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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횡성 태기산에서
발 아래 일렁이는 구름바다, 그 사이로 불뚝 솟아오른 가을을 사진 한 컷에 담아 전합니다
여행 명소가 즐비한 강원도에서 횡성은 여행 목적지로는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떨어지는 곳이었다. 그러나 한우의 대표 브랜드인 횡성한우를 내세운 관광객 유치 노력이 성과를 거두며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여행지로서의 면모도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가을 횡성에는 청명한 하늘 아래 코스모스가 지천이다. 호수를 둘러싼 푹신한 흙길과 휴양림 속 싱그러운 숲길 등 청량한 바람을 맞으며 걸을 수 있는 멋진 길도 여럿이다. 새벽 태기산에 오르면 준봉들 사이로 구름이 유영하는 장관이 펼쳐지고, 미식의 계절을 맞아 횡성한우를 싼값에 즐길 수 있는 축제도 곁들여진다. 요즘 횡성에서는 이같이 온몸으로 가을을 느낄 수 있다. 

태기산 정상에 보면 태백산맥의 장엄한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른 새벽에는 거대한 바람개비 같은 풍력발전기가 도열해 있는 능선 위로 구름바다가 펼쳐지는 장관을 만날 수 있다.
# 새벽 운해가 장관인 태기산

횡성에는 높은 산이 여럿이지만, 장쾌한 풍광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는 태기산(해발 1261m) 정상이 첫손가락에 꼽힌다. 동쪽의 평창과 경계를 이루는 태기산은 횡성에서 가장 높은 산이지만, 정상까지 수월하게 도달할 수 있다. 국도 6호선이 지나는 양두구미재(920m)에서 시작되는 임도를 이용하면 자동차로 정상까지 올라간다.

횡성과 평창에서 시작하는 등산로도 잘 정비돼 있다. 태기산이라는 이름은 삼한시대 말기 진한의 마지막 임금인 태기왕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신라군에게 쫓긴 태기왕이 이곳에서 산성을 쌓고 싸웠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지금도 태기산 자락인 성골 골짜기에는 허물어진 성벽과 집터 등이 곳곳에 남아 있다.

이른 아침 정상에 오르자 사방이 온통 구름에 쌓여 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아침 햇살이 구름을 비집고 자리를 잡고 바람이 서서히 구름을 밀어내자, 일망무제의 풍광이 펼쳐진다. 태백산맥의 장엄한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그 뒤로 청태산·함백산·태백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정상 바로 아래에는 거대한 바람개비 모양의 풍력발전기 20여 기가 도열해 있다. 그 사이를 유유히 흘러가는 구름. 구름 바다 사이에 솟아 있는 봉우리들은 영락없이 바다에 떠 있는 섬이 된다.

# 여심 설레게 하는 코스모스축제

멕시코가 원산지인 코스모스는 진귀한 꽃이 아니지만, 언제부턴가 가을의 전령사로 불린다. 파란 하늘, 황금빛 들녘과 어울려 하늘거리는 코스모스는 가을을 상징하는 대표 정물 중 하나다. 코스모스는 이제 횡성의 상징물이 되어가고 있다. 지난해부터 군내 곳곳에 코스모스를 심기 시작해 이제는 197㎞에 달하는 도로가 코스모스 길로 조성됐다. 횡성군에서 자동차로 다닐 수 있는 모든 도로에 코스모스가 심어져 있다고 보면 된다. 우천면 오원리에는 1만1000여 평의 코스모스 정원도 꾸며져 있다. 이곳에서는 14일까지 코스모스 축제가 진행된다.

오원리 코스모스 정원에는 유난히 여성 관광객이 눈에 많이 띈다. 중년 여성 대여섯명이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연신 경쾌한 웃음소리를 내고 있다. 저들은 코스모스가 있어 행복한 추억 하나를 추가하게 된 것이 아닐까.

# 데크길에서 즐기는 청태산 휴양림

숲길 걷기가 가장 좋은 때도 가을이다. 보드라운 햇살을 받으며 청신한 숲 향기 속에 걸음을 옮길 때 느끼는 상쾌함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횡성 청태산 자연휴양림은 그런 쾌감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청태산은 조선 태조 이성계가 관동지방으로 가다가 아름다운 산세에 반해 큰 바위에 놀라 ‘청태산(靑太山)’이라는 휘호를 내린 데서 유래한 이름.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시설은 나무데크로 연결한 등산로다. 울창한 잣나무 숲 사이로 지그재그로 나무데크 길이 연결되어 있어 노약자나 장애인도 어렵지 않게 산 중턱까지 오르며 숲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잣나무 속에 들어선 28개의 야영데크도 이곳을 캠핑하기 좋은 국립자연휴양림 6선에 들게 할 정도로 캠핑 동호인들 사이에서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울창한 숲 사이에 숙박시설과 숲속수련장도 갖추고 있으며, 휴양림에서 정상까지 6개 등산로가 정비돼 있다.

# 한우 값싸게 즐기는 횡성한우축제

횡성한우축제(www.hshanu.or.kr)는 가을철 우리 땅의 대표적인 먹거리 축제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에는 약 40만 명이 이 축제를 찾았다. 올해 횡성한우축제는 17일부터 21일까지 횡성읍 섬강 둔치에서 열린다. 축제기간 중 축협 3개소와 농협 1개소가 운영하는 ‘횡성한우 전시·판매점’에서 국거리와 불고기용 한우를 정상가보다 20∼30% 싸게 판다. 상차림비 5000원씩 내면 직접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도록 준비해 주고, 도가니탕 등 다양한 한우요리 무료 시식코너도 마련된다. 한우로데오 게임·코뚜레 던지기·한우 탈 뺏기 등 다양한 놀이도 즐길 수 있고, 소여물주기·소탈 만들기·워낭목걸이 만들기 등 체험행사도 풍성하다

횡성=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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