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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기독교인들 형제애 더 많아져야”

입력 : 2010-02-16 19:55:36 수정 : 2010-02-16 19:5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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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MCA ‘목요 성서강좌’… 이현주 목사의 ‘예수에게 길을 묻다’ “‘전 민족 복음화’라는 건 말도 안 됩니다. 예수는 우리에게 소금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인구 4분의 1 이상이 소금이면 그 짠 소금덩어리를 어떻게 먹습니까. 예수는 단순한 (숫자)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로 만나야 됩니다. 전 민족 복음화를 외치는 사람이라면 진정한 크리스천이 아닌 거지요.”

◇검정 털고무신 차림에 단소를 들고 강단에 올라선 이현주 목사는 “어떻게 하면 이 단소처럼 주인(하나님)이 나를 마음놓고 쓰시게끔 나를 죽일 수 있느냐가 내 기도의 숙제”라고 말했다. ‘드림 실험교회’라는 이름으로 야외에서 열던 예배를 최근 중단했다는 이 목사는 성경 강좌나 설교를 요청하는 곳은 어디든 거절하지 못한다고 했다.
남제현 기자
이현주(66) 목사가 지난 11일 오후 7시 서울 YMCA 강당에서 대중과 함께 성경 속 길찾기에 나섰다. 이날 ‘예수에게 길을 묻다’라는 제목으로 열린 강좌는 6월17일까지 격주 목요일 열리는 ‘2010 목요성서강좌’의 첫번째 순서였다. 지난해 말 이 목사의 강의로 20년 만에 부활한 목요강좌는 1960∼70년대 다석 유영모 함석헌 등이 동서양의 종교와 철학을 아우르던 자리. 지난해 ‘성서를 통해 보는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이 좋은 반응을 얻자 YMCA 측에서 10회에 걸쳐 본격적으로 마련한 마당이다. 설연휴 전날 밤에 열린 강좌지만 60여명의 시민이 자리를 채우고 이 목사의 강의에 귀를 기울였다. 감리교 출신 목사이자 동화작가로서 유교·불교·도교를 두루 섭렵한 것으로 유명한 이 목사는 이날 성서에 나타난 그리스도의 정신을 통해 이 시대에 필요한 기독교인의 자세에 대해 환기시켰다.

“성경 공부가 내 삶에 변화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심각하게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서두를 연 이 목사는 “내가 너에게 무엇이냐”고 제자들에게 물었던 예수의 질문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사람들이 나에 대해 무어라 하더냐’고 물은 예수는 제자들의 대답에 일언반구 없이 바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습니다.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는 질문이었는데,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성경을 읽는 핵심이지요. 사람이 누군가에 대한 정보를 안다고 해서 진리를 알 수는 없지요. 같이 춥고 배고프고 욕도 먹고, 그렇게 관계를 맺고서야 그를 알 수 있다고 하겠지요.”

교리보다 진리에 다가가는 자세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이 목사는 한 일화를 소개했다. 동화작가 권정생씨가 살던 안동 시골마을의 한 할머니가 세례를 받기 위해 교리 공부를 했다. 하지만 정작 교리문답에서 ‘예수가 누구시오?’라는 목사의 질문에 당황한 할머니는 고심 끝에 ‘내 오빠요’라고 답했다는 사례다. “예수님도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르고 나도 하나님 아버지라고 부르니, 예수는 내 오빠가 아니냐는 겁니다. 그 말을 들은 권정생 선생이 ‘교리를 몰라 세례를 못 받았지만 할머니는 천국에 갑니다. 오빠 빽으로 갑니다’라고 했다지요.”(웃음)

이 목사는 배타적인 우리 기독교인들에게 형제애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제이자 심리학자인 헨리 나우웬은 ‘하나님에겐 손자가 없다’고 했다. 보이지 않는 것을 중심에 두는 영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에겐 하나의 아버지 안에 모두가 한 형제이기 때문이다. 이 목사는 화가인 후배에게도 “네가 혼자 그렸냐”는 질문을 자주 하곤 한다. 그는 “화가가 혼자 어떻게 그리느냐. 소나무 화가이면 소나무라는 오브제, 대상이 있어야 하며 붓과 화구가 있어야 그리는 것이다. 이 세상에 나 혼자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강연장은 단소 공연장으로 바뀌기도 했다. 충북 충주의 집에서부터 이 목사와 함께 상경한 단소를 보고 청중의 요청으로 이뤄진 연주였다. 이 목사는 “이 단소가 저 혼자 소리를 못 내는 것처럼 이현주도 저 혼자서는 설교를 못한다는 가르침을 줬다”고 했다. “세상의 모든 존재엔 주인이 없습니다. ‘내 소리다’라고 말할 수 있는 소리가 없기 때문에 ‘하느님의 소리’라고 표현하지요. 그래서 ‘하느님만 섬겨라’는 말은 즉 ‘그 누구도 섬기지 말라’는 얘기라 생각합니다. ‘십자가를 지라’는 말씀은 꼭 고난의 길을 걸어라는 말이 아니에요. 쓰임받도록 ‘나를 죽이라’는 얘기지요.”

이날 청중석에서 반기독교시민운동연합의 버스 광고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나는 자신의 창조물을 심판한다는 신을 상상할 수가 없다’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말을 인용한 광고가 기독교인에게도 시사점이 있는 말 아니냐며 견해를 물은 것. 이에 대해 이 목사는 “반기련이 기독교인을 돕고 있다. 반대는 반대하는 쪽에 힘을 실어주기 때문”이라면서 하느님 뜻대로 ‘모든 것이 잘될 것이다’라고 마무리지었다. 더불어 14세기 영국 은수자인 놀위치의 줄리안이 수행 중 올렸다는 기도문을 소개했다.

“첫번째 기도는 예수의 십자가 형장에 있던 이들이 받은 것과 같은 (회개의) 아픔을 겪게 해달라는 것, 두번째 기도는 죽을 것 같은 (신체적) 고통, 세번째는 누군가를 사랑하기 때문에 받아야 할 상처, 즉 내 뜻이 아닌 당신 뜻대로 하기 때문에 내가 받을 상처를 달라”는 내용이었다. “줄리안 수녀는 그 기도 끝에 ‘모든 것이 잘될 것이다’라는 하느님의 응답을 듣게 됐다고 합니다. 우리의 기도법도 ‘∼를 제게 주십시오’에서 ‘나를 통해서 당신이 임하게 해달라”는 기도로 나아가야 합니다.” (02)732-2941

김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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