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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 학생들의 스쿨버스타고 여행하며…

입력 : 2011-01-21 17:43:18 수정 : 2011-01-21 17:4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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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를 인정하고 남들 기준에 맞춰 살지 않겠다고 결심
조너선 무니 지음/전미영 옮김/부키/1만3500원
숏버스/조너선 무니 지음/전미영 옮김/부키/1만3500원


‘숏버스’ 저자 조너선 무니는 열두 살 때까지 글을 읽지 못하는 읽기장애(난독증)가 있었지만 축구 장학생으로 미국 명문 아이비리그 중의 하나인 브라운대학에 입학해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지금은 작가이자 사회활동가로 살아가고 있다. 그는 2003년 5월부터 4개월 동안 장장 5만6000㎞나 특수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이용하는 스쿨버스인 일명 숏버스(short bus)를 개조해 타고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학습장애, 신체장애, 지적장애를 가진 ‘비정상’ 딱지가 붙은 13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이 책은 그 여행의 기록이다.

숏버스는 장애인을 배려한 특수학급용 스쿨버스이지만 한편으로는 차별로 고통받는 장애의 상징이자 그들을 하나로 묵는 접착제이기도 하다. 무니는 늘 ‘정상’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살아왔다. 세상이 정해 놓은 정상이라는 기준에 맞추려고 애써 왔다. 그 기준과 맞지 않는 부분은 스스로 선을 긋고 분리시킨 뒤 축구와 공부를 통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끊임없이 분투해 왔다.

◇조너선 무니
하지만 숏버스를 타고 여행을 하며 학습장애를 가진 소년 브렌트, 대학 동창이자 주의력결핍장애를 가진 괴짜 예술가 켄트, 여자가 되고 싶은 어부 화가 쿠키, 다운증후군이지만 평범한 삶을 꿈꾸는 긍정의 화신 케이티, 시청각 중복장애 소녀 애슐리 등을 만나면서 ‘과연 사람들이 규정하는 정상과 비정상의 차이는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과 부닥친다. 남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 그들에게 때론 짜증 내고 때론 함께 웃으며 무니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다.

숏버스 여행을 통해 그는 진정한 자기를 인정하고 더 이상 남들의 기준에 맞춰 살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멀기만 했던 아버지와도 대화를 시작하고, 빤히 쳐다보는 남들의 시선을 웃으며 넘긴다. 애초 자신이 다녔던 초등학교 앞에 시위하듯 숏버스를 버리려던 계획도 바꾼다. ‘숏버스를 타는 사람’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긍정하며 받아들인 것이다.

“내 젊음을 던져 넣은 이번 여행의 끝에는 정상을 쫓아다닐 때보다 더 단단하고 고유한 자아 정체성이 있었다. 나는 이제 분투하는 사람이 아니다. 한때는 그랬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난 3개월 동안, 그리고 삶의 대부분 동안 나는 무언가를 탐색해 왔다. (중략)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영영 나는 숏버스를 타는 사람일 것이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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