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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사람] 국립문화재硏 천연기념물센터 임종덕 학예연구관

입력 : 2010-03-01 22:19:44 수정 : 2010-03-01 22: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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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화석지 자연유산 등재 국민·언론 관심 가졌으면…”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공룡을 좋아해요. ‘쥐라기 공원’이나 ‘아기 공룡 둘리’ 같은 영화나 애니메이션의 영향이 크겠지요. 그런데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에 1억년 전 다양한 공룡들이 살았으며, 이러한 흔적들이 곳곳에서 발견돼 공룡학자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는 것을 잘 알지는 못해요. 공룡화석들을 잘 연구·보전해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등재만 하면 세계적인 자연관광지를 가질 수 있지요. 이 경우 관광수입 등 엄청난 유·무형의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공룡박사’인 임종덕 학예연구관은 “모두가 밴쿠버 동계올림픽 쾌거에 열광하듯이 우리나라의 화석지가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지정돼 세계적인 자연관광지를 갖는 ‘또 다른 금메달’에도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원 기자
문화재청 산하 국립문화재연구소 천연기념물센터 학예연구관 임종덕(43) 박사는 전국의 공룡 발자국을 찾아다니며 공룡의 화석지와 그 가치를 국내는 물론 전 세계인들에게 알리는 ‘공룡 전문가’다. 공룡 발자국 화석도 우리가 발굴·보전해야 할 소중한 자연유산이기 때문에 그의 일 역시 연구소의 주요한 업무 가운데 하나다.

그는 지난해 9월에는 중생대 공룡화석산지 기초학술조사를 하던 중 경북 군위군의 약 9000만년∼1억1000만년 전 지층에서 지금까지 알려진 것 가운데 가장 큰 익룡 발자국 화석을 찾아내는 개가를 올려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 발자국은 길이 354㎜, 폭 173㎜로 전형적인 익룡 앞발자국의 특징인 비대칭형 세 발가락이 선명했다. 그는 이 익룡 발자국 등 그간의 연구결과를 오는 10월 미국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에서 열리는 세계척추고생물학회에 참가해 발표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경남지역 공룡 발자국 화석지를 돌며 발굴작업을 하느라 여념이 없는 그를 지난달 26일 서울 고궁박물관에서 만났다. 그는 그가 속한 국립문화재연구소가 공을 들이는 남해안 공룡 화석지의 세계 자연유산 등재를 위한 작업에 언론은 물론 국민이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경남 고성, 전남 보성·해남·여수·화순, 이 지역은 중생대 백악기에 살았던 다양한 공룡들의 발자국이 곳곳에 선명히 남아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공룡알과 익룡발자국을 분석할 수 있는 퇴적층이 잘 보전되어 세계적인 자연유산이 될 만합니다.”

그가 말하는 남해안 공룡화석지는 2002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 이후 200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최종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지금까지 공룡과 관련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곳은 공룡 골격화석으로 등재된 캐나다의 공룡주립공원뿐이다. 공룡발자국으로 세계자연유산 등록을 신청 준비 중인 나라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스페인, 포르투갈 3개국이다.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의 보전 노력, 국민적인 관심이 세계자연유산 지정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BK21교수로 재직하다 2006년부터 학예연구관으로 자리를 옮겨 일하고 있는 그는 지금까지 공룡·익룡·시조새·돌고래·신생대 육식동물과 같은 척추동물화석 연구로 국제학술지에 20여편을 게재하고 50회 이상의 국제학회 발표한 세계적인 척추고생물학자다. 2006년부터는 방송국 다큐멘터리나 프로그램 자문을 하고 있고 국내외 자연사 박물관, 공룡박물관, 국제공룡학술대회 등 공룡 관련 행사의 학술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공룡에 조금만 관심을 갖게 되는 이는 자연스럽게 ‘공룡박사’인 그의 이름을 만나게 된다.

