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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웅 교수의 굿모닝 미즈] 복압성 요실금

입력 : 2009-06-09 09:40:57 수정 : 2009-06-09 09:4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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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워도 맘껏 웃지도 못했는데…그물식 테이프 삽입해 웃음 찾아
주 웅 교수 이화여대여성암전문병원 부인암센터
1327년 겨울, 유명한 베네딕트 수도원에서 변시체가 발견되고, 사건 해결을 위해 수도사 윌리엄이 수도원에 긴급 투입된다. 월리엄의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하나 둘씩 시체들이 발견되는데 희생자들은 모두 수도원의 장서관(藏書官)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결국 윌리엄이 찾아낸 직접 사인은 독살. 장서관의 책 중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2권인 ‘희극’이라는 책 페이지 끝에 독이 발라져 있어 침을 묻혀 책장을 넘긴 사람들이 고스란히 죽고만 것이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편 소설 ‘장미의 이름’은 웃음을 금기시하고 웃음에 대한 책을 금서로 지정했던 중세의 숨막힘을 그리고 있다. 엄격한 규율과 굳건한 신분제로 세상을 통제해야 했던 중세 시대 종교 지도자들은 웃음이 가져다주는 활력과 행복을 익히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천금 같은 웃음을 맘껏 즐기지 못하는 여성 질환이 있다. 도무지 웃을 기분이 들지 않는 우울증도 아니요, 얼굴 피부가 너무 당겨져 주름이 잡히질 않는 성형 직후의 상태도 아닌 ‘복압성 요실금’이 바로 그것이다. ‘복압성 요실금’이란 요도 주변의 지지 조직들이 약해져서 골반에 힘이 들어가는 상황이 생기면 불가항력으로 소변이 새 나오는 질환을 말한다. 복압성 요실금은 크게 웃거나, 재채기를 하거나, 줄넘기를 하거나, 혹은 필드에서 티샷을 하거나 하여 순간적으로 아랫배에 힘을 줄 때 속옷에 소변이 찔끔 새 나오는 것으로, 죽을병은 아니지만 남모르는 고민 거리로 상당히 골치 아픈 질환이다.

복압성 요실금은 긴장성 요실금이라고도 불리는데, 여기서 ‘긴장’이란 앞서 예를 든 바와 같이 신체적인 근육 상태가 긴장된다는 것이지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초조하여 긴장된다는 것이 아니므로, 면접시험이나 중요 행사를 앞두고 안정이 되지 않아 소변이 마렵게 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임을 알 수 있다.

임상 연구들에 따르면 복압성 요실금의 치료는 골반근육 강화 운동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좋은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규칙적이고 꾸준한 운동을 해야 하는데, 이 이치는 피트니스 클럽에서 몸매 가꾸기를 할 때와 똑같다. 즉 하루 이틀 다니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결석하고 나태해져서 결국 포기하게 된다면 골반근육 역시 복근처럼 아무런 변화를 보여주지 않는다.

이 밖에도 요도의 잠금 기능을 보강해주는 약물 치료와 요도 주변 지지 구조를 강화해 주는 수술 치료가 있는데, 복압성 요실금은 수술 치료의 효과가 매우 크게 나타나 환자나 의사 모두 선호하는 추세이다. 요도 하부에 가느다란 그물식 테이프를 삽입하는 수술은 수술 시간도 짧고 회복도 빨라 세계적으로 많이 시행되고 있다. 복압성 요실금은 본인이 알리기 전에는 드러나기 힘든 질환이다. 힘들지 않은 치료 과정으로 마음껏 박장대소할 수 있다면 참을 이유가 없다.

이화여대여성암전문병원 부인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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