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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없는 사회될 때까지 쭉~ 공연합니다”

입력 : 2012-05-02 17:50:07 수정 : 2012-05-02 17:5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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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 이훈제 대표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인기 코미디 연극으로 자리 잡은 ‘죽여주는 이야기’ 안내문을 보면 공연 기간에서 특이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일반적인 공연은 막공일(마지막 공연날)이 정해졌거나 오픈런(무기한 공연)이다. 하지만 ‘죽여주는 이야기’ 공연 안내문에는 ‘2008.10.1∼죽을 때까지’라고 적혀 있다. 공연은 연중 쉬는 날 없이 계속 이어진다. 평일 매일 2회씩, 토·일요일은 매일 3회씩이니 주간 공연 횟수만 16회다. 대학로 삼형제극장이라는 전용관을 비롯해 구로구 신도림테크노마크 내 프라임아트홀 등 서울 외에 부산, 청주 등에서도 공연되고 있다. 

맏형 이훈제                                 둘째 이훈국                                   막내 이훈진
공연 첫해인 2008년 굴곡이 있었지만 4년의 세월로 치닫는 순수 창작 코미디 ‘죽여주는 이야기’의 장수 비결에 대해 이훈제(36) 삼형제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빠른 변화와 반전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관객 참여형 코미디라는 점도 장수의 비결 중 하나”라며 “4년간 100만명 이상이 관람할 정도로 국민 코미디가 돼 가고 있다”고 했다.

연극에 문외한이나 다름없던 그가 4년 전 800만원으로 시작한 ‘죽여주는 이야기’는 지금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도 같은 존재다. 어린 시절 가난에 찌들린 탓에 중국집 배달원, 좌판 방향제 판매원, 웨이터, 레스토랑 매니저 등 “거침없이 살았다”고 스스로를 ‘거침없이’ 소개하는 이 대표에게 이제 경제적 곤궁은 과거의 얘기처럼 들린다.

초기 투자금 800만원이 지금 얼마만큼 늘었는지 묻자 답이 돌아왔다. “매출은 영업비밀입니다.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이 대표는 “앞으로는 문화적 인프라가 취약한 지방 장기 공연도 계속 늘려갈 생각”이라고 했다.

무거운 소재인 ‘자살’을 웃음보 터지는 블랙 코미디로 풀며 ‘자살하지 말고 살자’는 메시지를 전하는 ‘죽여주는 이야기’는 이 대표가 회사이름으로 정한 데서 나타나는 것처럼 연년생 삼형제의 합작품이다.

맏형인 이훈제 대표는 기획과 마케팅을 담당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으로 배우로 경력을 쌓은 둘째 이훈국(35)은 작가 겸 연출을 맡고 있다. ‘죽여주는 이야기’와 자살을 소재로 한 뮤지컬 ‘라스트 위시’도 그가 쓰고 연출한 작품이다. 후덕한 몸집을 자랑하는 막내 이훈진(34)은 2007년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에서 ‘산초’ 역으로 이름을 알린 뮤지컬 배우다. 그는 ‘죽여주는 이야기’에서 ‘마돈나’ 역으로 연기를 했고, 현재 뮤지컬 ‘달고나’에서 ‘삼촌’ 역으로 열연하고 있다.

‘죽여주는 이야기’ 공연 장면.
우애가 돈독한 형제지만, 작품을 놓고는 의견 충돌이 없을 리 없다. “극중 ‘마돈나’ 캐릭터를 제가 더 재미있게 바꾼 적이 있습니다. 동생이 ‘형이 내 작품 갖고 장난쳤다’며 서운함을 토로하기도 했죠. 그렇긴 해도 버는 돈 절반을 연출인 동생한테 줍니다. 남들이 좋은 형이라고 하더군요.”

작품을 쓰고 연출한 동생을 챙겨주는 이 대표는 대학로를 온통 ‘죽여주는 이야기’로 도배할 정도로 마케팅의 귀재다. “제가 제일 잘하는 일이죠. 작품도 작품이지만 우선 많이 노출시켜 장래 관객들의 시선을 끌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화장실 공간도 그냥 놔둘 수는 없죠. 대학로 도로변으로 길게 늘어선 노점에도 저희 작품 포스터 일색이죠.”

그는 대학로의 다양한 노점을 언제나 챙긴다. 음식 노점인 경우 메뉴판을 디자인해서 제작해 주고 ‘죽여주는 이야기’ ‘라스트 위시’ 광고를 싣는다. 노점으로서는 이 대표의 뜻에 반대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이 대표는 매달 조그마한 선물을 들고 대학로 노점을 돌며 인사를 다닐 정도로 마당발이다. 그래서인지 그동안 흥행이 모두 마케팅의 영향이 아닌가 하는 부정적인 소리도 들린다. 또 정통연극보다는 얄팍한 상업연극이라는 비아냥도 없지 않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어렵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연극과 뮤지컬도 다양한 공연의 맛 중 하나로 생각해야 한다”면서 “대학로 전체가 함께 활성화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바라는 맘뿐”이라고 했다.

그는 앞으로 순수 창작 넌버벌(비언어) 공연을 제작해 무대에 올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아울러 대학로 전역에서 ‘윈윈(상생) 마케팅’도 지속할 생각이다. “계속해서 거침없이 살고 싶습니다. 어려움도 즐거움도 모두 다 받아들여야죠. ‘죽여주는 이야기’ ‘라스트 위시’로 다시 한번 도약하기 위해 뛸 겁니다. 공연은 죽을 때까지 할 겁니다.”

신동주 기자 rang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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