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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초대석] 박근혜 안보정책 총괄 김장수 前 국방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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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10-30 23:18:09 수정 : 2012-10-30 23: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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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L논란, 의혹만 키우고 공개 않는 건 국민 우롱 아닌가”
“다음번에 또 그런 일이 발생하면 그(북한) 진지를 불바다로 만들어야 한다. 장관이 장관직을 걸고 그렇게 한 번 때려라.”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 있은 다음날인 2010년 11월24일. 긴급 소집된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국방장관 출신인 김장수 한나라당 의원이 던진 말이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악수하며 허리를 굽히지 않아 ‘꼿꼿장수’로 불린 그는 이처럼 늘 북한에 대해서는 강경론자였다. 호남 출신이면서 한나라당 의원을 고집한 이유이기도 하다. 18대 국회 비례대표 의원직을 마치고 야인으로 돌아왔던 그가 다시 정치무대에 복귀했다. 이번에는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의 안보정책을 총괄하는 국방안보 추진단장직을 맡았다. 마침 그가 국방장관을 하던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오간 정상 간 대화록이 세간에 화제다. 당시 장관직을 걸고 북방한계선(NLL) 사수에 나섰던 그에겐 할 말이 많아 보였다.

김장수 전 국방장관이 지난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앞 사무실에서 가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남북정상 간 대화록과 서해 북방한계선(NLL)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군인과 정치

―군인의 길을 벗어나 정치인으로 옮겨가는 것이 쉽진 않았을 것 같다. 이번 박 대선후보 캠프의 국방안보 추진단장을 맡은 배경은.

“박 후보가 평소처럼 치우침 없이 정말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국방정책 등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고 해서다.”

―박 후보 대선기구 56명 가운데 유일한 광주 출신이다.

“제가 광주 토박이인데, 호남을 무시한다거나 출생을 숨기려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오히려 호남이기 때문에 공직에서 더 도움을 받았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호남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혹시 일각에서 다른 식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은 다 제 불찰이다.”

―군인의 길과 정치인의 길을 비교하자면.

“바깥에서 보기에 군인은 지휘관 한마디면 모든 게 다 될 거라 생각하지만 실제는 소통을 위한 토론문화가 활발하다. 군인은 이런 토론에서 자기 의견을 말하고 그것을 취합해 마지막에 결심을 한다. 밖에서는 이 마지막 단계만을 보니 오해를 한다. 반면 정치인은 각 당파나 계열에 따라서 이기주의가 더 심하다. 정치에서 민주적인 토론문화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걸 후회하나.

“후회는 안 한다. 좋은 경험 했다.(웃음)”

―국방장관은 군 출신이 독차지했는데 다음 정권에서 순수 민간인 국방장관이 나올 수 있나.

“안보정세나 남북관계를 고려해야 하고, 남북 간에 정치·군사적으로 신뢰가 구축됐을 때나 가능하다.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본다.”

―박 후보의 국방정책은 어떤 것들이 있나.

“국방은 외교통일 분야와 맞물려 있고 아직 최종안이 결정되지 않아 말하기 조심스럽다. 곧 공식 발표할 것이다. 다만 몇가지 이야기하자면 이번 정부의 군사력 건설방향은 북한을 겨낭한 것 아닌가. 그러나 다음 정부는 주변국까지 다같이 검토해야 한다. 또 국방이라고 군만 혼자 갈 수 없다. 국민의 마음속에 닿을 수 있는 방안이 뭔지 고민하고 있다.”

―현 정권의 국방정책을 평가하자면.

“이번 정부는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손해만 보고 당하기만 했다. 국민의 울분을 풀어주지도 못했다. 결국 북한으로 하여금 도발이나 군사력, 핵, 대량살상무기(WMD) 등을 적절히 활용하면 남한 정치를 조종할 수 있다는 자신감만 키우게 했다.”

정상회담 대화록과 북방한계선(NLL)

―남북 정상 간 대화록 논란으로 주목받았는데.

“야당에서 정치 초년생 김장수를 걸고 이야기하는 걸 보면 안타깝다. 나는 ‘정치 교양’이 없다. 그 사람들은 정치 교양이 만점에 가깝지만 나는 빵점에 가까운 사람이다. 그들은 ‘정치 공학’을 수없이 해온 사람들이고 난 군인의 길을 걸었던 사람이다.”

-대화록과 관련한 진실이 무엇인지 많은 국민이 궁금해한다.

“비밀대화록은 아니고 정상회담록이나 대화록이 맞다. 그것은 분명히 있다. 그게 없다면 직무유기다.”

―대화록에는 NLL과 관련해 어느 정도 수위의 발언이 들어가 있나.