흔히 작은 한반도에 무슨 공룡화석이 그리 많겠느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몰라도 공룡화석지로서 우리나라의 가치는 세계의 학자들이 주목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1982년 1월 경남 고성군에서 최초로 공룡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이래 우리나라에서 26년 동안 중생대 백악기 지층에서 최소 1만개 이상의 공룡발자국 화석이 발견됐다. 고성군의 화석 수만도 5000개가 넘는다. 공룡발자국 화석의 숫자와 규모, 보존 상태, 다양성, 학술적·경관적 가치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공룡발자국을 비롯해 공룡뼈와 이빨, 공룡알, 익룡, 악어, 거북, 어류 등 다양한 척추동물의 화석이 계속 발견되고 있는데, 이 때문에 공룡화석을 연구하기 위해 외국에서 한국으로 유학을 오기 시작했으며, 외국의 저명한 과학 전문잡지나 저널리스트들도 앞다퉈 연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어떻게 ‘공룡박사’가 됐는지 궁금했다. “고래나 상어 등 해양생물을 연구하고 싶어 성균관대 생물학과에 진학했어요. 대학 3학년 때 유럽 여행을 하다 이곳의 자연사박물관에서 진짜 공룡의 화석을 보고 공룡에 매료됐어요. 이때부터 직접 공룡화석을 발굴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이후 그는 미국 네브래스카주립대에서 자연사박물관학으로 석사를 취득하고 캔자스대학교에서 척추고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아 한국인 최초로 2000∼2001년 이 대학 자연사박물관 화석전문연구원으로 일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공룡을 공부하면서 우리나라도 공룡화석의 보고란 사실을 알게 되면서 고국에서 한반도의 공룡을 연구하고 싶어 귀국을 결심했다.

하지만 귀국을 준비하면서도 미련이 적지 않았다. 2002년 당시 와이밍주 한 농장에서 카마라사우르스 공룡 4마리의 화석을 발견한 후에 다른 종의 공룡화석이 묻혀 있을 것이란 예감 때문이었다. 농장 주인에게 “한국에서 화석 발굴을 후원해 줄 사람을 찾아올 테니 그때 땅을 다시 빌려 달라”고 요구했다.

귀국 후 후원자의 도움으로 다시 현장을 찾아 쥐라기 공원에 등장하는 목이 긴 초식공룡인 브라키오사우르스의 화석을 발견했다. 그것도 머리뼈를 제외한 몸 전체를 완벽히 보전한 채로였다. 미국을 몇 차례 오가며 발굴프로젝트를 진행한 지 3년 만에 이 화석을 컨테이너에 싣고 태평을 건너왔다. 이 브라키오사우르스의 화석은 그와 그의 후원자의 노력으로 계룡의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그에게 수천 년 전에 멸종돼 지구상에 없는 공룡을 연구하는 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물었다. 임 연구관은 최근의 아이티 지진을 예로 들며 설명했다.

“지구상에 멸종된 공룡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환경이 앞으로 어떻게 바뀌고 어떤 대비를 해야 하는지 교훈을 줍니다. 과거에 생존했던 공룡을 통해 지구 환경을 보전하고 지구의 역사를 이해하게 되지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닥칠 우리의 미래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지요.”

공룡 발자국을 보고 초식공룡인지 육식공룡인지 구별할 수 있는 방법도 설명했다.

“초식공룡 조각류(鳥脚類·Ornithologic)의 발자국은 앞으로 향한 세 개의 뭉툭한 발가락과 완만한 곡선을 가진 발뒤꿈치를 가집니다. 이에 비해 육식공룡인 수각류(獸脚類·Thereto)의 발자국은 앞으로 향한 세 개의 발가락 끝에 날카로운 발톱 자국이 선명하게 남고, 발뒤꿈치가 조각률에 비해 좁고 뾰족한 모양이 특징이지요. 긴 목과 큰 몸집을 가지며 네 발로 걷는 초식공룡인 용각류(龍脚類·Saguaro)의 앞발과 뒷발의 크기가 서로 다른 발가락의 형태를 볼 수 있으므로 어느 방향으로 향해 걸어갔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어요. 남해안에서 발견되는 공룡발자국 가운데 대다수는 초식공룡인 조각류나 용각류이며, 수각류 공룡발자국은 드물어요.”

그는 국민들이 세계적인 자연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지닌 우리나라 공룡화석지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적인 관심이 전국에 산재한 다양한 공룡 발자국이나 화석에 대한 제보로 이어지고, 이런 분위기가 발굴 및 연구성과로 쌓이면 머지않아 공룡화석지를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룡화석지를 잘 활용하면 우리도 머지않아 미국의 그랜드캐니언 옐로스톤 국립공원 같은 세계인들이 몰려드는 자연관광지를 갖게 될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우리나라의 공룡에 주목해야 합니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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