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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지배는 현실서 어떤 얼굴을 하고 있나

입력 : 2011-08-26 20:53:37 수정 : 2011-08-26 20:5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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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형 지음/후마니타스/1만원
법과 싸우는 사람들/서형 지음/후마니타스/1만원


평생 법과 싸워 온 68세 할머니의 실제 이야기를 통해 법의 지배(rule of law)가 현실에서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탐구한다.

저자는 ‘법과 싸우는 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고 했다. 돈, ‘빽’, 체력이 그것이다. 그러나 돈과 빽이 없는 서민에게 유일한 방법은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체력밖에 없다고 했다.

흔히들 변호사에게 의뢰해 사건을 해결하라고 한다. 한데, 변호사 비용은 대부분 천만원 단위를 훌쩍 뛰어넘는다. 억울한 일을 당해도 서민은 울 도리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국선변호인이 있다지만 내 돈 주고 산 것처럼 해결하려는 변호사가 얼마나 될까. 이 책은 이런 불평등한 사회 단면을 드러내면서 한 사람의 눈물겨운 이야기를 전한다.

주인공 임정자(68) 할머니는 초등학교 교사 출신으로 그런대로 교양을 갖춘 사회인이다. 임씨의 첫 소송은 1990년 남편과의 이혼과 재산을 둘러싼 소송이었다. 한 번에 그칠 줄 알았던 소송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판사님, 그 서류는 거짓입니다”라고 하면 판사는 “그럼 사문서 위조로 고소하셨어요?”, “판사님, 그것은 거짓말입니다”라고 하면 판사는 “그 부분을 위증으로 고소했어요?”라는 반응이 돌아온다.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소송을 계속해야 한다. 변호사도 없는 임씨의 나홀로 법정 투쟁은 늘 패소의 연속이었다.

임씨는 크고 작은 공판을 방청하고, 혼자 연구하면서 나름의 소송 기술을 터득했다. 재판장의 말 속에 담긴 진의 파악하기, 핵심 증거를 감추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드러내기, 판사와 감정 대립하지 않기, 비슷한 사연을 가진 ‘법정 계모임’ 구성원들과 연대하기, 판사에게 소송 걸기 등이 그것이다. 변호사도 모르는 할머니의 소송 기술이 고스란히 책으로 나왔다.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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