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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 악극단처럼 친밀한 진은숙표 音色에 빠져보세요

입력 : 2010-10-13 22:27:47 수정 : 2010-10-13 22:2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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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상임작곡가 ‘아르스 노바’시리즈 16·20일 공연
다른 장르들에서는 10년만 흘러도 구닥다리 취급을 받는데, 유독 클래식 음악만은 바흐나 베토벤, 슈베르트 같은 수백년 전 작곡가의 음악들이 변치 않고 대중의 사랑을 받는 현실이 의아할 법도 하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도 쉼없이 흘러왔고 지금도 새로운 명곡들이 어디선가 태어나고 있다. 난해하다는 이유로 쉬 귀를 기울이지 않지만 일단 접해보면 음악의 새로운 흐름과 동시대의 기운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공연의 대표적인 사례가 진은숙(49) 서울시립교향악단 상임작곡가가 5년 전부터 마련해온 ‘아르스 노바’ 시리즈다. 

◇헝가리 출신 메조소프라노 카탈린 카롤리는 만년의 리게티가 그녀를 위해 작곡한 원작을 부른다.
오는 16일 세종 체임버홀과 2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2010 진은숙의 아르스 노바 III & IV’는 현대음악에 대중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민속음악을 활용한 곡들을 집중적으로 선보인다.

첫날 공연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작품은 한국에서 초연하는 진은숙의 ‘구갈론-거리극의 장면들’이다.

진씨가 2009년 지멘스 프로그램 후원으로 홍콩에서 한 달간 거주하며 그곳의 인상을 음악으로 표현해낸 작품으로, 어린 시절 한국 변두리 장터의 악극단이나 약장수 공연을 연상하며 만들었다.

진은숙씨는 “홍콩 거리의 첨단 빌딩들 사이에도 한국의 1960∼70년대 분위기가 그대로 살아 있어 놀랐다”면서 “노천시장 풍물들을 보면서 라디오도 TV도 즐길 수 없던 시절에 동네 사람들이 웃고 울었던 뜨내기 약장수들의 엔터테인먼트를 살려보았다”고 말했다.

‘커튼의 극적인 걷힘’으로 시작해 ‘대머리 가수의 애가’ ‘틀니를 끼고 히죽거리는 점쟁이’ ‘오두막을 둘러싼 춤’으로 구성된 이 작품으로 2009년 베를린 초연무대에서 청중들의 극찬을 받았고, 지난달에는 ‘모나코 피에르 대공 작곡상’까지 수상했다.

첫날에는 이 밖에도 헝가리 시인의 짧은 시에 붙인 리게티의 연가곡 ‘피리, 북, 깽깽이 사이로’를 메조소프라노 카탈린 카롤리가 협연하며, 한국의 젊은 작곡가 김희라의 ‘결’을 비롯해 민속음악 색채를 대표적으로 활용한 스트라빈스키의 노래곡, 유럽의 영향을 받지 않고 민속음악에 거의 직접적으로 노출된 멕시코 작곡가 실베스트레 레부엘타스의 곡도 아시아 초연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음악의 숙련된 해석자라는 평가를 받는 파스칼 로페가 서울시향을 지휘한다.
두 번째 공연은 엔리코 차펠라가 축구경기를 음악으로 표현한 ‘인게수’로 막을 연다. 멕시코가 브라질을 이겼던 1999년 FIFA(국제축구연맹) 컨페더레이션스컵 결승전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악기마다 당시 뛰었던 선수 이름을 부여해 직접적인 감흥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든 곡이다. 2009 윤이상국제작곡콩쿠르에서 1등상을 차지했던 마누엘 마르티네스 부르고스의 ‘시빌루스’도 흥미롭다. 터키 스페인 멕시코 네팔 알래스카 등지의 휘파람 소리를 차용해 만들었다.

곡의 규모가 방대하고 많은 금관악기가 등장해서 유럽에서도 자주 연주되지 못하는 레오시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도 레퍼토리에 포함됐다. 이 곡은 베스트셀러로 각광받는 일본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도입 부분에 언급돼 대중에게도 제법 알려진 작품이다.

이번 ‘아르스 노바’에서는 현대음악의 숙련된 해석자라는 평가를 받는 파스칼 로페가 서울시향을 지휘한다. 헝가리 출신 메조소프라노 카탈린 카롤리는 만년의 리게티가 그녀를 위해 작곡한 원작을 부른다.

한편 아르스 노바를 기획해 5년째 끌고 온 진은숙은 지난 9월30일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의 현대음악 프로그램 예술감독으로 선임됐다.

특히 아르스 노바 프로그램을 높이 평가해 선정한 것으로 알려져 한국의 현대음악 프로젝트가 유럽 무대에 역수출되는 개가를 올린 것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조용호 선임기자 jho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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