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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진기자의 책갈피]‘책 읽어주는 남편’과 ‘밑줄 긋는 여자'

입력 : 2009-07-10 17:36:12 수정 : 2009-07-10 17:3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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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신경과학자이자 아동발달학자인 미국 매사추세츠주 터프츠대학 엘리엇 피어슨 교수는 최근 번역된 ‘책 읽는 뇌’(살림)에서 “인류는 책을 읽도록 태어나지 않았다”고 단정하며 “독서는 뇌가 새로운 것을 배워 스스로를 재편성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인류의 기적적인 발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밥상머리 대화가 행복하게 책을 읽는 아이로 자라게 한다”고 자녀 독서교육에서의 부모의 역할을 강조했다.

‘성인 28% 1년에 책 1권도 안 읽는다’는 충격적 제목으로 얼마 전 소개된 ‘2008년 국민독서실태 조사 결과’로 심란한 마음에 촉촉이 내리는 단비와 같다. 이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인들의 연평균 독서량은 11.9권으로, 12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도서 구입비도 1년에 1만원이 채 안 된다. 인정하기 싫은 조사 결과지만 엄연한 우리의 현실이다.

그렇지만 좌절은 금물이다. 이번 주에 나란히 출간된 세 권의 권독서 책이 눈길을 끌기 때문이다. ‘책 읽어주는 남편’(허정도 지음, 예담)과 ‘밑줄 긋는 여자―떠남과 돌아옴, 출장길에서 마주친 책 이야기’(성수선 지음, 웅징윙스), 그리고 ‘독서가 마음의 병을 치유한다―체험형 독서치료 이야기’(김정근·김경숙·김은엽 외 지음, 한울) 등이 그것이다.

‘책 읽어주는 남편’은 끊임없는 대화와 배려로 30년째 한결같이 첫 마음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부부의 이야기이다. 누구나 가슴속에 소설 한 편씩을 품고 산다고 하지만, 이들 부부의 이야기는 굳이 꾸미지 않아도 향기롭고 아름다운 동행기이다. 건축가이자 언론인인 저자는 ‘창문 너머 산자락이 내다보이는 조용한 방에 앉아 아내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을 부부간의 대화를 풍부하게 하고 정을 나누는 소박한 행복의 비결이라고 공개했다. 권태기에 이른 부부는 지금 당장 실천해 봄직하다.

‘나는 오늘도 유럽 출장 간다’의 저자이기도 한 성수선의 ‘밑줄 긋는 여자’는 삶과 책이 함께 어우러진 생활밀착형 독서에세이다. 실제로 대기업에서 날마다 쏟아지는 업무와 까칠한 인간관계에 시달리는 직장인인 저자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과 공지영의 에세이를 똑같이 온몸으로 읽어 실생활에 활용될 수 있도록 체화시킨다. 나아가 책을 소재로 자신의 일과 일상의 달콤쌉싸름한 맛까지도 형상화시킨다. 삶과 책이 하나가 되는 그의 현장독서기를 읽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그래도 계속 가라’란 긍정의 힘을 믿게 된다.

‘독서가 마음의 병을 치유한다’는 느낌이 존중되는 독서, 곧 체험형 독서를 고양하고 많은 독자들이 이를 기반으로 스스로 혹은 그룹 안에서 독서치료 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실행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안내서다. 지식 습득을 목적으로 하는 지식형 독서와는 달리, 치유 효과를 맛본 사람들의 체험담이 가득한 마음 치유서인 셈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부부관계가 서먹서먹하고, 서점엘 가도 뭘 사서 읽어야 할지 막막하고, 뚜렷한 이유 없이 마음이 허전한 사람은 한번쯤 책장을 넘겨볼 만한 책들이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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