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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서 정치뉴스 보는 고령층… ‘편향적 알고리즘’에 취약 [2022 신년특집-필터버블 시대]

입력 : 2022-01-02 11:00:00 수정 : 2022-01-02 15: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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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추천에 큰 영향 받는 실버세대

60대 OTT 이용률 38%… 2년새 3배 ↑
70세 이상도 11%… 코로나 이후 급증

플랫폼, 접속 유지 위해 관련 영상 추천
비슷한 영상 장기 노출로 왜곡된 시각

전문가들 “고령층, 알고리즘 인지 부족
미디어 교육·언론 신뢰 회복 등 나서야”

김아미 미디어리터러시 연구소 연구원
“이용자 스스로 갇히는 경향도 상당수
능동적으로 정보 수용 교육이 첫걸음
기업 사회적 책임 높이고 정책 병행을”

 

“어울려 다니는 친구들 중에 휴대폰을 잘 다루는 친구가 카카오톡 방에 유튜브 영상을 자주 보내줘요. 그걸 눌러서 보고, 다 보고 나면 뜨는 걸 또 보고 그래요. 뭐 찾고 이런 건 복잡하니까 그냥 눈에 띄는 걸 주로 봐요.” 지난달 19일 오후 지하철 3호선 안에서 유튜브 영상을 보고 있던 안모(64)씨는 하루 평균 한 시간 이상 휴대전화로 영상을 본다고 말했다. 시청하던 영상이 끝난 후 자동으로 뜨는 추천 영상이나 애플리케이션(앱) 첫 화면에 보이는 영상 중 눈길 가는 것이 많아 연속해서 보게 된다는 것이다. 안씨의 유튜브 앱 첫 화면에는 주로 특정 성향의 정치뉴스 유튜버들의 섬네일이 떠 있었다. 안씨는 “솔직히 요즘 TV 뉴스는 못 믿겠는데, 유튜브에 나오는 사람들은 TV에선 말 안 하는 것들도 알려주고 다 맞는 소리만 한다”며 “나라 망할까 봐 걱정하는, 제대로 된 사람들이 그런 영상에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유튜브로 정치뉴스 보는 노인들… 확증편향 위험↑

고령층의 스마트폰 및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이용률이 늘면서 이들이 알고리즘이 이끄는 정치적 과편향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정보의 진위를 확인할 수단 및 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알고리즘의 추천에 따라 자신의 입맛에 맞는 정보만 접하며 점점 더 견고한 필터 버블에 갇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고령층의 온라인 동영상 이용률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0년부터 대폭 늘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20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2018년 10.8%에 불과하던 60대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이용률은 2019년 21.3%로 늘고,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0년에는 38.3%로 껑충 뛰었다. 70세 이상도 2018년 2.6%에서 2019년 4.4%로, 2020년엔 11.3%로 3배 가까이 늘었다. OTT 중 가장 높은 이용률을 보인 플랫폼은 유튜브로 60대는 36.9%, 70세 이상은 10.6%였다.

문제는 노인들이 유튜브 등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에서 주로 뉴스와 정치 콘텐츠를 접하면서 알고리즘과 추천 시스템에 의한 정치적 편향성 강화에 더 취약하다는 점이다. 오대영 가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과 교수가 성인 560명을 대상으로 연령별 유튜브 콘텐츠 이용 분야를 분석해 학술지 ‘언론과학연구’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연령이 높을수록 유튜브를 통해 정치와 뉴스 콘텐츠를 더 많이 소비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분야별 유튜브 콘텐츠 이용 정도를 5점 만점으로 나타냈을 때 50∼60대의 정치 콘텐츠와 뉴스 콘텐츠 이용은 각각 3.26점과 3.43점으로 10∼20대의 2.98점과 2.96점보다 높았다. 반면 중장년층의 음악, 뷰티·패션,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성 콘텐츠 이용 정도는 젊은 연령대보다 낮았다.

