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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보통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

입력 : 2011-08-26 08:26:47 수정 : 2011-08-26 08:2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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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우리 시대의 ‘르포르타주(reportage)’

◇ 법과 싸우는 사람들, 서형 지음(후마니타스)
#. 지난 20여년간 소송과 함께 살아온 68세 할머니가 있다. 법원 근처로 이사를 하고, 혼자서 법을 독학하며 소송 기술을 연구해 법과 맞서 고군분투했다. 그러면서 많은 걸 잃었고, 이제 소송은 삶이 되어 버렸다.

우리는 이 책의 주인공과 같은 이들을 ‘사법 피해자’라고 부른다. 사실 이 같은 사법 피해자들은 지극히 평범한 보통의 사람들이다. 우리가 사는 곳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동네 슈퍼아줌마 △세탁소 주인 △복덕방 아저씨 같은 서민들이라고 봐도 좋다.

이들 사이의 소송사건은 사회적으로 관심을 끌 이슈가 되기 어렵다. 그들 입장에선 “죽어도 잊을 수 없을 만큼 억울한” 사건이고 자신들의 “삶을 통째로 앗아간” 비극적 싸움이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신문에 한 줄 나기도 힘든 개인들간의 다툼에 불과한 것이다.

이들의 사적 갈등이 법원으로 가서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었다면, 다시 말해 법이 갈등해결의 좋은 중재자로 가능했더라면 아마 이런 책이 나올 일도 없었을 것이다. 아니 그 전에 법 앞에서 이들이 평등한 시민이자,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대우받을 수 있는 사법환경이 갖춰져 있었다면 얘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고 이 책은 그런 이야기를 다루었다. 이 책은 우리 사회의 평범한 보통 사람들에게 도대체 법이란 어떤 의미로 다가가고 있는가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자 하는 하나의 ‘증언’이다.

끝으로 <법과 싸우는 사람들>의 필자 서형 씨는 “세상이 싸움꾼, 국고를 낭비하는 사람들, 고소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낙인을 찍어도 모든 방법을 동원해 법과 싸울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 약자들의 관점에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고 합리성이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하며 세상 속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김현주 기자 egg0lo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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