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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서] ‘꿀벌을 지키는 사람’

입력 : 2011-09-09 18:47:58 수정 : 2011-09-09 18:4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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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죽음 당하는 꿀벌’은 인간의 운명을 거머쥔 거대한 존재
한나 노드하우스 지음·더숲
꿀벌은 작고 보잘 것 없는 곤충이다. 그 조그만 몸집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운명을 거머쥔 거대한 존재라면 과장일까. 인간이 늘 먹는 식량, 채소류와 열매가 꿀벌의 노동의 결과물이라는 것쯤은 상식이다. 이런 꿀벌들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토종벌 90% 이상이 폐사했다는 추정 보도가 있었다. 이유는 나중에 규명되겠지만 인간의 실책이 주요인임을 어렴풋이 짐작할 것이다.

벌은 대략 1억5000만년 동안 식물 수정을 돕는 매파 역할을 해왔다. 수술에 있는 꽃가루를 암술머리로 옮겨 열매를 맺게 한다. 우리가 먹는 과일이나 채소 대부분이 꿀벌의 도움으로 열매를 맺는다. 세계환경단체 ‘어스워치’가 대체 불가능한 생물 5종 가운데 가장 먼저 꼽는 게 벌이다. 벌이 꿀을 찾아 벌집을 나섰다가 돌아오지 않는 현상은 이미 전 세계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생물학계는 물론이고, 환경단체, 특히 식량생산국들은 긴장하고 있다.

이를 두고 과학계에서는 ‘벌집 군집 붕괴 현상’(Colony Collapse Disorder)이라고 이름 붙였다. 미국 36개주에서 벌집 군집 중 3분의 1 이상이 사라졌다. 국내에서도 경북 문경과 칠곡 농가 꿀벌이 떼죽음한 일이 생겼다. 일본 나가노현에서는 230여만마리의 벌이 갑자기 사라져 딸기, 수박, 사과, 멜론, 배, 가지, 호박 등 과일 야채 농가가 큰 타격을 입었다는 보도 들이 잇따랐다. 원인은 분명치 않지만 대개 지속적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은 살충제 투입이다. 벌에게는 꽃이 필요하다. 하지만 꽃은 살충제에 오염되어 있다. 이밖에도 벌이 사라지는 이유에 대해 도시화와 지구온난화, 전자파라는 추측도 있지만, 아직 분명한 연구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이 책은 미국의 저널리스트 한나 노드하우스가 4대째로 이어지는 양봉업자 존 밀러의 삶을 논픽션으로 구성한 책이다. 꿀벌 지킴이로 살아가는 주인공의 삶에서 자연의 소중함과 삶의 태도를 일깨운다. 그렇다고 꿀벌의 떼죽음 원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거나 꿀벌을 떼죽음으로 내몬 인류의 몰지각을 꾸짖고 있는 식상한 줄거리도 아니다.

저자가 5년 동안 책의 주인공 존 밀러와 동행하며 써내려간 한 편의 감동 논픽션이다. 책내용도 소설처럼 흥미를 느낄 수 있으며 지루하지 않다. 저자는 밀러의 얘기에서 잃어가는 세상과 세상을 올곧게 지켜나가려는 한 사람의 열정을 담담히 소개하고 있다. 이제 존은 양봉업자에서 생존의 기로에 선 벌을 지키는 자연 관리자가 되었다. 책이 전하는 꿀벌에 대한 이야기는 인간의 미래에 대한 경고이다.

“죽어가는 벌들은 우리가 환경에 저지른 죄악에 대한, 그리고 화학산업의 죄악에 대한 징벌이다. 사람들은 벌에게 많은 의무를 지우고, 벌들은 그 의무를 받아들인다. 마치 다른 모든 임무들을 받아들여왔던 것처럼 말이다.”

김이금 도서출판 푸르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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