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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천득 탄생 100주년… 차남 수영씨 회고글 화제

입력 : 2010-06-04 19:55:46 수정 : 2010-06-04 19:5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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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친구 같았던 ‘아빠’ 한번도 ‘아버지’라 부른 적 없어” 올해는 잔잔한 일상을 아름다운 수필과 시로 승화시켰던 금아(琴兒) 피천득(1910∼2007) 탄생 100주년이다. 이를 기념해 지난달에는 탄생 100주년 기념 문학제가 열렸고, 지난 4일에는 피천득 탄생 100주년 기념 세미나가 마련돼 피천득의 문학과 인간적 면모를 재조명하는 자리를 갖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간행된 문예계간지 ‘대산문화’ 여름호는 금아의 차남 피수영(67·서울아산병원 신생아과 교수)씨가 아버지에 대해 회고하는 기고문 ‘금아, 나의 아버지’를 수록해 금아의 또다른 일상적 면모를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

◇타계 1년 전인 2006년 4월 중국 상하이에서 차남 피수영(왼쪽)씨와 포즈를 취한 금아 피천득.
피씨는 “언제나 친구 같이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아빠’였고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한 번도 ‘아버지’라 부른 적이 없다”면서 “아버지께서는 위엄을 내세우기보다는 밖에서나 집에서나 언제나 자상한 분이었다”고 먼저 소개했다. 그는 초등학교 1학년 시절 아버지의 연구실을 찾아가 놀던 기억을 되살리면서 “그때까지만 해도 여동생보다는 저를 더 사랑했던 것 같다”고 술회했다. 영원한 연인처럼 대했던 딸 서영씨에 대한 지극한 사랑은 금아의 글이나 여러 사람의 증언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바다. 이에 대해 피씨는 “아버지의 ‘시’를 읽으면 아버지가 당신의 엄마에게 사랑을 듬뿍 받을 나이에 어머니를 여의어 거의 고아로 자라셨고, 아버지의 아내(저의 어머니)께서 사교적이고 여성스러운 분이 아니셔서 딸을 특히 사랑하지 않으셨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아버지가 여인들을 좋아했다고 전했다. 일례로 “서울대 영문과 여학생들이 방문하면 어서 오라고 반기시며 오래도록 이야기를 하셨지만, 남학생들, 특히 성적이 안 좋은 남학생들이 찾아오면 문전박대하기도 하셨다”는 일화를 소개하면서 하지만 “거만을 떨고 잘난 체 하는 여인들은 아주 싫어했고 순박하고 예쁜 여인들 중에서도 대화가 잘되는 여인들을 좋아하셔서 이들과 함께 차를 마시며 문학 이야기 하는 것을 즐겼다”고 부연했다.

파리에서 지친 아버지와 함께 샹제리제를 걷던 중 “이 길이 천당 가는 길이라도 더 이상은 못 가겠다”고 했던 금아의 말을 떠올리며 그는 “천당 가는 길이 그렇게 힘이 든다지만 나의 착한 아빠는 지금 천당에 무사히 도착하시어 모든 고통과 걱정 없이 그토록 그리워하며 사랑하시던 당신의 엄마를 만나 편안히 지내시리라 믿는다”고 글을 맺었다.

4일 열린 세미나에서 이길원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장은 “장식품 하나 없는 작은 아파트에서 책과 더불어 지내셨던 소탈한 인품이 그립다”고 회상했고, 문학평론가 김우창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선생님은 군밤을 주머니에 넣고 걸으면서 먹는 것, 딸(서영)의 말소리, 선술집에서 풍겨오는 불고기 냄새를 좋아한 사람”이었다고 전했다.

조용호 선임기자 jho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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