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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좌우의 날개가 아닌 온몸으로 난다”

입력 : 2011-06-21 00:52:45 수정 : 2011-06-21 00:5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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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화는 거울이자 세상과의 소통
보수와 진보를 영성적 차원서 봐
과거 민중미술운동… 울림 더 커
“농사일도 하고, 세상일 이것저것 참견도 하며 살았습니다. 그리고 내 공부거리거니 생각했습니다. 일상사 하나하나를 경전으로 여기고 살고 싶었습니다. 제 판화는 그런 흔적들이라 할 수 있지요.”

충북 제천 박달재 인근에서 삶의 터전을 일구고 있는 판화가 이철수(57·사진)씨가 1981년 처음으로 개인전을 열었던 관훈미술관(현 관훈갤러리)에서 다시 30주년 기념전(22일∼7월12일)을 마련한다.

“양성우, 이성부 시인이 세상에 알려야 한다며 보도자료를 급히 만들어 주신 기억이 어제 같습니다. 전시장을 좀처럼 찾지 않던 이근배 시인도 발걸음을 해주셨지요. 마지막 날엔 관객이 몰려 전시장 문을 닫기 어려울 정도였어요.”

이번 전시 제목은 ‘새는 온몸으로 난다’다. 1980년대 판화를 통해 사회발언을 했던 그이기에 요즘 세태를 바라보는 그의 시각이 담겨 있다.

“요즘엔 보수와 진보라는 이 사회의 질곡을 영성적 차원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1980년대가 그런 점에서 무의미한 시간들이 아니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의 최근 작품들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그의 작품 ‘새는 온몸으로 난다’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다. ‘새는 좌우의 날개가 아니라 온몸으로 난다. 모든 생명은 저마다 온전한 세계이기 때문이다. 새가 그러하고, 사람이 그러하고, 세계가 그러하다. 죽음처럼 어두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거기서 이미 죽음에 이른 사람들까지, 온몸으로 살고 온몸으로 죽는다. 그러니 부디, 생명에 가혹해지지 말자.’

민중미술운동을 했던 그의 음성이라 울림이 더욱 크다. 정보과 형사들이 전시장 주변을 배회했던 시절은 이제 옛이야기가 됐다. 첫 전시땐 끌려갈 것을 대비해 담배를 주머니에 잔뜩 넣고 다니기도 했다.

‘새는 온몸으로 난다’
“비판의 소리만 내고 살아야 할 때도, 그리고 내 일 내가 하고 살아도 여전히 힘들 때, 왜 이렇게 힘이 드는 걸까 스스로 묻곤 했습니다. 스스로 내린 답은 내 삶과 내 존재의 주인노릇을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지요.”

그는 머슴살이하듯 사는 삶이 오죽할까 했다. 현실이 시키는 대로, 이념이 시키는 대로, 세상의 편견과 기대에 부응해서 사는 삶이면 당연히 힘들 수밖에 없었다.

“다 내려놓고 가기란 그리 쉽지가 않네요. 성현들의 ‘삶의 약도’를 가지고 성급히 나아가다 막다른 골목을 만나기도 했지요. 사는 게 다 그런 것 아닌가요. 제 판화는 그런 흔적들인 셈이지요.”

그의 판화는 자신에 대한 거울이자 세상과의 소통이다. 때론 고승의 선문답 같기도 하다. “저 혼자 잘사는 게 힘든 세상이라서 제가 제 주인이 되어 사는 일은 더 어려워진 세상입니다. 제 목판화가 작은 소통이 됐으면 합니다.”

전시는 관훈갤러리를 시작으로 주문진과 전주 등에서 이어지며 29일에는 작가와의 대화도 마련된다. 전시와 함께 목판화 인생 30년을 담아 선집 ‘나무에 새긴 마음’(컬처북스)도 펴냈다. 그에게 사인을 부탁하면서 전시장에서도 책을 구입한 이들을 대상으로 사인회를 여는 게 어떻겠느냐고 권해 봤다. 돌아온 답변은 명료했다. “책을 구입할 수 없는 분들에게 더욱 필요하지요.” 그의 담백한 삶의 태도가 읽혀진다. (02)733-6469

편완식 선임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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