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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집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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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05-07 17:32:08 수정 : 2008-05-07 17:3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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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중국 인민해방군과 국민당의 ‘문하전투’. 해방군 9중대 중대장 구지디(장한위)와 47명의 대원들은 퇴각을 명하는 ‘집결호’가 들리기 전까지 적의 진격을 막으라는 상부의 명령을 받는다. 탱크를 앞세워 수천명의 적들이 밀려옴에도 불같은 투지로 진지를 사수하는 대원들. 허나 시시각각으로 사상자는 늘어나고 정오에 울리기로 했던 집결나팔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결국 구지디를 제외하곤 전원 사망하는 대원들. 세월이 흘러 전사한 부하들이 실종자로 처리되는 걸 보고 죄책감과 분노에 사무친 구지디는 그들의 명예회복에 나선다. 대원들이 어디에 파묻혔는지 그리고 집결호가 왜 들리지 않았는지를 추적해간 그는 충격적인 사실에 접한다. (중략)

집결 소리를 뜻하는 ‘집결호’는 전투 중 퇴각을 알리는 신호로서, 영화 속에서는 나팔을 불어 알려주었다. 타이틀 명 ‘집결호’는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사건의 시작이자 숨겨진 비극의 진실로 작용한다. 더욱이 이 영화가 관객에게 감동을 배가시키는 이유는 드라마틱한 내용이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어느 한 남자가 위험을 무릅쓰고 군 시절 전쟁터에서 죽은 동료들의 시신을 찾으러 다녔다는 뉴스가 이 작품을 탄생케 한  모티브이다.

감독 펀 샤오강의 <집결호>는 중국 영화사에 있어서 몇 가지 중요한 기록을 갖고 있다. 우선 역대 중국 최고의 흥행작이자 대륙 영화 최초로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었다는 점도 있지만, 이러한 상업적인(?) 코멘트보다 더욱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이 있다. 바로 ‘국공내전’을 소재로 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영웅주의나 사회주의 이념을 벗어남으로써 - 어느 곳에서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아냈다는 점이다. 전쟁이란 비극에서 파생되는 사실감을 드러내면서도  영웅주의나 정의감을 강조하기 보다는 인간의 내면적 갈등과 휴머니즘에 중점을 두었다는 점은 향후 중국 영화의 저력을 새삼 느끼게 한다.

이 영화는 전반부에 구지디를 비롯한 대원들의 처절한 전투씬이, 후반부는 부하들의 명예를 찾아주는 드라마틱한 내용으로 양분되어 있어, 마치 두 편의 영화를 보는 기분마저 든다. 허나 전편의 참혹한 전투씬이 있었기에 그만큼 후반부의 감동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혹자는 이 영화를 <라이언 일병구하기>와 비교하는데, 필자의 관점에서는 할리우드 영화보다  친근하게 다가온다. <라이언 일병구하기>는 유난히 인위적인(?) 냄새가 짙게 배어있기 때문이다. 즉 스티븐 스필버그가 오스카상 수상을 작정하고 연출했다는 점이 곳곳에서 역력히 드러나고 있다.

<집결호>에는 관객의 웃음을 자아내는 몇몇 장면이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한국전쟁에서 미군과 조우하는 씬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미군이나 남한 군복으로 위장한 구지디를 비롯한 중국군 어느 쪽에도, 한국 관객은 적대적인 시선을 보내지 않는다. 더욱이 구지디가 떠나는 미군을 향해 혼자서 주절거리는 대사는 관객의 폭소를 가져오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그 웃음의 근저에는 이데올로기도 남북분단의 역사적 상흔도 아닌, 영화가 표현코자 한 진한 휴머니즘이 깔려 있다.

끝으로 <집결호>에 대해 과거 아픈 추억이 하나 있다. 사실 필자는 이 영화를 두 번 보았는데, 올 2월의 언론시사회와 제 1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였다. 특히 작년에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이 영화를 보기 위해서 무려 두 시간여 폭우를 맞고서 영화를 관람했다는 사실은 결코 잊을 수 없다. 배고픔과 추위에 떨면서 참호 속에서 적진을 바라보는 구지디와 대원들의 모습은 단지 영화 속 장면이 아니라 실제 비바람에 맞서 스크린을 지켜보고 있는 객석의 상황이었다. 결국 영화 상영한 지 30 여분 만에 비에 젖은 생쥐 꼴로 개막식장을 나올 때의 안타까운 심정은 지금도 생생하다.

/ 연동원 역사영화평론가 yeon042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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