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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 기후변화·전염병 로마제국의 멸망 불렀다

입력 : 2021-07-24 03:00:00 수정 : 2021-07-23 19:4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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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 하퍼/부희령 옮김/더봄/2만5000원

로마의 운명/카일 하퍼/부희령 옮김/더봄/2만5000원

 

아파트 블록 4만6602곳, 곡물저장 창고 290곳, 빵집 254곳, 도서관 28곳, 목욕탕 856곳, 공중화장실 144곳, 심지어 사창가 46곳…. 지중해를 중심으로 유럽은 물론 아프리카, 서아시아까지 아울렀던 로마제국 영광이 고스란히 담긴 4세기 수도 로마의 위용이다.

그럼에도 476년 서로마제국이 먼저 멸망하고 1453년 동로마제국마저 무너지면서 로마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로마의 몰락을 설명하는 이론이나 분석은 많다. 일각에선 무려 210여개의 가설이 있다는 분석조차 있다.

영국 역사가 에드워드 기번도 저서 ‘로마제국 쇠망사’에서 로마제국이 멸망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숟가락 하나 얹는다. “로마의 쇠퇴는 무절제했던 위대함이 맞닥뜨리는 피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번영은 무르익으면 쇠락하는 게 원칙이며, 정복한 범위가 넓을수록 몰락할 원인이 배가된다.”

미국 출신 역사학자 카일 하퍼는 신간 ‘로마의 운명’에서 로마의 멸망 원인에 대해 색다른 견해를 내놓는다. 즉 미시적 차원부터 지구적 차원까지 들여다봐야 한다며 로마제국 멸망의 이면에는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기후변화와 바이러스, 전염병이 있었다는 거다. “로마의 운명은 황제들과 야만인들, 원로들과 장군들, 병사들과 노예들에 의해 좌우됐다. 그러나 또한 박테리아와 바이러스, 화산과 태양 주기의 영향도 컸다.”

저자는 그러면서 기후변화와 바이러스, 전염병의 공세가 어떻게 펼쳐졌고 로마가 어떻게 몰락했는지를 꼼꼼하게 보여준다. 그러니까, 5세기 중반부터 기후가 급격히 재편되면서 고대 후기 ‘소빙하기’에 접어들고 대규모 화산활동으로 날씨가 냉랭해지면서 식량 생산이 크게 줄었다고 분석한다. 여기에 541년 부보닉 페스트의 원인균인 에르시니아 페스티스 팬데믹이 발생한 이래 200년 이상 지속되면서 결정적인 타격을 안겼다는 것이다.

우리의 현실에서 기후적 변화의 중요성을 체감하기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코로나19 팬더믹이 세계를 강타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하퍼의 주장도 한 번쯤 곱씹어볼 만한 메시지로 보인다.


김용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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