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영문학자 김구슬 시인의 ‘현대 영미시 산책’ 영문학자이면서 시 쓰기도 병행하고 있는 김구슬(57·협성대 영문학과 교수·사진) 시인이 ‘현대 영미시 산책’(서정시학)을 펴냈다. 계간 ‘서정시학’에 4년 동안 연재했던 글들과 전문학술지 기고글을 모아놓은 이 책은 영국과 미국의 시인 12명을 깊이 다루었다.

1부는 영국편으로 토마스 하디로부터 W B 예이츠와 T S 엘리엇, 필립 라킨과 테드 휴즈, 지금까지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셰이머스 히니까지 6명을 등장시킨다. 시보다는 소설로 우리에게 더 익숙한 토마스 하디의 경우 김 시인은 “오랫동안 사람들은 하디의 시보다는 산문을 더 좋아했지만 생전에 1000편가량의 시를 쓴 그는 과소평가된 시인”이라고 규정한다. 하디는 기질적으로 비관적인 시인이었지만 “그의 시들은 영혼의 개선을 위한 질문이라기보다는 무관심한 우주의 무력함을 증명해 보이는 고통스러운 과정”이라고 김 시인은 보았다.

한국 T S 엘리엇학회 회장을 역임할 정도로 엘리엇에 관한 국내 독보적인 연구자로 평가받고 있는 김 시인의 엘리엇에 대한 평가도 흥미롭다. 그는 엘리엇이 평생 여성에 대해 보였던 이중적 태도는 “여성에 대한 두려움과 동정이 교차된 복합적인 정서 때문이었다”면서 “그것의 근원은 그의 시가 여성과 남성 공동의 다성적인 목소리로 들려주듯 서로 공감을 얻지 못해 겪게 되는 어쩔 수 없는 소외와 고독”이라고 기술했다.

2부는 미국편으로 월러스 스티븐스로부터 로빈스 제퍼스와 에이드리언 리치, 실비아 플라스와 로버트 하스, 최근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계 미국 시인 수지 곽 김 등 6명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미국 시사에서 여성 시인들이 차지하는 위치를 가늠하기 위해 이 중 3명을 여성에 할애했는데, 테드 휴즈와 운명적으로 만났다가 31세의 젊은 나이에 아이 둘을 남겨 놓은 채 자살한 실비아 플라스나 한국계 미국 여성시인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실비아 플라스의 자살은 휴즈의 배신 이전에도 이미 예견된 것이었는데 죽기 얼마 전에 씌어진 일련의 시, 이를테면 “죽는다는 것은/ 예술이다, 모든 일에서처럼,/ 나는 그 일을 아주 잘 해낸다.”(‘Lady Lazarus’)나 “그 여인은 완벽해졌다/ 그녀의 죽은// 육신은 성취의 미소를 머금고 있다”(‘Edge’) 같은 시들을 김 시인은 근거로 제시했다.

이 책에서는 선시(禪詩)로 일가를 이루었던 김달진(1907∼1989)의 막내 여식인 김 시인이 스티븐스나 제퍼스 같은 미국 시인들의 시를 동양시학의 프리즘으로 들여다보는 대목도 눈여겨 볼 만하다. 동양시학뿐 아니라 디아스포라, 여성시학의 관점도 이 책의 특징이다. 김 시인은 “그간 영미시를 다룬 여러 권의 책들이 국내에 소개되었지만 현대 영미시인들을 집중적으로 다룬 저술은 그리 많지 않았다”면서 “일반 독자들은 물론 자신의 세계를 넓히고자 하는 한국의 젊은 시인들에게도 신선한 즐거움을 느끼게 할 수 있다면 참으로 기쁘겠다”고 밝혔다.

조용호 선임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이브 장원영 '빛나는 미모'
  • 아이브 장원영 '빛나는 미모'
  • 트리플에스 지우 '매력적인 눈빛'
  • (여자)이이들 미연 '순백의 여신'
  • 전소니 '따뜻한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