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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 '언청이' 수술하면 걱정 끝

입력 : 2008-04-19 11:22:15 수정 : 2008-04-19 11: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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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전(왼쪽)과 후.
김모(35·주부)씨는 최근 기다리던 첫아들을 낳았다. 시부모님이나 남편도 많이 기다리던 아이인 만큼 기쁨이 작지 않았다.

그런데 출산 며칠 후 담당 의사로부터 아이가 ‘구순구개열’ 증상이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언청이 아니냐”는 주변의 반응에 충격도 작지 않았다. 하지만, 증세도 심각하지 않은 데다 요즘은 치료법이 발달해 성장기에 제대로 돌봐주면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사의 말에 다소 마음이 놓였다.

김씨의 아들과 같이 구순구개열 증상으로 치료를 받는 어린이들이 적지 않다. 한때는 사회적인 편견과 오랜 치료기간으로 고민을 많이 했으나 이제는 적절한 시기에 수술하면 정상인 수준으로 회복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의들의 얘기다. 선천성 기형의 일종인 구순구개열의 증상과 치료법에 대해 살펴봤다.

◆신생아 800명 중 한 명꼴로 생기는 선천성 기형이다=태어나면서부터 윗입술 또는 입천장이 갈라지는 것을 말한다. 이 가운데 입술이 갈라지면 ‘구순열’이다. 토끼의 윗입술과 비슷하다고 해 토순(兎脣)이라고도 불린다. ‘구개열’은 입천장이 갈라지는 것이다. 대개는 두 가지가 함께 오는 경우가 많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최근 가톨릭 의대에 의뢰해 전국 18개 병원에서 진료받은 임신 20주 이상의 태아 3만1272명을 분석한 결과, 932명(2.98%)이 선천성 기형인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 중 구순구개열은 ‘다운증후군’(1만명당 15.69명)에 이어 2위(1만명당 11.51명)로 나타날 정도로 대표적인 선천성 기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신생아 약 800명 중 한 명꼴로 이 같은 기형을 갖고 태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 이런 기형은 왜 생기는 것일까. 전문의들은 일부 유전적인 요인, 임산부의 바이러스 감염이나 부신 피질 호르몬이나 항생제 복용, 태아에 전달되는 산소의 부족, 산모의 음주와 흡연 등 다양한 원인이 작용한다고 말한다.

임신 7주까지 태아의 얼굴은 여러 덩이로 나뉘어져 있으며 입술과 입천장도 마찬가지로 갈라져 있는데 8∼12주에 서서히 그 갈라진 부위가 서로 붙는다. 그러나 이 과정이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방해를 받게 되면 구순이나 구개가 붙지 못하고 열려 있는 상태로 출산하게 되는 것이다.

구순구개열은 얼굴에 나타나는 외형상의 문제점이 있고, 수유장애나 언어 발달에 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적절한 수술과 치료가 중요하다.

◆수유 시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구순열 아기들은 대부분 연하작용(삼키는 힘)에는 별 어려움이 없으나 젖을 빨 때 입술이 닫히지 않아 정상적으로 젖을 먹기가 어렵다.

구순열의 정도에 따라 아기가 상황에 적응해 아주 잘 먹는 아기도 있지만 구개열이 동반된 경우에는 입과 코가 서로 통해 더 힘들다. 이 경우 ‘구개열 환아용 젖꼭지’를 사용하거나 여의치 않을 경우 아기를 반쯤 일으켜 앉혀서 중력에 의하여 젖을 먹이고, 자주 트림을 시켜 수유 시 함께 삼킨 과다한 공기를 배출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구개열이 동반된 경우 정상아에 비해 많은 양의 공기를 삼키게 되므로 트림을 더 많이 시켜야 한다고 전문의는 권고한다.

이러한 방법으로도 아기가 전혀 빨지 못할 때에는 젖병 대용으로 주사기에 고무를 연결해 입안으로 조금씩 흘려주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드물기는 하지만 이 방법으로도 전혀 먹지를 못할 경우 병원을 찾아 코를 통하여 위(胃)쪽으로 호스를 넣어 관을 통해 우유를 공급하는 방법이나 입천장에 보조기구를 장착해 빨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구순열은 생후 2∼4개월, 구개열은 16∼18개월에 수술하는 게 일반적이다=구순구개열의 치료는 근본적으로 외과적인 수술이지만 경우에 따라 성장에 따른 문제와 변화 때문에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이비인후과 전문의, 교정전문 치과의사, 언어교정사 등 전문의들의 협진이 필요하다. 구순열을 먼저 교정하고 구개열은 그 후 말 배우기 전에 교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모습이 흉하기 때문에 신생아 때에 수술해야 한다는 학자들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생후 2∼4개월 때 구순열 수술을 한다. 장시간의 수술을 견딜 수 있으며, 구순조직이 자라야 보다 더 정확한 수술을 할 수 있고, 부모가 아기의 변형을 이해하게 되고, 그동안 다른 신체기형이 있다면 발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구순구개열의 정도가 매우 심할 경우 수술 전 교정치료를 진행하기도 한다.

수술은 전신마취를 하게 되며 입원 1∼2주 전 5가지의 검사(혈액, 소변 검사, 방사선 및 심전도 검사)를 하게 된다.

구순열 수술 후에는 입 주위를 부딪히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며 수유는 우유를 컵이나 고무튜브를 낀 주사기를 사용하며 1∼2주는 이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환자의 팔도 부목을 이용해 고정을 하는데 환자가 무의식 중 입 주변을 만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구개열 수술도 생후 16∼18개월 됐을 때 한다. 구개열의 수술도 전신마취 후에 이루어지며 수술 후 구순열 수술 후와 마찬가지로 수유는 우유를 컵이나 고무튜브를 낀 주사기를 사용한다.

구개열 수술에는 흡수되는 봉합사를 사용하며, 수술 후 7∼10일 이후에 아기가 어느 정도 우유를 먹기 시작하면 퇴원한다.

구개열 환자는 많은 경우 중이(귀)에 물이 차 있어 잦은 감염으로 청력의 발달에 저해를 받을 수 있으므로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진찰이 필요하다.

아기마다 변형의 정도에 따라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 아기가 성장함에 따라 정상조직과 기형이 있던 부위의 성장 속도가 차이가 나기 때문에 입술 모양이나 치아, 코의 모양에 변형이 올 수 있고 비음 등의 언어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발음이상으로 인한 구개성형은 4∼5세에, 2차적인 구순성형 혹은 코성형은 취학 전에, 잇몸 성형은 10세 전후에 시행한다.

일반적으로 수술 후 변형이 심하여 성장과정에서 다른 아이에게 놀림을 받거나 본인이 매우 민감하게 생각하지 않는 한 2차적 성형수술은 보통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입학 전에 시행하는 것이 좋으며 경우에 따라 수술이 필요없을 수도 있다.

매우 드물기는 하나 구순 및 구개열로 인한 위 턱뼈의 발육부전으로 2차적인 주걱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성장이 완전히 끝난 17∼18세 때 안면골 성형수술을 해야 한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

〈도움말:엄기일 건국대병원 성형외과 교수,

박병윤 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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