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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동네 산책] 세태를 비추는 베스트셀러

입력 : 2012-05-04 20:00:13 수정 : 2012-05-04 20: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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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 친구를 따라 처음 들어 선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대한 기억은 오래 지나도 생생하다. 몽롱한 노란 불빛과 어마어마한 책장 사이를 누비며 학창 시절을 보냈다. 그리고 애서가들이 한 번쯤은 꿈꿔 보는 서점 직원이 되었으니, 부러움의 대상인 동시에 일찍이 꿈을 이룬 사람이다.

서점 예찬론자인 루이스 버즈비의 ‘노란 불빛의 서점’에서 서점은 ‘군중 속에서 혼자’가 될 수 있는 흔치 않은 장소라고 말한다. 책은 자신이 서점에서 일했던 경험을 통해 편집자와 마케터, 서점직원에 이르기까지 출판에 관련된 수많은 관계자들의 삶을 다룬다. 더하여 그중에 내가 맡고 있는 일 하나를 덧붙이고 싶다.

현재 5년째 베스트셀러를 담당한다. 매주 독자들이 신뢰할 만한 베스트셀러 정보를 제공하고, 어떤 책이 사랑받는지를 정리한다. 다른 서점들에서 담당자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가 없으니 출판계에서는 유일무이한 업무라 하겠다.

베스트셀러만 읽는 독서 편식 현상이 더욱 심해져서 독서의 다양성을 잃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하지만 나는 베스트셀러의 가치를 부여해주고 싶다. 베스트셀러는 그야말로 현 세태를 잘 보여준다. 신뢰받는 저자의 영향력이 커지고, 함께 행동하고자 하는 독자들의 경향이 녹아 있는 것이 베스트셀러다. 베스트셀러를 보면 사회 흐름과 역사적 사건 그리고 사람(독자)까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인문 분야가 위축된 출판시장 속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랄지 ‘아프니까 청춘이다’ 등이 장기 베스트셀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그 이유가 있다. 정의가 무엇인지 헷갈리기 때문이며, 아프지만 아프다고 말하지도 못하는 청춘들이 있기 때문이다. 총선 대선이 치러지고, 올림픽과 프로야구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척박한 환경이다. 출판계가 처한 현실은 정말이지 찬바람이 쌩쌩 부는 냉혹한 시절이다.

하지만 새로운 것을 알고 싶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독자들은 꼭 있다. 이 정신적인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책이야말로 올해 주목받는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책동네 사람들은 지금도 독자들이 ‘무엇에 목말라하는지’를 분주하게 찾고 있을 것이다.

김현정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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