 

조재희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학부 교수는 “알고리즘은 이용자를 플랫폼에 머물게 할 목적으로 입맛에 맞는 정보만 계속 주게 되는데, 이용자가 비슷한 콘텐츠에만 노출되다 보면 사고의 과편향이 일어나고 필터 버블에 갇힐 수밖에 없다”며 “미디어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노인들은 알고리즘에 대한 인지와 경계도 부족해 이 같은 현상이 더 뚜렷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알고리즘으로 인한 정치성향의 확증편향이 노년층에게서만 나타나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찾아내고 검증하는 데 익숙한 젊은 세대와 달리 미디어 활용 능력이 떨어지는 고령층에게 알고리즘이 주는 것과 다른 정보를 찾아본다든가 객관적 사실을 확인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심리적 요인으로 인해 알고리즘에 따른 편향이 노인들에게서 더 크게 나타난다는 분석도 있다. 정보의 진위를 확인하기 어렵기도 하지만, 사고방식과 신념이 이미 굳어진 노인들이 입맛에 맞는 정보만 보며 얻는 만족감이 커서 굳이 확인하고 싶지 않은 심리적 기제도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내 생각이 맞았다’는 만족감이 노인들로 하여금 왜곡되고 편향된 정보에 대한 책임이 기성 언론보다 가벼운 유튜버들의 말도 맹신하게 한다는 우려도 지속해서 나온다.

◆“미디어리터러시 교육 늘리고 언론 신뢰 회복해야”

알고리즘을 통해 심화하는 정치적 편향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전문가들은 ‘미디어리터러시 교육’ 강화를 꼽았다.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은 매체 활용법과 정보 및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표현하는 방법 등을 가르쳐 미디어 문해력을 높이는 것이다.

조 교수는 “미국과 핀란드, 영국 등 해외에서는 생애주기별 미디어 교육이 활발해 노인을 대상으로 한 정부, 언론사, 미디어 기업, 시민단체의 미디어리터러시 교육도 많다”며 “반면 국내에서는 미디어로 인한 집단극화(Group Polarization·집단 극단화 현상) 갈등으로 번지면 그제야 단건을 해결하기 급급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용자들 스스로가 필터 버블에 갇혀 있다는 걸 깨닫게 하는 것”이라며 “이런 부분에선 다른 연령대의 교육자보다 같은 노인들이 교육자로 나설 경우 더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에 노인 미디어 강사를 양성하는 등의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성 언론의 신뢰도와 역할 회복이 노인들을 필터 버블에서 빠져나오게 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원섭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성 언론이 포털 사이트에 종속되고 페이지뷰를 끌기 위해 부정확한 정보로 선정적인 보도를 하는 등 스스로 신뢰를 깎아먹으면서 수용자들로 하여금 기성 언론과 유튜버가 큰 차이가 없다고 느끼게 만들었다”며 “오히려 덜 딱딱하고 재밌는 전달 방식을 쓰는 유튜버들이 노인들에게 더 인기가 많은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언론의 공신력이 살아 있고 제대로 된 역할 수행이 이뤄진다면 미디어 플랫폼에서 편향된 정보를 소비하는 이들도 줄 것”이라며 “언론이 정치적 이해관계나 페이지뷰에 좌우되지 않고 건전성과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제도적 장치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사이버 괴롭힘 등 심해질수록 필터버블 강해져”

 

“알고리즘이 이용자를 필터 버블 안에 가두는 것도 맞지만 이용자가 스스로 필터 버블로 들어가는 경향도 상당히 많이 보입니다. 특히 범죄 피해나 사이버 불링(괴롭힘) 등 온라인 환경의 위험도가 상승할수록 개인이 자신의 가치관과 성향에 맞는 정보와 콘텐츠로만 스스로를 둘러싸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는 양상이 나타납니다.”

