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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훈의 연극家 사람들] “보고 나서 이야기하자”…작품성으로 보답하는 연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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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9-15 09:04:40 수정 : 2011-09-15 09: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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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고 세련됐다” 그래서 더 매력 가득한 ‘우어파우스트’
”뻔한 사랑 이야기에 음악 선율이 덧입혀지니 색 다르네” 국화꽃향기
임신·섹스·폐경에 관한 의미심장하고 유쾌한 수다 '마호로바'
쿨한 액션, 배우의 힘이 압권 ‘됴화만발’,’하이킥’

신작 공연은 꼭 두 눈으로 보고 확인해야 직성이 풀린다. 누군가 “별로다” 혹은 “시간 아까우니  보지 말라” 고 해도 절대 개의치 않고 신작이라는 이유로 기어이 찾아보는 당신이라면 2011년 가을. 다섯 작품을 주목할 것. 

◇ 명동예술극장 '우어파우스트'

▶명동예술극장의 첫 해외연출가 초청 제작 연극 [우어 파우스트]는 한번 보는 것으론 성이 차지 않을 수 있다. 독일 연출자 다비드 뵈쉬가 끊임없이 대본을 수정중에 있어, 같은 날 공연을 보지 않은 이상 똑같은 공연을 봤다고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원작보다 비중이 커진 그레트헨 역에 배우 장지아와 이지영이 더블 캐스팅 돼 2인 2색의 그레트헨을 만나볼 수 있다. 관객들의 “안돼 ” “악”하는 즉각적인 반응을 객석에서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강도가 센 장면이 많다.

이 말은 꼭 하고 싶다! = 6명 배우들 모두가 주인공인 듯 하다. 초인간적인 존재와는 거리가 먼 채, 휠체어를 탄 장난기 가득한'신神' (정규수), '유후~'라는 감탄사가 적격인 메피스토(이남희), 다비드 뵈쉬표 학생 역할로 관객까지 깜짝놀라게 만든 스튜던트(김준호), 그동안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발렌틴의 내면으로 들어가게 만든 배우 윤대열의 힘, 깨지기 쉬운 순결함을 지닌 채 메피스토의 악마성에 농락당하는 그레트헨(장지아)의 존재감이 강하게 어필한다. 불같은 사랑의 키스를 나누는 와중에도 발바닥에 붙은 티끌이 주는 불편함에 계속 신경쓰는 모습 역시 인상적이다.

다만, 연출가가 다른 캐릭터에 공을 들인 결과일까? 파우스트(정보석)비중이 예상보다 적다. 그도 아니면 다른 연극배우들의 기가 상당히 강한 결과 한 무대에 선 정보석 배우의 기가 강하게 어필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 10월 3일까지 명동예술극장. 

◇ 사랑이별연극 국화꽃향기

▶LSM Company(프로듀서 이성모)의 사랑이별연극 [국화꽃 향기]가 무대에 올려진다고 했을때, 연극 꽤나 본다는 관객들은 별 기대감을 갖지 않았던 것도 사실. 뻔한 사랑 스토리가 첫번째 이유이고, 검증이 안된 신생기획사의 작품이란 점 역시 우려를 갖게 했기 때문이다. 최근 '모비딕'의 훈남 배우로 출연해 관객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신지호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한다는 소식, 뮤지컬계 실력파 배우 배혜선과 이건명이 주연으로 캐스팅 됐단 뉴스에 '한번 봐볼까?'쪽으로 기울어졌다.

이 말은 꼭 하고 싶다! = 공연 내내 피아노(신지호ㆍ김진아), 바이올린(최은선), 첼로(최정아)가 라이브로 협연해 감성을 자극한다. 대사로만 끌고갔으면 감정의 진폭이 크지 않았을텐데, 주인공들의 감정을 끝까지 끌고가는 음악덕분에 사랑 이야기에 무덤덤한 관객들의 내면까지 자극한다. 특히, 일본 뉴에이즈 피아니스트 대표 주자 니시무라 유키에가 작곡한 테마곡이 가장 귓가를 자극한다. 정애연-박상훈 커플의 연기는 노련함은 다소 부족할지 몰라도 예상치 못했던 신선함이 가득했다. 정란(이은주)의 맛깔스런 목소리, 멀티 역 김가영ㆍ윤병희의 연기변신도 볼거리를 제공한다.

팁 한가지. 9월 14일. 17일. 21일. 29일/10월 5일, 9일에 관람하면 신지호 감독의 피아노 연주를 직접 들을 수 있다. 10월9일까지 서울 대치동 KT&G 상상아트홀. 

◇ 극단 드림플레이 '마호로바'

▶2011년 9월, 가장 바쁜 연출가 김재엽의 신작 [마호로바]는 안 봤으면 후회할만하다. 특히 여배우 6명의 수다가 ‘현대사회 여성들의 고민과 난관’이란 주제와 맥을 같이 하며 연신 웃음을 흘리게 만드는 점이 압권. 제목인 '마호로바'는 빼어난 좋은 곳, 명승지란 뜻을 담고 있다. 극중에서는 저마다의 고민이나 문제가 해소되는 장소인 '고향'을 '마호로바'로 풀어내고 있다.

한편, 현재 김 연출가는 국립극장 페스티벌 참가작 '장석조네 사람들'. 한국연극연출가협회가 기획한 '한국 연극 100년 재발견' 시리즈의 두번째 공연'육혈포 강도단'을 동시에 올리고 있다.

