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해적당도 기존정당 위협
세계 정치판도 주요 변수로 한국의 ‘안철수 현상’이나 일본의 ‘하시모토 현상’처럼 올해 세계의 주요 선거에서는 기존 여야 혹은 좌우파의 구분을 무색하게 하는 제3세력의 흐름이 거셌다. 제3세력이나 제3의 정당은 다당제가 뿌리를 내린 유럽에서는 물론 양당제가 정착된 미국에서도 유권자를 파고들었다.
유럽의 제3세력은 이탈리아와 독일에서 뚜렷이 확인됐다. 내년 초 총선에서 전·현직 총리의 경쟁이 예정된 이탈리아 유권자는 최근 정치풍자 코미디언의 대안정치운동을 주목하고 있다. 코미디언 출신 베페 그릴로가 2009년 자신의 블로그에 남긴 제안에서 시작된 대안정치운동은 올해 만개했다. 그릴로가 이끄는 ‘파이브스타(오성운동)’는 5월 지방선거에서 당선자를 배출하고 10월 지방선거에서는 20%에 가까운 득표율을 얻었다. 그릴로는 최근 영국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전통적인 정치는 끝났고 보통시민의 참여 민주주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자평했다.
독일에서는 2006년 창당된 ‘해적당’이 제3세력을 대표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5월 지방선거에서도 당선자를 배출했다. 해적당은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 40여 개국에서 활동하는 국제연대 정당으로 이념을 거부하며 정보화 사회정당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리스에서는 극좌성향의 시리자당과 극우성향의 황금새벽당이 기존 정당을 위협하고 있다. 시리자당은 2004년 급진좌파성향 11개 정당의 연합체 형태로 출발해 지난 6월 총선에서 제2당의 지위에 올랐다.
대서양 건너편의 미국에서는 초당적 온라인 단체인 ‘아메리칸스 일렉트(미국의 선택)’의 부각이 두드러졌다. 양당제가 뿌리내린 미국에서 제3정당은 ‘인물’에 기반한 그간의 사례와는 달리, ‘제3세력’ 자체를 지지하는 유권자의 결집으로 태동한 단체였다. 후보는 지지세력을 규합해 조직을 만든 뒤 추대하기로 했다. 이 단체의 실험은 마땅한 후보자를 선정하지 못해 미완에 그쳤지만 시도 자체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상반기 한때 제3후보 지지를 고려한 유권자가 40%가 됐을 정도로 아메리칸스 일렉트의 인기는 높았다.
박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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