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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도 장르통합시대] ②미술에도 이야기가 있다

입력 : 2010-11-01 22:49:39 수정 : 2010-11-01 22:4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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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모던보이’ 李箱 테마기획전 등
미술과 문학의 소통 작업 활발해져
얼마 전, 아르코미술관에서는 탄생 100주년을 맞이한 작가 이상을 테마로 기획전이 열렸다. 그는 탈장르, 초학문의 상징이자 시대를 앞서 간 아방가르드 예술가로서 한국현대문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전시는 이상의 삶을 중심으로 1930년대 한국의 모더니티를 탐구하고자 한 자리였다. 당시 자료들을 통해 30년이 채 안 되는 삶을 살았지만 강렬했던 이상의 생애를 추적하고, 난해하고 기괴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그의 작품세계를 문학, 미술, 건축, 디자인 등 다양한 장르에서 접근하여 재해석했다. 이는 작가 자신이 시인이자 소설가이면서 건축가였고 디자이너였으며, 조선미전에 작품을 출품한 경험이 있는 미술가 지망생이었기 때문에 더욱 효과적인 시도였다.

◇김지연 학고재갤러리 기획실장
문학작품 이외에도 이상이 직접 그린 자화상 이미지를 비롯해 그가 직접 디자인한 학회지의 표지, 삽화 등은 장르를 넘나들며 예술세계를 확장해 나갔던 한 인물의 감수성을 잘 보여 주었다. 특히 이 전시에서는 바이런 킴, 정연두, 정영훈, 차지량 등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실험하는 미술가들의 작품을 함께 설치해 예술적 관념과 현실의 간극 사이에서 고민했던 이상의 갈등에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다.

실험적인 작품들을 주로 선보이는 공간 해밀톤에서는 젊은 작가들이 모여, 생전에 파리에 가고 싶어했던 이상을 파리에 보내는 개념의 ‘이상 오마주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들은 전시, 토크, 퍼포먼스 등을 통해 다각도로 이상의 삶에 접근했다. 문학과 미술의 만남을 꾸준히 추진해 왔던 대산문화재단과 문학사랑 역시 올해는 이상의 작품과 그 인물에 대한 화가들의 해석을 담은 작품전을 열었다.

지난해에는 박태원이 그 주인공이었다. 이들은 소설가 박범신과 미술가 안종연의 만남을 주선하기도 했다. 안종연은 박범신의 소설 ‘주름’을 모티브로 한 설치작품을 선보여 문학작품이 미술가를 통해 어떻게 재해석될 수 있는지를 보여 주었다.

한편 양혜규는 얼마 전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개인전에서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삶과 문학을 그의 작업 안으로 끌고 들어와 문학을 매개로 해 공연, 영화, 전시 등을 넘나드는 탈장르적인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이처럼 기존의 문학작품, 문인을 주제로 미술인들이 작업을 풀어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천성명, 양아치 등의 미술가들처럼 본인이 직접 소설을 쓰고 그 내용을 작업으로 풀어내는 작가들도 있다. 마치 이상처럼 한 예술가 안에 다원적인 경향성이 녹아 들어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 문학적 서사는 미술과 문학 장르 간의 융합을 보여주는 작품과 전시 속에서 중요한 상상력으로 작용하면서 해석의 스펙트럼을 확장하고 소통의 과정을 증폭시켜 의식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김지연 학고재갤러리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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