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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핑크영화제 개막작 'OL러브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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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11-09 16:48:22 수정 : 2009-11-09 16:4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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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간 교제한 애인에게 이별통고를 받은 토모미(구보타 아즈미). 늦은 밤 허탈한 마음에 전철을 탄 그녀는 자기 어깨에 기대 잠든 앳된 남성 다카오(사토 미키오)의 잠을 깨우지 않으려다가 종착역까지 가고 만다. 불현듯 그의 입술에 충동적으로 키스하고 도망치듯 나가는 그녀. 키스로 잠에서 깬 다카오는 토모미를 쫓아가고 두 사람은 함께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또 보고 싶다는 그의 말에 만남을 지속하지만, 왠지 찜찜한 기분이 드는 토모미. 실연의 아픔이 채 가시기 전에, 또 다른 상처를 입을까 두려워서다. 더욱이 다카오는 자신보다 무려 8살이나 연하가 아닌가.

그러나 그녀는 쿨하게 행동한다. 다카오 역시 “인간 관계도 컴퓨터처럼 언제나 리셋이 가능하다”고 여기는데 (중략)

 

올해로 제3회째를 맞이하는 핑크영화제의 개막작인 이 영화는 열악한 제작 조건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작품성을 지니고 있다. 핑크영화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이 작품이 큰 인기를 끈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관객들의 공감대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즉 이 영화에는 파격적인 설정이나 극단적인 캐릭터 없이 차분하게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과장된 플롯과 오버 액션이 돋보이는 이번 영화제의 또 다른 화제작 <치한전차-속옷검사>(1984)와 너무도 대조적인 성격의 <OL 러브쥬스>(1999).

영화 속 남녀 주인공을 비롯해 주변의 등장인물의 행동도 남의 일 같지 않다. 토모미의 여자친구가 하소연하는 장면도 그렇다. 열렬히 사랑했던 남성과 헤어진 이유가 밤 12시만 되면, 어김없이 자기 집으로 가는 애인을 보면서 자신의 위치가 불쌍하게 느껴졌다는 대목에선 고개가 끄덕여진다.

대체로 남성 관객의 지지가 높은 핑크영화로는 드물게 여성관객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이유도 영화 속 여성의 미묘한 감정선을 잘 묘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연상녀와 연하남의 사랑이야기가 여성들의 또 다른 호응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래저래 여성이나 남성이나 연하의 이성에게 한층 매력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현상인 것 같다.

참고로 핑크영화는 일본의 독자적인 영화 시스템으로 제작비 3백만엔, 촬영기간 3-5일, 35mm 필름촬영, 베드신 4-5회, 러닝타임 60분이라는 이른바 ‘핑크영화룰’이 있다.  한편으로 이러한 저렴한 제작비와는 달리 상당히 감독의 자유로운 창작이 보장되기 때문에, 50여년간 에로스 속 드라마와 실험정신, 시대정신을 반영하며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연간 80편 이상을 제작하고 일본 영화 총 제작편수 1/3을 차지해 여전히 그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연동원 영화평론가, 역사학자 yeon042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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