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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家 사람들] 철부지 ‘모차르트’ 장현승, 천재 ‘모차르트’ 박은태…흔쾌히 박수를 치기엔

입력 : 2012-07-23 20:48:38 수정 : 2012-07-23 20:4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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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모차르트!'

뮤지컬 '모차르트!'의 배우 장현승

그룹 비스트의 장현승, “모차르트에 빙의된 은차르트”라는 평가를 받은 박은태, ‘불후의 명곡’ 명품 보이스 임태경으로 포진한 새로운 ‘모차르트!’가 돌아왔다. 2010년 세종문화회관 3,000석 매진의 신화, 최단기간 22만 관객을 동원한 바로 그 뮤지컬이다.

주역이 바뀌면 같은 뮤지컬도 전혀 다르게 보이는 법. ‘모차르트!’를 고향으로 생각하는 배우 박은태와 새로운 볼프강 장현승을 연달아 만나고 왔다. 시원하게 터져나오는 고음에 가슴이 시원한 쪽은 당연 박은태 회차였다. 반면 보다 철부지 소년스러운 이미지가 강한 장현승은 1막 후반 ‘똥 묻은 돼지 꼬리’ 춤 장면에서 제대로 물 만났다.

그런데 커튼콜 때 터져나오는 기립박수에 온전히 동화될 수 없었던 건 왜일까. 전율이 일 정도로 고음을 내 주는 배우 박은태는 분명 가창력이 뛰어났지만 언뜻 언뜻 자만심이 비춰졌다. 유희성 연출의 디렉션 이상으로 뭔가를 보여주려는 듯 과욕이 넘쳐 보였다. 모차르트의 혼(soul)을 느끼기에는 무리수였다. 그 결과 볼프강에 대한 인간적인 연민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았다. 관객은 뮤지컬 배우에게 가창력 이상으로 진정성을 애타게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뮤지컬 '모차르트!'의 배우 박은태

아이돌 팬이 아닌 이상 색안경부터 끼고 보는 아이돌 가수 출신 장현승 볼프강은 어땠는가. 한마디로 말해 숙련되진 않았지만 노력하려는 자세가 돋보이는 신인 배우의 모습이었다. 다만 “나는 장조 나는 단조 나는 화음 나는 멜로디~” 가사가 나오는 부분은 상당히 불안했다. 특히 가사 ‘멜로디’의 ‘디’ 부분에서 억지스럽게 힙을 주다보니 관객들의 몰입도를 깨뜨렸다. 내성적인 성향과 철부지 느낌을 잘 섞어 강압적인 교육을 하려하는 아버지 레오폴트와의 갈등을 보다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과연 장현승은 제 2의 김준수(JYJ)를 꿈꿀 수 있을까. 우선 배우의 긴장감이 객석에 그대로 노출된 점이 가장 아쉽다. 또한 무대 장악력과 성량 부분에서 아직은 더 노력이 요구된다. 다만 음역대가 넓고 성실한 모습은 마냥 비판의 화살만은 던질 수 없게 만들었다.

오스트리아 뮤지컬 ‘엘리자벳’의 원작자 미하엘 쿤체와 실베스터 르베이가 만들어 낸 뮤지컬 ‘모차르트!’는 18세기 천재음악가 모차르트의 인생을 색다른 시선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자유를 갈망하는 천재 작곡가인 모차르트 인생을 의지의 주체인 ‘볼프강’과 천재의 재능을 상징하는 어린 모차르트 ‘아마데’로 분리시켰다. ‘아마데’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차르트를 따라다닌다. 천재성 보다는 인간 모차르트에 더 집중하여 그의 사랑과 자유에 대한 갈망, 그리고 그저 한 사람으로서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했던 한 남자의 인생을 뮤지컬 안에 담아낸 것이다.

뮤지컬 '모차르트!'의 배우 장현승

열정적인 록, 감미로운 팝, 부드러운 재즈 등 다양하고 웅장한 음악으로 관객들의 귀를 풍요롭게 하는 뮤지컬이다. 500여 벌의 화려한 의상과 모차르트의 레게머리에서부터 귀족부인들의 헤어스타일까지 200개에 이르는 가발, 밤하늘에 수놓아진 빛나는 음표와 허공으로 움직이는 피아노등 볼거리도 화려하다.

‘똥’으로 웃기는 뮤지컬이다. 악역 콜로레도 주교의 수동마차 장면에서는 어김없이 웃음이 터져나오고, ‘똥 묻은 돼지 꼬리’ 장면에서 관객들의 어깨는 리듬을 탄다.

초연 흥행의 주역들이 다시 뭉쳐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어냈다. 나쁜남자 콜로레도 대주교로 분해 악의 소리를 끄집어내는 저음의 주인공 윤형렬과 풍부한 저음 윤승욱(레오폴트)의 가창이 귓가를 유혹한다. 카리스마가 뛰어난 오진영 콘스탄체, 보다 귀여운 콘스탄체 최성희(바다)를 골라보는 재미도 있다. 신영숙이 부르는 ‘황금별'의 폭발적인 성량,  이정열 레오폴트의 진짜 아버지 연기, 청아한 목소리 그 자체인 임강희의 난넬 모차르트, 무대위에서 제대로 놀 줄 아는 김재만 쉬카네더도 힘을 보탰다. 8월 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공연칼럼니스트 정다훈(ekgns4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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