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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얼굴의 루비/루비 브리지스 지음/고은광순 옮김/오정택 그림/웅진주니어/8000원

‘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그 밖의 견해,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기타의 지위 등에 따른 어떠한 종류의 구별도 없이, 이 선언에 제시된 모든 권리와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세계인권선언’ 제2조).
루비 브리지스 지음/고은광순 옮김/오정택 그림/웅진주니어/8000원

과연 그럴까. 한창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미국의 대통령 예비선거를 지켜보는 세계 각국 언론은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의 선전을 ‘이변’ ‘돌풍’ 등의 표현을 써 가며 보도하고 있다. 하버드대학 법학박사인 그의 학력과 현직 상원의원, 그리고 미국을 바꿔 보자는 정견은 이미 시야에서 없어진 지 오래다. 그는 여성인 로댐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함께 소수자인 ‘흑인’이라는 점만이 부각된다.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 대통령’이 탄생할 것인지 아닌지가 유일한 관심사이다.

‘까만 얼굴의 루비’는 여섯 살짜리 소녀 루비 브리지스 이야기를 통해 지금은 자유세계의 리더를 자처하는 미국에서의 인종차별에 얽힌 역사를 들춰낸다. 1863년 링컨의 노예해방선언이 있은 지 백 년이 가까운 시간이 흘렀고, 1948년 세계인권선언이 있은 지 수년이 지난 후인 1960년에 일어난 실제 이야기다.

루비는 1954년 루이지애나 뉴올리언스에서 태어난다. 바로 그해 미국 대법원은 흑백 분리교육을 금한다는 판결을 내린다. 하지만 미국 대부분의 학교는 그 결정에 따르지 않는다. 흑인 아이가 백인 아이들과 함께 학교에 다닌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면 안 되는 금기였다.

그런데 한 용기 있는 흑인 부모의 문제제기로 1960년, 루이지애나 연방법원은 모든 초등학교에서 흑백 통합교육을 시행할 것을 결정한다. 루비는 바로 그해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백인들만 다니던 초등학교에 입학한 첫 흑인 학생이다. 꼬마 루비에게는 과연 어떤 일들이 있어날까.
◇담임교사 바바라 헨리한테 루비 브리지스(오른쪽)가 홀로 수업을 받는 모습.

루비는 인종차별이란 단어가 무엇을 뜻하는지 모른 채 경찰의 삼엄한 보호를 받으며 학교에 첫발을 들여놓는다. 하지만 루비가 학교에서 본 첫 번째 풍경은 백인 학부모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교실로 들어와 흑인 아이와는 함께 공부시킬 수 없다며 자신의 아이들을 교실 밖으로 도로 데리고 나가는 모습이었다. 학교 밖에서는 흑인·백인 통합교육을 반대하는 시위가 연일 벌어졌다.

그날 이후로 루비는 친구들의 모습을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텅 빈 교실에서 아주 특별한 1년을 보내게 된다. 루비는 그를 다른 백인 아이들과 다를 것 없이 평등하게 대해 주는 따뜻한 담임선생님 바바라 헨리를 만나 일생 동안 잊지 못할 가르침을 배워 나간다.

책은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른이 된 지금 자신의 눈을 통해 바라본 차별의 부당함과 평등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운다. 사진을 포함한 당시의 언론 보도 내용과 정말 훌륭한 교사상을 보여준 헨리 선생의 생생한 증언도 눈부시다. 자유는 결코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가 새삼 느껴진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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