 

경인교대 미디어리터러시 연구소 김아미 연구원은 지난달 30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필터 버블은 알고리즘으로 인해 일방향적으로 생긴다기보다 개인과 미디어 플랫폼이 상호 영향을 주며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1997년부터 24년간 미디어리터러시 교육과 연구를 해온 그는 최근의 미디어 환경은 이전까지와는 다른 독특한 시기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정보과편향이나 허위 조작 정보의 범람, 온라인 혐오 등이 전 세계적으로 심화하는 상황”이라며 “온라인 환경이 거칠어질수록 알고리즘이 야기한 필터 버블은 개인의 선택으로 인해 더욱 강화되고 그 부작용은 연쇄적으로 현실에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필터 버블과 집단극화는 사회적 갈등을 첨예하게 만든다. 서로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자신의 논리만 맞고 상대는 무조건 틀리다고 극단적으로 믿게 돼 합의나 중간지점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들이 많아진다”며 “최근 우리 사회에서 여러 집단이 서로를 무시하며 충돌하는 집단극화가 강화되고 있는 데에도 알고리즘과 필터 버블의 영향이 어느 정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아동이나 고령층 등 미디어 취약계층의 경우 정보를 크로스체크할 수단이 부족하고 매체의 신뢰도를 잘못 받아들이기 쉽기 때문에 알고리즘으로 인한 과편향이 더 위험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연구원은 “미디어 취약계층의 경우 유튜브 등에서 편향된 정보를 계속해서 접하더라도 스스로 정보를 크로스체크(교차확인)할 방법을 모르고 수단도 부재하다”며 “여기에 더해 고령층의 경우 유튜브 등을 과거 지상파방송 뉴스가 가졌던 높은 권위와 신뢰도를 갖는 매체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튜버들의 신뢰도와 책임은 기성 언론과 비교할 수 없이 가벼운데도 뉴스나 탐사보도 같은 형식으로 포장해 정보를 전달하면 이를 받아들이는 고령층은 편향되거나 틀린 정보라도 쉽게 믿고 추가적인 사실 확인 필요성 자체를 못 느끼기 쉽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미디어 과편향과 집단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미디어리터러시 교육과 교육 이외의 해결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이란 미디어 접근법과 정보 및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방법, 나아가 이를 창조적으로 표현하고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가르치는 교육을 뜻한다. 김 연구원은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은 ‘비판적 성찰’과 ‘창의적 표현’, ‘책임감 있는 사회 참여’ 세 가지를 중시한다”며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정보의 출처와 근거, 관점 등을 파악하게 하기 때문에 필터 버블과 과편향 문제를 해결할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만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에 미디어 기업들 스스로의 변화와 정부 정책도 중요하다. 김 연구원은 “해외에서는 미디어 플랫폼 기업의 책임을 특히 강조한다”며 “미디어 플랫폼의 영향력이 막대해진 만큼 우리도 기업과 플랫폼 내 정보제공자들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걸 고민해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럽에서는 미디어를 설계하는 초기 단계에서부터 위험 요소와 이용자 안전을 고려해 알고리즘과 정보 공개 범위 등을 조절하는 ‘안전 기반 설계’를 기업이 자발적으로 수행하거나 정부 정책으로 의무화하기도 한다”며 “우리도 참고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또 “최근 페이스북에 대한 내부고발처럼 지금의 미디어 기업들은 주로 이윤 추구에 모든 관심을 쏟고 윤리적인 부분은 망가져도 그냥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며 “‘디지털 권리’라는 개념을 반영해 온라인상에서 이용자의 어떤 권리가 지켜져야 하는가에 대해 기업들도 고민하고 이걸 플랫폼에 반영하도록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들도 있다”고 제언했다.

 

마지막으로 김 연구원은 우리 사회의 문화 전반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 갈등에 관해서든 타인이 하는 이야기를 들을 참을성과 타인의 맥락·입장을 고려하려는 소통 방식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며 “내 생각과 다른 의견도 경청하고 존중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미디어 환경에서 소외되거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은 누군지를 살펴보고 이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온라인 플랫폼의 장벽을 제거하고 배려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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