의 모노드라마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1인 30인의 배역을 어떤 색깔로 펼쳐낼지 그 성공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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