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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의 종말, “시~시~시커먼스”

입력 : 2012-04-19 13:52:08 수정 : 2012-04-19 14:2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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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말 미군부대 근무시절에 술 취한 백인병사 2명이 와서 “시~시~시커먼스”하며 당시 유행하던 연탄재를 칠한 인기개그맨들의 흑인비하 흉내를 내며 좋아했던 적이 있었다. 당시 미국사회에서는 상상도 못할 한국의 인종차별 퍼포먼스에 한국어도 이해 못하던 백인들이 즐긴 것이다. 부대마다 차별방지(EO) 장교까지 배치하며 인종·종교·여성 차별에 대한 엄격한 감시와 처벌을 하던 미군부대의 기억이 생생하다.

■ 한류스타들의 자질 문제 불거져

최근 아이돌 스타들이 무심코 흑인들 흉내를 냈다가 곤혹을 치른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홍수로 인해 국가적 재난에 처한 태국인들을 비하하는 어린 스타들의 별 생각 없는 농담이 일파만파 퍼져나가 한류스타들의 자질 문제도 불거졌다.

불과 얼마 전 국민MC 반열에 오른 김구라는 한 국회의원 후보 지지 발언 후 인터넷 방송시절의 막말들이 수면 위에 오르다가 결국 정신대 발언으로 하차하는 비운을 맞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유일한 TV프로가 라디오스타인데 수요일 밤을 어떻게 보낼 지 벌써부터 막막하기만 하다.

90년대 세계적 스타 맥라이언의 ‘한국 비하 발언’은 한류스타들에게 주는 시사점이 크다. 당시 한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거액의 광고비를 받고 한국 회사 샴푸광고를 찍었던 맥라이언은 미국의 한 토크쇼에서 “동양의 한 나라의 광고를 찍었다”며 “선전한 샴푸의 영어 이름(섹시마일드)이 어법에 맞지 않는다”란 가벼운 농담에 97년 대한민국의 맥페인들은 그녀에게 등을 돌리고 큰 상처를 받았다.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녀는 몰랐었고, 이제 돌이 대한민국 손에 주어졌다.

■ 미국대중문화에 맞서는 유일한 문화 트랜드, 한류

21세기 초 시작된 한류열풍은 한국드라마에서 K-팝까지, 일본에서 미국까지 실시간으로 전세계에 퍼져나가고 있다. 한류는 영역과 공간을 넓혀나가며 확대 재생산되는 선순환 구조이다. 전세계 대부분 국가들의 대중문화를 독점하고 있는 할리우드로 대변되는 미국대중문화에 맞서는 유일한 문화 트랜드가 바로 한류이다. 그런 한류가 동력을 상실할 수 있는 위험요소가 바로 인종차별이다.

지난날 우리에게 익숙했던 미국 관련 뉴스들인 △반미시위 △불타는 성조기 △양키고홈 △미국민 납치 △테러 등이 이제는 대한민국과 연관 지워지고 있다. 예컨대 일본의 반한시위, 대만의 불타는 태극기, 중국의 혐한세력, 중동의 한국인 납치 및 테러는 이미 뉴스화 되었고 앞으로도 더욱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다. 이는 잘사는 대한민국, 멋진 아이돌스타, 초다국적 한국 기업 등은 외국인들에게 선망과 애정의 대상이 됨과 동시에 시기, 질투의 타깃이 된 것이다. 말 한 마디, 제스처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지 않는다면 한류스타들은 천국에서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지난번처럼 이자스민 당선자를 향한 인종차별 공격은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필리핀 전 국민에 대한 것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있다. 외국인 노동자 증가는 불가피한 현상이고, 더불어 외국인에 의한 범죄 또한 급증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실업률을 외국인 노동자 탓으로 돌리고 △독일의 ‘나치주의자’ △러시아의 ‘스킨헤드’ △미국의 ‘KKK’ △일본의 ‘극우단체’와 같은 ‘한민족 순혈주의’를 주장하는 위험천만한 단체 혹은 세력의 등장이 걱정되는 시대이다.

미국에 존재했던 소위 ‘코리안 마피아’나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 살인 사건의 범인이 대한민국 국적의 재미교포라고 해서 미국 내에서 한국인들에 대한 적대심이 일어난다면 한미동맹의 가치가 훼손될 것이다. 일본과 중국과 확연하게 구별되는 세계적인 초강대국 미국의 저력은 ‘아메리칸 드림’에 기인한다. 이민자들의 나라인 미국은 현재 인구가 3억 명에 육박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많은 외국인을 입국시키고 있다. 외국인을 많이 받아들이게 되면 당장 실업률이 증가할 수 있고 주택난 등 사회적인 부담이 늘어날 수 있는데도, 미국을 비롯한 싱가포르와 같은 나라들은 여전히 외국인 이주에 관대하다. 미국의 경우처럼 외국인 유입은 경제력 상승을 가져오고 이는 곧 국력 강화로 이어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다

지금 대한민국은 태국의 닉쿤, 중국의 빅토리아, 한국인 이자스민 당선자처럼 ‘코리안 드림’을 실현시키는 위대한 다문화국가로 진입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우물 안에서 나와 한국대중문화가 할리우드를 넘어서는 전세계적인 문화 트렌드로 발전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 국민들은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시~시~시커먼스”를 외치면서 우물 안으로 다시 돌아갈 것인가?

/ 한류연구소장 한구현

김현주 기자
egg0lo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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