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토종벌 폐사병 ‘꿀벌 구제역’ 모티브… 평범한 사람들의 고통·사랑 이야기

입력 : 2011-10-03 22:29:58 수정 : 2011-10-03 22:29:5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창작극 ‘벌’ 13일부터 무대에
“아마 이 벌들이 나한테 앉은 건, 내가 이미 꺼져버린 불이기 때문일 거야. 날, 썩어서 속이 텅 빈 고목쯤으로 알았던 거겠지. 그럼 난 얘들이 앉을 수 있는 고목이 되기 위해서 암에 걸린 걸까? 먼 길 가는 얘들이, 잠깐 편안하게 쉬어갈 나무둥치가 되기 위해서? 그래, 그게 내가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이유야…….”(온가희)

“이유 같은 건 생각하지 말고 그냥 살면 되잖아… 살면 되잖아!”(김대안)

토종벌 사건을 모티브로 창작된 연극 ‘벌’에 등장하는 말기 암환자 온가희와 21살 택배기사 김대안의 대화다. 암환자 온가희, 미래 희망이 보이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고 자조하는 김대안은 내면적인 불안을 안고 있는 존재다. 하지만 둘은 벌을 통해 죽음과 삶을 이야기하고 그 사이 어느새 서로의 마음을 치유해간다. 국립극단과 명동예술극장에서 공동제작한 창작극 ‘벌’은 일상적인 삶 속에서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통과 치유,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은 지난해 가을 토종벌의 95% 집단 폐사라는 참담한 결과를 낳은 ‘꿀벌의 구제역’으로 불리는 ‘낭충봉아부패병’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이 병은 벌의 애벌레가 번데기로 바뀌기 전에 썩어 죽는 바이러스성 질병이다. 극은 낭충봉아부패병으로 토종벌이 사라진 한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이 마을 과수원은 통에 담아둔 벌들이 모두 사라져 혼란스럽다. 연구원 송신가람과 차미선, 벌을 치는 최요산, 정수성과 네팔에서 온 이주노동자 구릉 델렉은 벌이 왜 사라졌는지, 어디로 갔는지 알지 못해 답답하기만 하다. 이때 말기 암환자 온가희가 병원을 떠나 꽃이 만개한 과수원 농막에 머물기 위해 간병인과 함께 찾아온다. 이상하게도 어디선가 온 수많은 벌들이 온가희의 몸에 새까맣게 내려 앉고, 벌 알레르기가 있는 청년 김대안이 온가희와 마음을 공유하며 서로의 아픔을 치유해 가는 이야기 흐름이다. 온가희는 결국 죽게 되지만 상처를 안고 살던 인물들은 벌과 온가희 등의 모습을 통해 내면의 아픔을 치유해간다. 단 3일간 일어나는 이야기는 기본극 사이에 막간극을 배치하는 형식으로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구조를 선보인다. 이 작품을 쓴 배삼식 작가는 “비논리적이고 부조리한 상황 속에서 사람들이 각자의 아픔을 어떻게 견디고 받아들이는지를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동현 연출은 “기본 극 속에서 미처 다 하지 못한 이야기나 비논리적인 상황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6개의 짧은 막간극을 통해 풀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13∼30일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1644-2003

신동주 기자 ranger@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이브 장원영 '빛나는 미모'
  • 아이브 장원영 '빛나는 미모'
  • 트리플에스 지우 '매력적인 눈빛'
  • (여자)이이들 미연 '순백의 여신'
  • 전소니 '따뜻한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