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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변모하는 전쟁의 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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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1-24 00:56:04 수정 : 2022-01-24 00:5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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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6년 몽골 제국을 통일한 칭기즈칸은 유라시아 대륙으로 통하는 동서무역로를 확보하기 위해 크림반도를 침공했다. 유럽에 기동성, 무기(강한 활), 전술(유인과 기습)을 갖춘 몽골기병의 공포감을 심어준 계기였다. 19세기 노벨이 개발한 다이너마이트는 전쟁의 판도를 바꾼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라이트 형제가 만든 비행기 역시 10년도 지나지 않아 전투기로 등장해 20세기 전장을 누비기 시작했다. 인류는 더 멀리 더 정확하게 적을 타격하는 무기를 갖기 위해 골몰해왔다. 전장은 그런 신무기들의 경합장이었다.

이런 전쟁의 양상이 변하고 있다. 무인 드론이 폭격에 나서고, 아이언맨 같은 로봇이 시가전을 벌일 날이 머지않았다. 전쟁은 또 이미 여론전이나 외교전으로 바뀐 지 오래다. 협상이 통하지 않으면 경제 제재, 무력시위 등으로 압박한다. 서로 맞붙는다 해도 무력충돌 없이 보이지 않는 밀실에서 앞선 정보기술로 상대국을 괴롭힌다.

2014년 3월 러시아는 무력으로 크림반도를 병합했다. 당시 러시아는 정규전과 사이버전을 섞은 ‘하이브리드 전쟁’을 벌였다. 사이버전은 인터넷망과 컴퓨터 기술을 활용해 상대국의 주요 시설과 기반망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병력 손실 없이 사회 혼란을 부추겨 상대국의 전의를 상실케 한다. 이번에는 우크라이나가 타깃이다. 우크라이나 국경 삼면에 10만 이상의 대군을 집결시키고는 전쟁의 북소리를 울리고 있다. 지난 13일 밤부터 외교부와 에너지부 등 우크라이나 7개 정부 부처와 국가 응급 서비스망 등 주요 홈페이지가 대규모 해커 공격을 받았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를 해킹 배후로 지목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0년 전 옛 소련 제국의 세력권 복원을 꿈꾼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으로 중앙아시아에 힘의 공백이 생긴 틈을 타 시험에 나선 모양새다. 미국의 대외 전략 초점이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옮겨진 점도 고려됐다. 북한은 지난 20일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유예) 재고 검토’를 발표하며 미국과의 힘겨루기 대열에 동참했다. 우리 정부는 세계 최고의 사이버 전력을 갖춘 북한이 러시아처럼 공격에 나설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고 대비해야 한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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