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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 경제적 자립 돕는 게 예수님 뜻이죠”

입력 : 2012-10-23 18:25:33 수정 : 2012-10-23 18:2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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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찾은 比 빈곤 퇴치 공정무역 운동 대부 셰이 컬린 신부 “행동하지 않는 믿음은 쓸모가 없습니다. 신앙이란 믿음을 실천하라고 있는 겁니다.”

셰이 컬린(69) 신부는 다부진 체구답게 말투도 단호했다. 아일랜드에서 태어나 1969년 가톨릭 사제가 된 뒤 40년 넘게 필리핀에서 활동해온 그는 흔히 ‘빈민들의 성자’로 불리며 노벨평화상 후보로도 거론된다. 

셰이 컬린 신부는 “필리핀을 돕기 위한 공정무역 상품이 한국에서 많이 생겨나고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빈곤 퇴치를 위한 공정무역 운동을 소개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컬린 신부를 서울 종로구 재동의 ‘아름다운커피’ 카페에서 만나 얘기를 나눴다.

먼저 종교인으로서 공정무역 보급에 앞장서는 이유부터 물었다. “그런 일은 성직자보다 시민운동가나 소비자운동가의 몫에 더 가깝지 않으냐”는 기자의 말에 컬린 신부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성경을 보면 경제정의에 관한 내용이 많습니다. 예수님은 ‘갇힌 자는 풀어주고 주린 자는 먹이라’고 하셨죠. 공정무역은 빈곤과 착취에 허덕이며 인권을 유린당하는 개발도상국 빈민들의 경제적 자립을 도와 그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누리게끔 하는 일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예수님의 가르침을 결정적으로 실천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빈곤 퇴치를 향한 컬린 신부의 신념은 처음 필리핀에 도착한 1969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가 배정된 올롱가포시 교구는 마닐라에서 135㎞쯤 떨어진 곳으로 미군기지와 가까웠다. 어느 날 평상복 차림으로 마을을 찾은 컬린 신부는 어린 소녀들이 미군을 상대로 성매매를 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그는 아동학대를 비롯한 모든 사회악의 근본에 빈곤이 있음을 깨닫고 빈민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일에 나섰다.

“인간이 폭력과 착취로부터 벗어나 존엄성을 회복하려면 반드시 경제적 자유를 확보해야 합니다. 개발도상국 빈민들이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공정무역은 곧 정의와 인권, 그리고 자유의 문제입니다.”

컬린 신부가 1975년 설립한 ‘프레다 페어트레이드’는 망고를 재료로 한 상품을 전 세계에 판매하는 대표적인 공정무역 기업체다. 이 회사가 주도한 망고의 공정무역은 과일 수출업자와 가공업자, 수입상 등의 담합으로 고통받던 영세농가를 지원하는 효과적 수단이 됐다.

현재 ‘프레다 페어트레이드’는 과일제품 외에 수공예품 41품목도 생산·판매하고 있다. 국제기준과 거의 동일한 인증마크도 획득했다.

“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들에 발전의 모범을 보여준 한국인들이 이제 공정무역을 통한 경제협력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필리핀에 진출한 한국 투자자와 사업가들은 필리핀 노동자에게도 한국인과 똑같은 인간적 존엄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합니다.”

셰이 컬린(오른쪽) 신부가 ‘프레다 페어트레이드’의 지원으로 망고를 가공·판매해 돈을 번 필리핀 원주민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아름다운커피’ 제공
요즘 우리 사회에 ‘교회의 위기’를 말하는 이가 많다. 젊은이들이 갈수록 교회를 기피하고 종교를 경원시하기 때문이다. 컬린 신부에게 한 마디 조언을 부탁했다.

“물신주의와 소비 욕구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자신을 잃지 않고 중심을 잡으려면 신념이 필요합니다. 행복은 물질이 아니고 영적인 것에서 찾을 수 있죠. 신앙생활을 통해 남에게 봉사하고 사랑을 베푸는 일은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글·사진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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