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지역의 사회·문화·정치적 정체성
미술을 통해 문화 콘텐츠화 작업
서울 세종로 광화문광장에는 늠름한 위용을 자랑하는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있다. 이들은 광화문이라는 공간의 특성을 부각시키며 광화문을 ‘이야기’가 있는 곳으로 탈바꿈시켰다. 두 동상 덕분에 광화문광장은 서울뿐 아니라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렇듯 지역의 사회·문화·정치적 정체성을 미술을 통해 문화 콘텐츠화하는 작업을 공공미술이라고 한다. 공공미술은 조형물이나 회화 작품으로 지역의 독특한 이야기를 끄집어내 표현하고 되살리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공공미술품은 미술관이나 개인 소장품과는 달리, 설치되는 동시에 그 지역의 문화 정체성을 규정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다.

공공미술은 공공디자인과 쉽게 혼동된다. 공공디자인 역시 공공장소에 조형물을 세우고 시설물을 꾸미는 작업이기 때문. 하지만 공공미술과 공공디자인은 그 목적에서 확연히 구별된다.

송만용 동서대 교수(미술평론가)는 “공공디자인이 도시의 수준을 높이고 시민 삶의 질을 향상시켜 경제적 효과를 내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면, 공공미술은 ‘사회적 치유’라는 개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공공미술은 상대적으로 문화적 혜택을 받지 못하는 지역민에게 문화 주권을 되돌려주는 사회치유이자 계몽 운동”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공공미술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서양의 공공미술이 1960∼70년대 본격화된 것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후반 관심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제 첫발을 내디딘 만큼 지역 콘텐츠 개발, 표현 양식 확대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수두룩하다.

유우숙 미술사가는 “독일에서 1977년부터 시작된 ‘뮌스터조각프로젝트전’은 장소의 특수성을 잘 살린 공공미술의 대표적인 선례”라며 “2009년부터 시작된 마을미술 프로젝트 같은 한국의 공공미술을 독일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아직 지역성을 단편적이고 직설적으로 표현한 작품이 많고 개념적인 작품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정아람 기자 arbam@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에스파 카리나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해맑은 미소'
  • 공승연 '산뜻한 발걸음'
  • 김혜윤 '사랑스러운 볼하트'
  • 채수빈 '매력적인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