“원래 기침소리 빼고는 다 기록한다. 그 자리에서는 양국 정상만 이야기할 수 있다. 거기서 나온 이야기는 다 기록하는 것이 맞지만 어느 수준까지 이야기했는지는 나도 모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평소 발언을 생각해서 추정은 해볼 수 있지는 않나.

“개연성의 문제인데 답변하기가 어렵다.(순간 곤혹스러운 표정이 묻어났다)”

―당시 회담 대화록을 공개해야 한다고 보나.

“제한된 인원은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국가기밀이니 서약서는 써야 한다. 의혹만 잔뜩 키워 놓고 공개하지 않는 것은 국민을 갖고 우롱하는 것 아닌가. 나도 궁금하다. 국민이 원한다면 뭐를 못 보겠나. 그렇게 국민, 국민을 따져놓고 이제 와 뒤집으면 국민을 농락하는 것 아닌가.”

―현재 NLL에 대한 생각은.

“변함없다. NLL 양보하면서 평화협력지대라는 건 말은 그럴듯하다. 하지만 공동어로구역이 설정되면 일종의 비무장수역이 되는 거다. 북측 사람들의 선의만 믿고 덜컥 양보하기에는 안보상황에 부담이 크다. 만약 하게 된다면 작전계획뿐만 아니라 군사적 조치에 대해서도 대폭 수정이 불가피하고, 전력증강도 뒷따라야 한다.”

―북한 입장에서 NLL을 보면 굉장히 불편한 것도 사실 아닌가.

“(목소리가 커지며) 적에 대한 배려는 자기학대다. 과거 남북 국방장관회담 때 해주 직항로를 승인해 줬다. 상선에 한해서 우리 통제를 받으면 바로 들어갈 수 있게 했다. 이건 우리 통제 아래 있다. NLL도 마찬가지다. 우리 통제를 받아야 한다. 혹자는 개성공단 이야기를 하는데, 개성공단은 모든 입·출경이 북한의 통제 하에 있다. 이런 비교는 너무 순진하다.”

―그럼 언제쯤 NLL의 평화적 이용이 가능한가.

“남북 간에 평화협정이 체결될 때쯤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최소한 군사적 신뢰구축이 되고 서로 위협을 느끼지 않을 때나 가능하다. 현재는 서로가 불신하는 판인데 어떻게 하나.”

연합사와 미사일방어(MD)


―최근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한·미연합사와 같은 기능을 하는 ‘미니 연합사’를 논의하기로 해 논란이 됐는데.

“합참의장은 유사시 국가통수 및 군사지휘기구의 핵심 멤버다. 그 말은 항상 대통령 옆에 붙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전쟁 지휘를 하기 어렵다. 지금 연합사의 장점은 연합사령관은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어떻게 싸울 것인가, ‘How to fight’만 생각한다. 결국 의장이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싸울 것인가를 고민하는 조직이 있어야 한다. 연합사 기능을 하는 한·미 연합전투참모단(가칭)을 구성해 줘야 한다. 그러면 완벽하다.”

―미니 연합사가 탄생하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의 의미가 퇴색된다고들 하는데.

“아니다. 한국 주도, 미국 지원 기조는 변하지 않는다. 한국 주도라는 뜻은 우리 의지대로 전력을 운용한다는 것이다. 지휘관이 한국인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SCM 이후에 미국 주도의 MD체제 편입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졌는데.

“미국 MD에 편입한다는 것은 예산 문제와 정책적인 것이 모두 포함된다. 동맹이란 것은 비용과 책임이 따르게 돼 있다. 동맹을 위해 우리도 지불을 하고 그쪽도 비용 일부를 감당하고, 그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우리가 능력만 있다면 모르겠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 우선 예산이 안 되고, 중국을 무시할 수도 없다.”

―동북아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앞으로 주변국들은 어떻게 ‘합종연횡’할 것으로 보나.

“중국은 자신들의 거부적 방어범위를 확대하고 항공모함도 건조하고 있다. 미국은 아시아를 중시하며 동북아에 계속 전력투사를 하고 있다. 이 둘의 관계가 갈등구도로 진행될지, 아니면 서로 협력하는 관계로 변모하게 될지에 따라 ‘헤쳐 모이는’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

사전질의서 없이 2시간가량 진행된 그와의 인터뷰에서 아직도 군을 향한 애정이 묻어났다. 또 NLL을 ‘영토선’으로 보는 그의 관점은 노무현정부 때나 지금이나 요지부동이었다. 군인출신으로 정치에 발을 들여놨지만 이리저리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다는 평가가 나올 법했다.

대담=박병진 외교안보부장

정리·사진=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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