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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철의 영화음악 이야기] 유치원에 간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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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7-07 23:18:12 수정 : 2011-07-07 23: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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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풋한 유년시절 훈훈하게 상기 ‘주노’의 감독인 아들 제이슨 라이트만까지 2대에 걸쳐 가족영화의 명맥을 이어나가는 이반 라이트만 감독은 ‘트윈스’에 이어 ‘유치원에 간 사나이’에서 또 한번 액션스타 아널드 슈워제네거와 조우한다. 무표정하고 인정사정 없는 그가 출연했던 몇 안 되는 가족영화는 대부분 이반 라이트먼과의 작품들이었는데, ‘주니어’를 비롯한 이 세 편은 유머가 전개되는 와중에도 가족문제와 감동적인 요소 또한 놓치지 않고 있다.

무자비한 흉악범들을 거칠게 제압하는 LA경찰서의 강력계 형사 존 킴블은 마약사건 관련 살인 용의자를 찾기 위해 범인의 아들이 다니는 유치원에 잠복한다. 하지만 유치원 선생님으로 위장하기로 한 그의 여성 파트너가 식중독에 걸리면서 졸지에 이 우락부락한 남자형사가 유치원 선생님으로 투입된다. 하지만 교실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그는 흉악범들 이상으로 벅찬 상대가 바로 아이들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아이들에게 치이면서 허둥대다가 경찰학교식 교육방법을 도입해 점점 아이들과 교감해 나가는 훌륭한 선생님으로서의 생활에 익숙해질 무렵, 용의자의 그림자 또한 서서히 드리워진다.

‘트윈스’에서는 프랑스의 거장 조르주 드루리와 랜디 에덜먼이 함께 음악을 작업했지만 본 작은 랜디 에델만 혼자 사운드트랙을 완수해냈다. 자신의 솔로앨범도 몇 장 발매한 바 있는 랜디 에덜먼은 브로드웨이의 오케스트라 활동을 시작으로 이후 TV 드라마를 작업하다가 영화음악에 입문한다. 특히 ‘맥가이버’의 테마가 우리에겐 익숙할 텐데, 이반 라이트먼의 작품들을 비롯한 다수의 가족영화 외에도 ‘라스트 모히칸’, ‘트리플 X’ 등의 다이나믹한 영화들에서도 그의 음악을 확인할 수 있다.

학교 전반의 차분한 분위기가 펼쳐지는 ‘애스토리아 스쿨 테마’와 ‘칠드런스 몽타주’, 슬픈 피아노 멜로디가 가슴을 적시는 ‘러브 테마(조이스)’, 순수한 클라리넷이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도미닉스 테마’ 등의 곡들은 음악 자체만으로 놓고 봤을 때도 충분히 아이들의 모습을 그릴 수 있게끔 유도한다. 영화의 메인 테마 격인 ‘킨더가튼 캅’과 ‘디너 인비테이션’ 같은 피아노 연주곡들 또한 피아노를 애호하는 일반 팬들에게도 충분히 사랑받을 법하다. 이렇게 푸근한 곡들 이외에도 용의자와의 혈투 속에 흐르는 몇몇 테마들은 별개의 날카로운 긴장감으로 무장하면서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극과 극을 오가는 랜디 에덜먼의 광범위한 어레인지(편곡)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존 킴블의 우락부락한 얼굴에 감도는 상냥한 표정은 이상하게 친근한 감정을 전달한다. 이 어색한 웃는 얼굴과 모자란 연기는 오히려 극을 더욱 돋보이게끔 만들었는데, 이것이 의도된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그렇게 연기한 것을 그대로 사용해 완성시킨 것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이는 성공적이었고, 차가운 ‘터미네이터’는 비로소 따뜻한 유치원 선생님이 될 수 있었다.

기계인간이 유치원 선생님이 되기까지는 마틴 스코세이지의 걸작들을 촬영해낸 마이클 채프먼의 사려깊은 화면구성, 그리고 랜디 에덜먼의 이 천진난만한 음악의 힘이 절대적이었을 것이다. 영화를 보는 이들, 그리고 음악을 듣는 이들의 풋풋한 유년시절 또한 훈훈하게 상기시켜 주고 있다. 랜디 에덜먼 판, 혹은 1990년대 버전의 ‘어린이 정경’이다.

불싸조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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