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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연구가 이상현씨 "현대적 가치 반영한 멋진 한옥 짓는게 꿈"

입력 : 2009-06-25 16:52:24 수정 : 2009-06-25 16:5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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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에 얼마나 이야깃거리가 많은지 아세요? 한옥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역사예요.”

한옥연구가 이상현(45·사진)씨는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한옥을 쉽게 알려주는 ‘한옥 선생님’으로 유명하다. 대한주택공사에 다니던 평범한 공무원이었던 그는 이제 한옥 공부를 하며 아예 연장을 잡고 목수일도 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행정을 전공하고, 철학과 문학에 심취해 있던 그는 자신을 ‘짬뽕인생’이라고 칭한다.

“주택공사 근무 당시 재개발지구에서 생활 문화적 시스템을 전혀 고려치 않는 마구잡이 철거현장을 많이 봤어요. 서민의 주거지를 없애면 안 된다는 목소리는 소수의견으로 무시됐고요. 그 과정에서 한옥도 거의 사라졌습니다.”

소설을 쓰기 위해 직장을 관둔 뒤 글쓰기에 전념하던 어느 날 ‘운명의 장난’처럼 또 한옥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 용인민속촌 안에 들어가 전시물로 전락한 한옥이었다. 그는 “한옥은 내가 어린 시절 살던 곳이었는데 불과 30∼40년 사이에 한옥이 민속촌 안에 박제된 것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 무렵부터 그는 충남 홍성으로 귀농해 한옥 공부를 시작했다. 전국의 한옥 건설 현장을 돌며 쉽게 알려주지 않는 ‘비법’을 익혔다. 그동안 모은 지식을 정리해 쓴 책 ‘즐거운 한옥읽기 즐거운 한옥짓기’에는 한옥의 역사와 문화 등 인문학적인 내용과 함께 한옥을 만드는 데 필요한 세밀한 기술까지 넣었다.

“한옥의 ‘하드웨어’를 알면 마음에 와닿는 부분이 굉장히 넓어지죠. 하지만 한옥 짓는 분들의 맥은 거의 끊기다시피 했더군요. 궁궐이나 사당 등 고건축 쪽으로 명맥이 유지되다가 한옥 바람이 불면서 여기 저기서 한옥을 시작한 것이 최근의 일이에요.”

그는 요즘 강의를 할 때마다 시간을 초과해 질문을 받을 정도로 한옥에 대한 사람들의 높은 관심을 실감한다. 직접 한옥을 지어 살고 싶다는 사람이 상당수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주변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주택공사의 한옥아파트 등 아파트에 한옥 인테리어를 도입하는 최근의 여러 시도는 대중화라는 측면에서 고무적이다.

그는 “한옥은 항상 진화해왔으며, 지금 시점에서는 우리의 생활방식에 맞는 또 다른 형태의 한옥이 나와야 한다”면서도 “한옥아파트의 평면을 보면 안채와 사랑채 개념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런 형태의 집은 성리학이 시대정신일 때 지어진 집이므로 양성평등·개인존중과 같은 현대의 가치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지식과 기술을 바탕으로 ‘멋진 한옥’을 지어보는 것이 그의 꿈이다. “정책적으로 한옥이 죽을 수밖에 없었던 1960∼70년대에 세계는 반대로 민속주택에 눈을 돌렸는데, 그 시점을 잘 살렸다면 지금쯤 멋진 현대한옥의 모델이 탄생했을 겁니다. 안타깝지만 늦지는 않았다고 봐요. 현대한옥 모델을 만드는 데 저도 동참하고 싶어요.”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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