이 말은 꼭 하고 싶다! = 극단 드림플레이의 '유쾌한 생리담'인 줄 알고 극장을 찾았으나, 오히려 언어유희에 따른 깨알같은 재미와 '마오' 역 배우 김영진의 발견이라고 요약하는 편이 적당하겠다. 가임기 여성이 '임신 안했다'고 딱 잘라 말 할 수 없는 것처럼, 연극은 딱 잘라 말 할 수 없는 재미로 무장했다. 일반적으로 경사스런 일인 '임신'에 대한 여러 생각, 우회해서 말하는 어른들을 대신해 정곡을 콕콕 집어 말하는 마오, 기가막힌 타이밍에 언어유희를 차용한 (임신)사실공표 장면 등 관객들을 쥐락펴락 하는 솜씨가 장난아니다. 느릿한 말 솜씨로 모든 걸 꿰뚫어보는 할머니 타마에(신현실)의 능청스런 표정과 멘트 하나 하나도 박수를 치게 만든다.

이례적으로 인터미션이 있는 소극장 연극이다. 인터미션 포함 2시간 15분가량 진행. 25일까지 서울 혜화동 연우무대 소극장. 

◇ 남산예술센터 '됴화만발'

▶남산예술센터 2011년 시즌프로그램 하반기 첫 작품이자, 조광화 연출 신작 연극 검객괴담 [됴화만발]은 배우들의 생 날 것의 에너지가 가득한 작품이다. 일본작가 사카구치 안고 단편을 재창작했다. 폼나는 무협영화를 연극 무대에서 맛보고자 하는 이들이 열광할만하다. 제목인 '됴화만발'은 ‘복숭아꽃 활짝 핀 무릉도원의 정경’이란 뜻이다. ‘춤’이 ‘움직임’으로 변화 돼 입체적인 장면으로 연출된 결과 관객들의 동공과 입이 쩍쩍 벌어진다. 물론 웃통을 벗어던진 남자 배우들의 복근과 흘러내리는 땀방울의 존재감을 무시할 수는 없다.

이 말은 꼭 하고 싶다! = ‘괴담’이라는 부제가 달아져서 무거울꺼라는 선입견은 금물. 만화적 상상력이 가미 돼 중간 중간 관객들의 긴장을 풀어준다. 종이인형, 흙 인형들이 곳곳에 등장하는가 하면, 부유하는 상여 이미지를 담은 무대가 전폭될 때 관객들은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지하세계로 연결되는 통로인 동그란 구멍으로 배우들이 왔다갔다 해 무대활용도 역시 돋보였다. 검객K역 배우 박해수의 외로운 눈빛, 순수한 웃음, 천진난만한 아이같은 표정이 하나 하나 쌓여 '인간 존재의 외로움'이란 주제가 전해지자 관객들은 동요했다.

한가지 더! 단이 역 배우 장희정의 카리스마 가득한 연기 역시 한 몫 단단히 했다. 연극 배우의 얼굴과 이름을 알아맞히는 데 기막힌 재주가 있는 기자의 두 눈을 항시 교란시키는 배우 중 한명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공연이 끝난 뒤 프로그램 내에 있는 과거 출연작을 보고 '아! 이 배우가 그 배우였구나' 하는 놀라움을 갖게 하기 충분했다. 25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 사커 퍼포먼스 '하이킥'

▶사커 퍼포먼스 [하이킥]엔 축구공만 등장하지 않는다. 다양한 공(세팍타크로공, 친론공, 짐볼, 리듬체조볼, 정구, 테니스공 등)을 접목시킨 코믹액션이 가세했기 때문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을 컨트롤 하기 위해 무대 양 옆으로 공을 차게 해서 동선을 계산한 점, 무대 상단에 이야기 흐름을 알 수 있게 패널을 활용해 극을 이어간 점, 스포츠 경기의 역동성을 배가시킨 우디박의 음악을 활용해 배우들의 동작 하나하나에 밀착 시킨 점이 완성도를 높였다. 개그프로 '발레리노'의 컨셉을 차용한 코믹장면, '넌버벌'에서 벗어나 중간 중간 배우들이 목소리를 내는 장면이 웃음을 유발했다.

이 말은 꼭 하고 싶다! = 타이어가 크기별로 나오는 장면과 연달아 배우들이 허리를 굽히면 계속 이어나간 채 상대의 등을 5명까지 한꺼번에 넘는 장면, 리얼축구의 장면을 그대로 무대로 옮겨온 '댄스 축구' 장면등에서 배우들의 유연한 몸 동작과 피나는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점프'의 히로인 최영조 선수의 유연성과 코믹한 표정, 태국 세팍타크로 국가대표출신 맴 과 내니의 놀라운 기술등도 볼거리를 제공한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D-25~D-1까지 이어지는 장면의 긴장감이 다소 부족하다. 축구경기를 좋아하는 관객의 시각에서만 극을 짠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축구경기를 잘 모르는 관객들의 시선도 고려해야 할 듯 보인다. 또한 유아공연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큰 공을 관객들의 머리 위에서 던지는 장면에 긴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데. 이 점 역시 호불호가 엇갈릴 듯하다. 아이와 함께 온 관객은 좋아할 수 있지만, 일반 관객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을 듯싶다.

‘백전백패의 축구팀의 황당하고도 유쾌한 연습 과정 및 1승 도전기’라는 줄거리와는 동떨어진 원시인이 나오는 첫 장면은 일관성이 떨어져 다소 의아했다. 오히려 중간 연습 기간 중 하나의 에피소드를 들려주는 식으로 보여주는 편이 더 적당할 듯 하다. 18일까지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추후 10월 8일부터 11월 2일 까지 타임스퀘어 내 CGV팝 아트홀.

공연전문 칼럼니스트 정다훈(otrcoolp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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