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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니오 모리꼬네, 살아있는 전설의 공연

입력 : 2011-05-20 10:31:56 수정 : 2011-05-20 10:3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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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게스트 옥주현 '넬라판타지아' 영어버전 불러
영화음악의 살아있는 전설 엔니오 모리꼬네의 세번째 내한공연 첫날인 지난 16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이번이 마지막이 아닐까’라는 절박함으로 그의 공연을 기다렸던 팬들이 반가움과 설렘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4000여 객석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그의 내한공연이 마지막이될 것이라는 예측은 ‘다행히도’ 두 번이나 빗나갔다)

 예정시간 5분이 지난 후 무대에 오른 엔니오 모리꼬네는 객석을 향해 짧은 목례를 한 뒤 곧바로 영화 ‘언터쳐블’(1990년 작,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주제곡으로 한국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곧바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1984년 작.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주제곡들이 메들리로 이어졌다. 우수에 젖은 팬 플룻의 선율이 가슴 깊이 번져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석양의 무법자’(1966년 작,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가 100명으로 구성된 서울 모테트 합창단의 웅장한 합창과 함께 흥겹게 울려퍼지면서 공연은 절정을 향해 서서히 달아올랐다. 소프라노 수잔나 리가치가 은은한 허밍이 넣은 ‘석양의 갱들’은 다시금 고전영화에 대한 향수에 흠뻑 젖게 했다. 엔니오 모리꼬네의 이탈리아 및 월드투어 콘서트 여성보컬인 그녀는 지난 두 번의 내한공연 파트너답게 거장과의 완벽한 호흡으로 이날 공연의 감동을 배가시킨 일등 공신이었다. 

 20분의 휴식 후 2막이 시작되자 엔니오 모리꼬네가 한 여성을 에스코트하며 입장했다. 순간 객석이 술렁였다. 아이돌 가수에서 뮤지컬 배우로 변신한 옥주현의 특별 출연 소식을 미처 접하지 못한 관객들은 그가 엔니오 모리꼬네와 과연 어떤 무대를 만들지 숨죽여 기다렸다. 짙은 남색 드레스를 입고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무대에 오른 옥주현은 영화 ‘미션’(1986년 작, 롤랑 조페 감독)의 삽입곡 ‘가브리엘의 오보에’에 가사를 붙여 편곡한 ‘넬라 판타지아’의 영어 버전 ‘가시 속의 장미’를 엔니오 모리꼬네의 지휘에 맞춰 불렀다. KBS 2TV ‘남자의 자격’을 통해 최근 더 사랑받고 있는 곡을 듣고 싶어하는 한국 관객에 대한 엔니오 모릭꼬네의 특별한 배려로 마련된 순서였다.

 옥주현의 무대가 끝나자 영화보다 더 사랑받았던 바로 그 영화음악 ‘시네마 천국’(1988년 작.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메인 테마’와 ‘사랑의 테마’가 이어졌다. 지휘자와 악기를 향해 있는 힘껏 청각 세포들을 집중시키고 있었는데 어느새 눈 앞에 소년 토토와 알프레도, 알프레도가 토토를 위해 편집해뒀던 키스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언제 어디서 내 음악을 들어도 내 이름 뿐 아니라 영화의 장면까지 떠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의 바람 그대로였다.

 정식 공연 마지막 곡은 역시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가브리엘의 오보에’, ‘폭포’,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다’ 등 영화 ‘미션’의 수록곡들이었다.

 ‘삶과 전설(Life and Legend)’이란 주제로 꾸며진 1막에서 모리꼬네에게 명성을 안겨준 전설적인 음악들이 주로 연주됐다면, 2막은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서정적인 음악과 ‘바리아’ ‘룰티모 가토파르도’ ‘노스트로모’ 등 비교적 최근 영화음악들로 구성됐다. 연주는 우리나라의 모스틀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맡고  외국인 연주자로 피아니스트 루도비코 풀치를 비롯한 5명의 객원연주자가 동원됐다. 

 이날 세종문화회관에서의 공연은 특히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렸던 지난 공연에 비해 음향이 흩어지지 않아 좋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앵콜 3곡을 연주한 후에도 좀처럼 기립박수가 가시지 않자 아예 악보를 챙기고 퍼스트 바이올린까지 데리고 나선 그는 “이제 정말 끝이에요. 박수쳐도 소용없어요”라는 듯 손을 흔들며 무대를 떠났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드는 생각. “무디 건강하게 또 다시 찾아와주길.” 그리고 박찬욱 감독과 17일 개별적인 만남을 가진 만큼 머지 않아 한국 영화에서도 그의 음악을 들어보길 기대해 본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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