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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특징 묻자" vs "2차 가해"… 13년 전 성추행 놓고 법정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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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6-24 06:00:00 수정 : 2021-06-23 22: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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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전 아동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열린 재판에서 피고인 측과 피해자 측이 신체특징을 묻자는 요청을 놓고 공방이 오갔다.

 

23일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재판장 박재우)는 A(70)씨의 청소년 성보호법상 청소년 강간 혐의 사건 항소심 세번째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서 “피해자들에게 A씨의 신체특징을 묻자”는 변호인 요청을 놓고 피고인 측과 피해자 측이 날을 세웠다. 앞선 공판에서 A씨 변호사는 신체감정과 함께 피해자들에게 피고인의 신체적 특징을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검찰은 “신체적 특징을 못 봤다고 무죄가 되는 아니다“며 ”2차 가해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A씨 변호사는 ”피해자들이 수사기관에서 마치 어제 일처럼 세세하게 진술했기에 신체특징을 아는 게 상식과 경험칙에 비춰 맞다“고 맞섰다. 피해자들의 변호사는 ”13년 전 교통사고를 차 모양을 기억 못한다고 교통사고가 없던 게 되느냐“며 ”신체특징이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고 반문했다. 또 ”신체 검증은 불필요하고 유해한 절차로 만약 받아들여진다면 앞으로 성범죄 피해자들은 가해자의 신체특징을 보려고 애써야 한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이에 ”13년 전 일인데 피고인의 신체특징을 기억하기 어렵고, 이는 피해자들에게 엄청난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며 신체 검증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변호인이 낸 의견서에서 피고인의 신체적 특징을 확인했으나, 기억할 만한 특징인지 알기 어렵고 지금 물어볼 만한 특징인지도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A씨 변호사가 ”무죄 입증 시도조차 막힌다면 억울함을 증명하기 어렵다“고 호소하자 재판부는 ”이의가 있다면 정식으로 신체 검증 신청서를 제출하고 다음 기일에 최종적으로 결정하겠다“고 했다.

 

목사인 A씨는 2008년 B(당시 17세)양을 사무실로 불러 유사성행위를 하고 B양의 동생 C(당시 14세)양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하는 등의 범행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2019년 피해자들의 고소로 법정에 섰지만, 혐의를 부인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추행 장소의 구조와 방법, 피고인의 언행, 범행 당시 느낀 감정 등을 일관되게 진술한 점 등을 들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A씨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 청구 기각에 불복한 검찰도 항소했다.

 

한편, 강원여성연대 등은 이날 공판에 앞서 ”피해자에게 가해자의 신체 주요부위를 서술하게 하는 건 성폭력 피해자에게 또다시 고통을 주는 행위로 A 목사를 엄중하게 처벌해달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춘천=윤교근 기자 sege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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