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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자초한 한국종교의 나아갈 길은

입력 : 2012-01-20 15:26:42 수정 : 2012-01-20 15:2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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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들, 성인의 가르침 아전인수식으로 해석, 이용
세속적인 욕심에 눈 멀어 무조건적 ‘믿음’ 만을 강조해
권오문 지음/브라운힐/1만2000원
성인에게 길을 묻다, 신(神)의 시크릿코드, 이웃 종교를 위한 변명/권오문 지음/브라운힐/각각 1만2000원


중앙 일간지 기자 출신이면서 종교연구가로 널리 알려진 권오문씨가 종교의 근본 원리에 천착하는 역저 3권을 냈다. 저자는 종교의 기본은 인간의 타락하지 않은 본성을 회복하는 길임을 강조하면서, 따라서 인간은 참된 종교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우선 갖가지 사회적인 비판을 자초하고 있는 종교계의 성찰을 촉구한다. 인류의 정신사를 지배한 종교가 가치관 부재로 방황하는 국민에게 참된 길을 제시하기는커녕 오히려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개탄한다.

저자에 따르면 얼마 전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는 자체 여론조사를 통해 종교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의료계나 시민사회, 학계, 대기업, 교육계보다 뒤떨어진다고 발표했다. 이런 배경에는 대형 교회나 사찰을 중심으로 교권 세습 논란과 성직자들의 추문, 불투명한 재정관리, 내부 갈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저자는 “결국 한국 종교계가 종교 본연의 모습은 외면한 채 세속적인 일에 지나치게 관심을 보인 결과”라고 풀이했다.

바티칸시티 시스티나성당 천장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성인에게 길을 묻다’는 한국 종교계가 전례없는 위기에 처한 배경을 집중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저자는 “종교는 성인들의 가르침을 근간으로 세워졌는데, 기독교를 비롯한 오늘날 종교인들은 성인의 가르침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고 이용했기 때문에 지탄받고 있다”면서 “이런 왜곡된 신관을 바로잡지 않고선 한국 종교계는 생존 자체가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이어 “거둬들인 헌금을 성직자 개인 용도로 사용하고 불투명하게 관리하는 관행이 지속되면서 늘상 잡음이 뒤따르고 있다”면서 종교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웃지 못할 불교의 현실에 대해서도 개탄하고 있다.

“석가모니는 생전에 불상조차 만들지 말라고 유언했지만, 입시철만 되면 절을 찾아 시주를 하거나 특별정성에 매달리는 불자들을 보면 안타까울 뿐이다. 이렇게 밤낮없이 불공을 들이는 이들의 소원대로 자녀들을 모두 합격시켜준다면, 남보다 더 열심히 공부한 입시생들에게는 불공평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석가모니의 마음은 영 편치 않을 것이다.”

권씨는 “기독교 경전인 성서는 인류 역사상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고의 베스트셀러”라면서 “그러나 성서가 하나님의 뜻과 예수의 가르침을 고스란히 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한다. 권씨에 따르면 성경은 기원전 900년∼기원후 100년 약 1000년에 걸쳐 40명의 저자들이 기록한 것을 성직자들이 선별해 정리한 것이다. 

권씨는 “장구한 세월 동안 구전 또는 기억에 의존해 기록되고, 원전 자체가 보존되지 않은 상태에서 손으로 옮겨 전달되다 보니 성경마다 서로 모순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예컨대 현재 한국 기독교에서 주로 사용하는 ‘개역성경’도 신약성경에서만 2200단어 이상이 삭제됐고, 4만 곳의 오류가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마귀의 성경’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고 저자는 전했다. 실제로 예수 탄생 연도나 장소, 처형 시기, 두 강도 이야기, 한 여인의 향유 논쟁, 예수의 무덤과 관련된 내용은 성경마다 제각각이다. 저자는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기독교는 교파 우월주의에 빠져 무조건 ‘믿음’만을 강조하는 맹목적 신앙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실 종교에 회의를 품은 독자들이나 성직자들이 정독할 만한 교양서로 손색없다.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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