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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죽여주는 이야기' 연출 이훈국 "자살 사라지는 그날까지 쭉∼”

입력 : 2009-02-16 17:07:28 수정 : 2009-02-16 17: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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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 초연이후 10월부터 장기공연 돌입
“자살은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 보여주고 싶어”
“요즘 경기가 힘들어서인지 웃음을 더 원하는 거 같아요.”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의 연출가 이훈국(32·사진)씨는 작품의 꾸준한 인기 비결을 ‘유쾌한 웃음’ 덕으로 돌렸지만 “웃음 안에 뼈도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가 지난해 1월 극단 틈을 꾸린 뒤 처음으로 올린 작품이 ‘죽여주는 이야기’이다. 지난 5월 초연한 뒤 몇 번의 앙코르 공연 끝에 10월부터 서울 대학로 셰익스피어극장에서 장기공연에 돌입했다. 올리자마자 금세 작품을 내려야 하는 요즘 상황에서 괄목한 만한 성과였다.

그가 정식으로 무대에 올린 첫 작품이기도 한 ‘죽여주는 이야기’는 자살을 다룬다. 사회적 이슈가 될 만큼 자살률이 높은 우리 사회에 죽음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싶은 욕심이 나서다. 죽음이 있어야 삶이 있고, 삶이 있어야 죽음이 있기에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조망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생각할 ‘틈’을 주고 싶었다.

“자기 연민으로 시작되는 자살이 잘못된 것임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자살을 생각했다가도 막상 죽어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 살고 싶어지는 게 인간이잖아요.”

블랙코미디의 형식을 띠지만 작품 곳곳엔 자살사이트, 연예인 자살, 종교 등을 통해 비틀어진 사회의 단면을 고발하는 데도 머뭇거리지 않는다. 이번 무대에선 두 가지 버전이 올라가는 것도 특징이다. 세 배역 중 마돈나 역을 여배우와 여장한 남자배우가 번갈아 오르며 무대 위 이야기도 그에 맞춰 바꿨다. 그 역시 연출가 겸 배우이기 때문에 배우가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작품 구조는 꽉 짜여져 있기보다 배우에 따라 즉흥연기를 펼칠 수 있도록 느슨하게 풀어놨다. 연출은 이제 시작이지만 배우는 14년째다. 연출가로 막 발을 내디딘 그에게 요즘 가장 신기한 일은 본 관객이 또 보러 오는 것이라고 한다.

아직 갈 길은 멀다.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가 자리 잡히는 대로 뮤지컬, 영화로도 제작할 예정이다. 이미 부산을 출발점으로 지방 공연이 진행 중이다. 반응이 좋은 만큼 작품에 대한 욕심도 이전보다 커졌다. 그는 “‘죽여주는 이야기’는 자살이 사라지는 날까지 쭉 간다”며 “단순히 웃음을 주기보다 한 사람에게만이라도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주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윤성정 기자 ys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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