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디아나 존스3’ 주요 무대이기도
붉은 돌산에 세워진 성전·노천극장·마을…
파란 하늘과 대비돼 강렬
나는 요르단으로 가겠다고 생각했을 때 집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요르단·시리아를 지나 터키에 도착할 때까지는 어디에 있다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내 손가락이 가리킨 길들이 요르단·시리아를 지나고 있었을 뿐 나는 안전에 대해서나 이 나라들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파키스탄·예멘 등은 확신을 가지고 갔었을까. 물론 그들도 미지의 나라였다. 비록 파키스탄과 예멘은 테러가 많은 나라인 건 분명하지만, 여행지로서 충분히 훌륭하고 세계 여행객들이 꼭 가보고 싶어하는 나라로 꼽는 곳이다. 요르단과 시리아는 나에게 조금은 다른 느낌이다. 어쨌든 가보지 않고서는 말을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요르단이라는 나라에 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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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트라에 살고 있는 낙타가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방문자를 반긴다. |
페트라를 따라다니는 주요 수식어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영화 ‘인디아나 존스3’의 배경”, “신(新)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 등이다. 2007년 세계인을 상대로 인터넷과 전화 투표를 해 뽑은 ‘신 세계 7대 불가사의’에서 페트라는 2위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얼마나 신기하고 또 멋있을까 생각하면서 ‘인디아나 존스3’를 봤다. 예전에 본 영화이지만 ‘의무감’에 다시 본 것이다. 다시 본 옛날 영화는 특히나 액션 부분은 말도 안 되는 우연의 연속이다. 그래도 추억을 떠올리기엔 좋았다.
아침 일찍 출발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페트라까지 갈 수 있다. 어제 영화를 보다가 늦게 잠들어 그런지 닭 울음소리에 겨우 깨어나니 벌써 7시 반이다. 어차피 셔틀은 놓쳤다. 천천히 도시락을 싸서 길을 나선다. 히치하이킹을 통해 페트라 앞에 내린다. 티켓 가격이 비싸기에 대부분의 여행자는 이틀 관람권 한 장을 사 둘이서 반씩 나눈다. 이틀 관람권과 하루 관람권의 가격차가 얼마 안 나는 만큼 이틀권 한 장을 사 다른 여행자와 둘이 나누면 한결 부담을 덜 수 있다.
협곡을 지나는 좁다란 길에는 길게 뻗은 신기한 색깔의 바위들이 줄지어 서 있다. 페트라는 20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지만, 이곳의 바위들은 사실 몇 천년도 더 된 것들이다. 지층의 구조가 바뀐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하늘 높이 뻗은 협곡의 바위들 사이로 익히 보고 들은 그 장면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여기서부터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두운 협곡 중 가장 좁은 길과 그 틈으로 보이는 성전이 신비롭기만 하다. 저 건너편과 이곳이 마치 다른 세상처럼 느껴진다. 사진이나 화면으로 보던 것보다 몇 만 배는 더 감동스럽고 신비로웠다. 한참을 숨죽여 본 후에야 그 협곡을 지나갈 수 있었다.
어두운 협곡에서 나오니 환한 세상이다. 그리고 그 거대한 바위산을 깎아 만든 카즈네(El Khazneh Treasury)가 보인다. 이렇게 큰 바위산을 어떻게 깎아 이런 것들을 만들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걸 보니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게 확실하다. 카즈네 안에는 아무것도 없다. 각진 공간과 세 방향으로 나 있는 문이 있을 뿐이다. 저 문을 열고 들어가면 미로 같은 곳이 나오고, 저주가 걸려 있는 곳곳의 함정들이 나오고, 운 좋게 그곳을 통과하면 보물을 찾을 수 있을까. ‘인디아나 존스3’의 영상이 순간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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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트라의 어두운 협곡 틈으로 살짝 모습을 드러낸 카즈네. 협곡에서 벗어나면 거대한 바위산을 깎아 만든 카즈네와 마주한다. |
산 정상에 섰다. 주위의 산들과 그곳을 깎아 만든 유적지들, 그리고 멀리 주민이 사는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시원한 바람과 파란 하늘, 붉은 돌산이 멋진 풍경을 만드는 데 유적지 못지않게 한몫하고 있다. 아슬아슬한 절벽 바위에 앉아 한참을 감상한다. 챙겨온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잔다. 눈을 떠보니 나타난 풍경들은 나를 행복하게 하였다. 이런 광경을 매일 볼 수 있는 베드윈족이 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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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트라 옆 돌산 정상에 올랐다. 주위의 산과 그곳을 깎아 만든 유적지, 그리고 멀리 주민이 사는 마을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
그 친구는 내가 타고 내려온 바위 아래 동굴에 살고 있었다. 나는 그 동굴 위를 걸어다닌 것이다. 동굴 안에는 신기하게도 우물물 같은 물이 있었다. 그 친구가 생활하는 곳을 보여줬는데 동굴 안이지만 집처럼 편안하게 여겨졌다. 그 친구는 또 다른 친구가 있었는데 바로 작은 당나귀였다. 잘 어울리는 당나귀를 타고 달가닥달가닥 내 뒤를 따라왔다. 그러던 중 나처럼 바위 절벽에서 길을 헤매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본 그 친구는 나에게 인사를 하고 그들을 구하러 달려갔다. 이것이 자신의 일이라고 말하는 고마운 베드윈족 청년을 뒤로하고 나도 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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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페트라는 2007년 세계인이 인터넷과 전화 투표로 뽑은 ‘신(新)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2위를 차지했다. |
로마 원형경기장은 위에서 볼 때에만 온전히 하나로 연결된 전체를 볼 수 있다. 내려와서 자세히 살펴보니 의자 한 개 한 개가 다 돌을 깎아서 만든 것이다. 큰 돌산 하나를 깎아 이렇게 만들었다는 게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는다. 이것을 사람이 만들었다는 건 더더욱 믿기지 않는다. 마지막 언덕을 오르니 유적지로 가득한 산이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건 탄성을 절로 지르게 한다. 내 뒤에서 해가 지고 있었으므로 내 앞의 산들은 타오를 수밖에 없다. 적절한 시점에 날아오르는 새까지 이 모든 것들이 그저 조화로울 따름이다. 태양의 각도까지 생각해 지은 듯하다. 마치 잘 조각해 놓은 전시장에 들어온 나만 작아진 기분이다. ‘인간이 아니고 외계인이 만들었을 것’이라는 가설에 신뢰가 가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긴 하루를 보내고 현실의 세계로 돌아왔다. 그래도 그곳에서 가져 온 물건이 있어 모든 게 꿈은 아니라고 말해준다. 돌멩이 하나와 낙타 이빨이 내 보물상자 안에 아직도 남아 있다. 페트라의 산들처럼 이곳의 지형은 고지대의 언덕이 많다. 그 언덕 위에 집을 지었기에 선선한 바람이 분다. 또 저녁놀은 어느 곳에서나 붉은 산들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페트라에서의 하루가 이 노을과 함께 저물어간다.
강주미 여행작가·‘중동을 여행하다’ 저자 grimi7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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