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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매일 창작”… 100세 시인의 시조사랑

입력 : 2012-04-24 22:00:23 수정 : 2012-04-25 00: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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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 100주년 문학제 대상 5인중
정소파 시인이 유일한 생존 인물
“죽을 때까지 작품활동 하고 싶어
젊은이들도 시조 가까이 했으면”
“100세가 됐다는 것에 그다지 특별한 감정을 느끼지는 않아요. 시집을 내기에 늦은 나이지만 죽을 때까지 쓸 겁니다.”

1912년 태어나 꼬박 한 세기를 산 정소파(鄭韶坡) 시조시인의 소감이다. 백석, 설정식 등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문인들 기념문학제 기획위원회(위원장 황광수)에 따르면 대상자 5명 중 살아있는 문인은 정 시인이 유일하다. 탄생 100주년 문학제를 시작한 이래 생존인물을 기념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위원회는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정 시인과 가진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고향인 광주광역시에 살고 있는 정 시인은 귀가 어두운 것 말고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만큼 건강하다고 한다. 요즘도 신작을 발표하는 엄연한 ‘현역’ 시인이다.

정소파 시조시인은 “요즘도 집으로 보내주는 문학지와 시집을 모두 다 섭렵한다”고 말했다.
대산문화재단 제공
“소학교(초등학교) 4학년 때 국어선생님이 시를 재미있게 낭송하는 걸 보고 관심을 갖게 됐죠. ‘새벗’, ‘어린이’ 등 동시잡지를 보며 시와 동요를 써내려갔어요.”

일제강점기 지식인이 대부분 그랬듯 정 시인도 일본 도쿄에서 유학했다. 와세다대학 문학부를 마치고 돌아온 그는 본격적으로 시조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전통시 ‘하이쿠(俳句)’처럼 우리 문학도 현대화된 시조를 꾸준히 써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광복 후 정 시인은 전남 여수 중·고교에서 교편을 잡고 틈틈이 시조를 썼다. 6·25 전쟁 와중에도 고향 근처에 머물며 시조 창작에 몰두했다. 1957년에는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부문 당선자로 뽑혔다. 시조의 명맥이 끊길 것을 우려해 지역 문인들과 ‘호남시조문학회’를 만들어 활동하기도 했다.

“요즘도 새벽에 구상해서 작품이 떠오르면 아침식사 후 그걸 정리해 시조를 쓰죠. 생각이 많을 때에는 하루 2∼3편도 가능해요. 앞으로도 늘 하던 습관대로 아침 일찍 일어나 작품을 쓰고 읽을 거예요. 나는 시 창작을 하나의 ‘종교’로 여깁니다.”

정 시인은 후배들에게 ‘쓴소리’도 했다. 요즘 시조시인들은 형식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초장, 중장, 종장의 3장 속에 든 오묘한 리듬도 잘 모른다는 것이다. “시조도 오래 써야 비로소 리듬을 느낄 수 있어요. 젊은이들이 시조를 기피하지 말고 가까이 했으면 좋겠어요.”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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