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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철의 영화음악 이야기] 토토의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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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10-14 02:08:13 수정 : 2011-10-14 02: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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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과 슬픔 사이를 쉴새 없이 교차하는 멜로디 1991년도에 데뷔작 ‘토토의 천국(Toto Le Heros)’으로 칸영화제 신인 감독상을 수상한 벨기에 출신 감독 자코 반 도마엘은 이후 ‘제8요일’이나 ‘미스터 노바디’와 같은 작품들에서도 빼어난 영상미를 바탕으로 유머러스한 환상과 잔혹한 현실을 겹쳐 놓곤 했다. 그의 영화들은 슬픔과 기쁨을 모두 포괄한 인생 그 자체를 언제나 긍정하는 편이었다.

양로원에 사는 노인 토마는 화목한 가정에서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냈음에도 갓난아기 시절 유복한 집안의 알프레드와 자신이 병원에서 뒤바뀌었으며, 그가 자신의 모든 행복을 빼앗아갔다고 생각한다. 알프레드 집안의 새로운 슈퍼마켓 주문을 위해 비행하던 도중 사망한 아버지, 그리고 토마와 미묘한 애정관계에 놓인 누이 앨리스가 알프레드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분노에 휩싸인 토마는 그에게 복수를 다짐한다. 토마는 앨리스에게 자신에 대한 사랑을 증명해 보이라 말하며, 결국 그녀는 알프레드네 슈퍼마켓에 불을 지르고 그 안에서 사망한다. 이후 성인이 된 토마는 평생을 그리워하던 누이와 똑같은 사람과 마주치게 되면서 자신이 만든 환상과 현실 사이를 오간다. 그의 상상은 괴로운 현실로부터의 도피 수단이 아닌, 현실을 살기 위한 희망에 다름 아니었다.

3년 전 세상을 떠난, 감독과는 형제간인 기타리스트 피에르 반 도마엘이 음악을 담당했다. 유독 현악파트 중심으로 구성된 앨범은 조르주 들루리풍의 긴장감과 우수가 감도는 인트로 곡 ‘제네릭’의 변주로 이루어진 곡들로 채워져 있는데, 자코 반 도마엘 감독의 영화처럼 이 멜로디들은 기쁨과 슬픔 사이를 쉴새 없이 교차하면서 감정을 조절해 낸다. 음악이 흐르는 내내 감동의 순간은 계속된다.

영화를 봤던 이들이라면 샤를 트레네의 1938년도 곡 ‘붐’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토마의 아버지와 누이가 함께 부르는 이 노래는 각 사물들의 소리를 흉내 낸 가사를 행복한 무드로 읊어내고 있는데, 이상한 긍정을 품고 있는 곡은 뭔가 아련한 구석이 있었다. 영화가 끝날 때쯤엔 당신 역시 이 노래를 흥얼거리게 될 것이다.

공중에서 지상으로 유해가 흩뿌려지는 마지막 장면은 유독 아름다운데, 토마의 죽음이 슬픈 것처럼 보이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죽음으로 밖에는 구제될 수 없다고 스스로가 생각하는 인생의 결말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깨달음을 얻은 마지막 토마의 웃음소리는 짓궂을 정도로 염세적인 인상을 주기도 했다.

복수심으로 무장한 주인공은 인생을 되돌아보다가 실패했다고 생각한 자신의 삶이 실은 사랑과 행복으로 가득 차 있었다는 사실을 불현듯 깨닫는다. 인생을 감싸고 있는 모든 세계가 동화처럼 펼쳐지는데, 이는 어른이 된 토마가 유년기를 끝낼 수 없었던 인물이었고, 이 때문에 노인이 돼도 여전히 아이 같은 사고를 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마치 그의 다운증후군 동생처럼 말이다.

상실감, 그리고 결핍감으로 인해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환상을 기억으로 정착시킨 후 ‘기억’이라는 이름의 비뚤어진 환상을 마치 현실로 인식했던 패배자의 훈훈하고 유쾌한 파멸을 그렸다. 인생에 있어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이 결코 실수는 아니며 각각의 인생 모두 의미가 있다고 영화는 넌지시 일러준다. 작품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일단은 행복이라는 복잡 미묘한 것에 대해 잠시 생각해볼 기회를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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