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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기의 신의 대화] 병주고 약주는 스타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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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1-31 20:03:48 수정 : 2010-01-31 20: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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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꽉 조여 하지정맥·부종 일으켜
피 올려주는 의료용 스타킹으로 치료
이른바 ‘신분 상승’의 원조 격인 신데렐라 이야기의 원작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유리 구두 이야기 대신 동화답지 않은 잔혹한 내용도 있다고 한다. 발이 작은 여성을 신붓감으로 염두에 두었던 왕자가 아주 작은 털 슬리퍼를 이용해 신붓감 후보들의 발을 쟀다. 이 털신에 발을 맞추기 위해 큰 언니는 엄지발가락을 잘라 겨우 털신에 발을 끼워 넣는 데 성공했지만 곧 들통나 쫓겨났고, 작은 언니도 발뒤꿈치를 잘라내면서까지 간택받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결국, 발이 작았던 신데렐라가 왕자와 결혼하게 됐다는 것이다.

영국의 동물행동학자인 데즈먼드 모리스는 그의 저서 ‘벌거벗은 여자’에서 ‘신데렐라’ 속 왕자가 일종의 풋 페티시즘(Foot Fetishism) 성향을 보이는 사람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신의학 용어인 페티시즘은 ‘물신숭배’를 뜻하는데, 이성과의 성적인 관계보다는 특정 물건이나 신체 부위에서 성적 쾌감을 얻는 일종의 도착 현상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왕자처럼 작은 발에 집착하는 사람도 있고, 다른 신체 부위나 신발·속옷·의류 등 물건에 집착하는 경우도 있다.

연세SK병원 대표원장
특히 스타킹은 대표적인 페티시 대상이라 할 수 있다. 흔히 남성들이 짧은 치마에 열광하는 이유는 바로 성적 상상력을 자극하기 때문인데, 스타킹은 다리의 각선미를 더욱 부각시켜 이른바 성적 잠재력을 끄집어내기 때문에 심한 경우 도착(倒錯)으로까지 이어진다.

이 때문일까. 페티시까지는 아니더라도 많은 남성들의 시선은 본능적으로 여성의 다리를 향하게 되고, 각선미를 돋보여 시선을 잡아끌기에 좋은 스타킹도 덩달아 인기를 끈다. 이제 스타킹은 패션 소품이라기보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독창적인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스타킹 착용 역시 너무 맵시만 생각하다가 건강을 해칠 수도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스타킹이나 레깅스같이 다리를 꽉 조이는 의상은 다리의 혈액 순환을 방해해 하지정맥류나 다리부종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

그렇다고 다리를 죄는 것이 다 몸에 나쁘지만은 않다. 어떻게 조이느냐에 따라 약이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스타킹으로 인해 생긴 병을 스타킹으로 치료할 수도 있다. 의료용 스타킹은 발목에서부터 허벅지까지 올라가면서 압력이 서서히 약해지도록 특수하게 설계됐다. 다리에서 심장으로 올라가는 정맥의 피를 올려주는 데 효과가 좋아 하지정맥류나 심부정맥혈전증의 치료에 쓰인다. 또 세포간질의 압력을 높이고 부종액과 단백성분의 재흡수를 촉진시켜 림프 순환을 돕고 다리가 붓는 부종 증세를 감소시킨다. 이 치료용 스타킹은 장기간 착용하면 종아리가 날씬해지는 미용적인 효과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단, 의료용 스타킹은 증세와 용도에 따라 적정한 압력이 다르기 때문에 전문적인 진단을 받고 사용하는 것이 좋다.

심영기 연세SK병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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