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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이익 앞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야비함과 음흉함

입력 : 2008-09-19 17:46:05 수정 : 2008-09-19 17:4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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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문학수첩작가상 수상작인 주영선(42·사진)씨의 장편 ‘아웃’(문학수첩)이 단행본으로 나왔다.

‘위현리’라는 시골마을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에피소드를 담은 작품이다. 농촌을 배경으로 했지만, 훈훈한 인심이나 이웃 간 끈끈한 정을 담은 ‘전원일기’는 아니다. 작가 주씨는 농촌에 대한 낭만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인간 군상의 야비함, 음흉함을 드러내는 데 치중한다. 추악함의 주체가 시골 아낙, 할머니, 할아버지라는 설정은 인간 본성을 직시하게 하는 데 상당한 효과를 발휘한다.

소설 속 화자는 위현 보건진료소의 여소장이다. 소장에겐 직위와 의술이 있지만, 텃세 앞에서는 가련한 희생양일 뿐이다. 시골에 휴머니즘은 없다. 68세의 박도옥 할머니는 새 보건소 기공식 때 자신이 기증한 시계가 걸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장을 들볶는다. 결국, 시장에게 진료소장을 교체하라는 민원을 넣는다. 소장이 추진하는 일은 늘 장애에 부딪힌다. 시에서 권고한 사업인 ‘노인 체조’ 참여자를 모으기 위해 소장은 자비로 식사를 대접해야 했다. 그래도 정원이 차지 않자 소장은 마을 기독교 모임에 협조를 구하지만, “그게 맨입으로 되나”란 말에 의욕을 잃는다. 그들은 소장에게 교회에 나올 것을 대가로 요구한다. 시골 사람들의 편협함과 억지에 소장은 환멸을 느낀다.

작은 이익 앞에서 ‘우리’란 이름으로 단합하고, 그 외의 사람들을 쉽게 ‘아웃’시키는 시골 마을은 도시보다 훨씬 을씨년스럽다. 하지만, 인간 모두가 속물인 것은 아니다. 보건소 공사 때, 현장소장은 자폐아 딸 때문에 힘겨워하는 진료소장을 위해 진료실에 다락방을 만들어준다.

심사위원인 소설가 오정희씨는 작품에 대해 “고립된 작은 공간과 시간 안에서 삶을 포박하는 음험한 힘과 그 파괴력을 형상화했다”고 평했다.

심재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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