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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장’ 뗀 공정한 대표 선발… 오직 실력만으로 일군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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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7-25 21:53:31 수정 : 2021-07-25 22:5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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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 양궁단체, 9연패 위업 비결은
“올림픽 메달보다 더 어려운 국대”
선수 바뀌어도 ‘드림팀’은 그대로
압도적 실력 앞에 경험부족 기우
강채영·장민희·안산 시종일관 미소
안산, 韓 선수 첫 3관왕 도전 나서
한국 여자양궁대표팀의 안산(왼쪽부터), 장민희, 강채영이 25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단체전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들고 밝게 웃고 있다. 도쿄=허정호 선임기자

2016 리우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 결승을 앞두고 미국 NBC의 해설자는 “농구에서 갖는 미국 드림팀의 위상을 양궁에서는 한국팀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틀린 말이다. 1992 바르셀로나 때부터 NBA 선수들의 출전이 가능해지면서 붙은 미국 농구 대표팀의 별칭인 ‘드림팀’은 2004 아테네 때 준결승에서 아르헨티나에 덜미를 잡혀 동메달에 그친 바 있다. 반면 한국 여자 양궁은 단체전이 신설된 1988년 서울부터 2020 도쿄까지 33년간 9연패를 달성하며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미국 ‘드림팀’보다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이 한 수 위인 셈이다.

 

한국 여자 양궁이 9번의 올림픽 동안 선수들의 면면은 바뀌면서도 단체전 ‘패권’을 절대 놓치지 않은 이유는 이전 올림픽 실적 등 ‘전관예우’나 ‘계급장’은 떼고 오로지 대표선발전에서 보인 기량만으로 국가대표를 결정하는 철저한 원칙 덕분이다. 이번 도쿄 대표선발전에서도 5년 전 리우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석권했던 기보배와 장혜진, 최미선 중 누구도 도쿄행 티켓을 거머쥐지 못했다. 강채영(25)과 장민희(22), 안산(20)도 9연패를 달성한 뒤 진행된 인터뷰에서 한국 여자 양궁이 강한 이유에 대해 “사실 선수들 기량은 종이 한 장 차이다. 그런데도 공정한 선발과정을 통해 국가대표를 뽑기 때문에 강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사실 이번 여자 양궁 대표팀은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았다. 올림픽 금메달보다 어렵다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뚫어낸 선수들이니 기량은 의심할 필요가 없지만, 올림픽 경험이 전무한 선수들만 나선 것은 1996 애틀랜타 이후 25년 만이기 때문. 부담감이나 압박감이 평소와는 다른 올림픽 무대에서 경험을 해본 선수가 대표팀에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동료들의 기량도 달라질 수 있다.

 

경험 부족에 대한 우려도 압도적인 실력 앞에서는 한낱 ‘기우’에 불과했다. 올림픽 랭킹라운드에서 안산, 장민희, 강채영은 순서대로 1∼3위를 휩쓸 만큼 다른 나라 선수들과는 차원이 다른 기량을 가졌기에 그저 믿고 지켜보면 되는 일이었다. 세 선수는 9연패의 압박이 부담됐을 법도 했지만, 시종일관 웃는 얼굴로 서로 장난도 치면서 경기에 임했다. 이 또한 압도적인 기량에서 나오는 자신감이었다.

한국 여자양궁대표팀의 안산, 강채영, 장민희(왼쪽부터)가 25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확정지은 뒤 환호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맏언니’ 강채영은 이번 금메달로 5년 전 겪은 2016 리우올림픽 최종 대표선발전에서의 아픔을 씻어냈다. 당시 세계랭킹 1위로 ‘차세대 신궁’으로 꼽히던 강채영은 ‘절친 언니’ 장혜진(34)과 3위 자리를 놓고 접전을 펼쳤고, 1점 차로 국가대표 마지막 자리를 장혜진에게 내줘야 했다. 극적으로 대표팀에 승선한 장혜진은 2016 리우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에 석권하며 2관왕에 올랐고, 강채영은 이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봐야 했다. 강채영은 “5년 전 대표팀 탈락 후 슬럼프에 빠졌다. 경기 때마다 두려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강채영을 달라지게 한 건 생각의 전환이었다. 강채영은 “부담감을 내려놓고 편하게 쏘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랬더니 거짓말처럼 실력이 돌아왔다”고 슬럼프 탈출 비결을 밝혔다.

 

매 세트마다 에이스 역할을 번갈아가며 맡으며 찰떡 호흡을 보여준 여자 양궁 대표팀 세 선수는 이제 개인전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 세 선수 중 가장 슈팅 타임이 짧다는 이유로 첫 주자 역할을 맡아 잘해낸 ‘막내’ 안산은 하계올림픽 한국 선수 첫 3관왕에 도전한다. 3관왕에 대한 생각을 묻자 안산은 “올림픽에 올 때부터 목표는 단체전 금메달 하나였다. 개인전은 운에 맡기자는 생각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도쿄=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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