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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잘 생긴 남자를 아주 멋지게 활용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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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11-12 09:20:16 수정 : 2010-11-12 09: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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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생김’은 보통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얼굴과 몸매가 필요조건인 스타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스타는 가수, 배우, 모델, 탤런트 등 연예계 전반에 거쳐 배출되는데 장르에 따라 ‘잘 생김’의 비중은 조금씩 다르게 적용되기도 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 잘생김이 무조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잘 생겨서 손해 볼 것이 없다는 생각이 통용되지만 ‘잘 생김’ 역시 프로의 세계에서는 복잡하고 미묘한 손해와 이득이 발생하곤 한다. 특히 배우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적당히 잘 생긴 남자

연기자 중 스타가 된 남자들을 살펴보면 적당히 잘 생긴 남자들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당연한 일이다. 연기자라는 직업 자체가 일단 사람들에게 보여 지는 일이고 또 대중의 시선을 끌고 또 나아가 호감을 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순수하게 연기력으로 스타가 되는 남자들도 있다. 이 또한 당연한 일이다. 

갓 연기자가 된, 혹은 갓 인기를 얻기 시작한 남자 배우들이 흔히 하는 착각 중 하나는 자신이 ‘아주’ 잘 생긴 쪽에 속한다고 멋대로 정해버리는 것이다. 아직 젊고, 치열한 경쟁을 뚫고 꿈을 이루었으며, 의욕이 넘치다보면 그럴 수도 있다. 시간이 흐르고 실무를 경험하다보면 차츰 자신의 판단이 옳았는지, 틀렸는지는 자연히 알 수 있게 된다. 프로는 거울 앞에 있는 자기 자신 단 한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을 만족시켜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의 눈은 대게 비슷하면서도 의외로 정확하고, 이런 생각과 마음은 얼마의 시간이 걸리던 간에 결국 본인에게도 전달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얼굴에만 의존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며 실력을 쌓아왔다면 이 ‘적당히’ 잘 생긴 남자들은 ‘아주’ 잘 생긴 남자들보다 훨씬 유리하다. 지나치게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잘 생긴 얼굴은 활용범위가 넓기 때문이다.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준수한 외모를 지닌 남자는 어떤 장르에서도 필요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적당히’ 잘 생긴 편에 속한다면 ‘아주’ 잘 생겨지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자신이 지닌 외모를 잘 관리하면서 실력을 키우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실력은 기회를 부르고, 기회가 잦아지다보면 외모의 장점이나 특징도 점점 살아나게 된다.

‘적당히’ 잘 생긴 남자 배우는 외모가 지닌 장점을 충분히 발휘하면서도 신비함보다는 친근한 이미지를 형성하여 공감대를 높일 수 있다. 선량하면서도 때로 서늘하고, 얄미우면서도 미워할 수 없고, 남자다우면서도 소심하고, 어수룩한가 싶으면서도 영악한 이를테면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되 호감이 가는 캐릭터들은 ‘소름끼치게’ 잘 생겼기 보다는 박해일이나 엄태웅처럼 ‘적당히’ 잘 생긴 남자 배우들이 연기하는 경우가 많다.

아주 잘 생긴 남자

반면 ‘적당히’ 잘 생긴 남자들보다는 확실히 구별되는, ‘아주’ 잘 생긴 남자들도 있다. 당연한 일이다. 이런 남자들이야말로 이 분야의 직업에 종사하는 것이 가장 어울린다. 20세기 최고의 미남이라 불리는 알랭 드롱 역시 연기자라는 직업을 생각해본 적도 없었을 때, 영화 촬영장 부근에서 감독의 눈에 띄어 단박에 영화배우가 되지 않았던가. 오늘날에는 오히려 영화배우가 아닌 그를 상상하는 것이 더 어렵다. 물론 이런 행운은 그가 활동한 시기가 스타에 목이 말랐던 시대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요즘의 ‘아주’ 잘 생긴 남자들은 대개 스스로 연기자나 스타의 꿈을 가지고, 미리 준비를 하고 도전을 하고 또 좌절도 하면서 프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주’ 잘 생긴 남자들은 의외로 활용범위가 너무나 좁다. 이들은 보다 쉽게 주목을 받고 또 스타가 되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특출 난 외모가 발목을 잡기도 한다. 비범한 외모를 지닌 미남배우들의 경우 인기가 높아지면 대체적으로 연기력 논란을 겪는다. ‘아주’ 잘 생긴 얼굴은 우연한 기회만 주어져도 ‘아주’ 가파른 인기를 얻기 쉽고, 이 인기를 토대로 더 큰 기회가 주어졌을 때 경력이 아닌 인기에 비례하는 실력을 요구당하기 때문이다.

‘아주’ 잘 생긴 외모 덕분에 지나치게 빠른 기회를 맞고 또 그만큼 혹독한 좌절을 겪은 배우들의 다음 행보는 극단적인 ‘얼굴 망가뜨리기’이다. ‘잘 생겨 보이고 싶거나 멋있어 보이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연기에 대한 자신의 진정성을 호소하는 것이다. 하지만 굳이 그토록 뛰어난 외모를 애써 가리고 평범해 보이려고 노력해야만 진정성을 알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해안선>의 장동건이 대표적인 예이다. 의도와 시도 모두 나쁘지 않았지만 장동건은 그 후로도 몇 번이나 가리려고 해도 가려질 수 없는 빛나는 외모를 몰아붙였다. 

 

이열치열 작전으로 ‘아주’ 잘 생긴 그 외모가 기꺼이 필요한 역할을 맡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초능력자>의 캐스팅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적절하다. 비 현실적일만큼 출중한 신체비율 때문에 어떤 옷을 입혀놓아도(심지어 배 바지에 땀에 찌든 티셔츠를 입고도) 스타일리쉬함을 잃지 않는 강동원에게 <초능력자>의 ‘초인’은 딱 어울린다. 신비로운 외모 자체로 ‘초인’이기도 하거니와 눈빛으로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는 설정 또한 그렇다. 만약 ‘초인’을 강동원이 아닌, 신비롭지도 아름답지도 않은 ‘적당히’ 잘 생긴 외모의 남자 배우가 연기했다면 이것이야말로 설득력이 팍 떨어지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초능력자>의 ‘초인’은 강동원은 ‘아주’ 잘 생긴 남자 배우를 ‘아주’ 멋지게 활용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아주’ 잘 생긴 남자 배우의 외모를 제대로 활용한 작품이나 캐릭터를 만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특히 앞으로도 ‘아주’ 잘 생긴 남자 배우들이 그들의 눈부신 외모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캐릭터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꽃미남 애호 칼럼니스트 조민기 (gorah9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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