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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자에 등 돌렸던 軍… 매뉴얼 작동 안 하고 보호 시스템은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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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6-22 11:20:00 수정 : 2021-06-22 16: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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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성추행 피해 신고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이모 공군 중사 분향소를 찾은 군 동료들이 조문하고 있다. 뉴스1

여성가족부가 공군 본부와 제20전투비행단, 제15특수임무비행단을 현장점검한 결과, 성폭력 사건 처리에 총체적 난국인 것으로 드러났다. 성폭력 사건 처리와 피해자 지원에 관한 규정은 있으나 현장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고, 사건 발생 후 공군 양성평등센터와 국방부에 보고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파악됐다. 성고충전문상담원은 업무 권한이 약해 피해자 지원에 한계가 있고 성고충심의위원회는 운영된 적도 없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연계시스템까지 미비해 성폭력 피해자는 조직 내 지원을 기대하기 힘들었다. 

 

여가부는 22일 최근 성추행 사망 사건이 발생한 공군을 상대로 현장점검을 벌인 결과를 공개했다. 여가부는 지난 16일과 18일 이틀에 걸쳐 공군 내 성희롱 방지 조치 등에 관해 현장점검을 벌였다. 여가부 담당 책임자와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법률 전문가 등이 제도 운용 현황을 확인하고 인사담당자 등을 면담했다.

 

여가부 조사에 따르면 공군은 성폭력 사건을 처리하고 피해자를 지원할 수 있는 절차와 체계를 갖췄지만 실제로 이 규정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드러났다. 매뉴얼이 정해져 있어도 일부 내용은 명확하지 않아서, 일부는 매뉴얼 이해 부족으로 현장에서 작동이 미비했다고 파악됐다.

 

사후 처리 규정도 부족했다. 성희롱·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즉시 공군 양성평등센터와 국방부에 보고해야 한다고 보고체계 규정이 있지만 피해자 보호 조치 같은 사후 경과보고 의무는 없었다.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뒤 진행하는 재발방지대책은 단순 대규모 집합교육이나 워크샵으로 치부돼 조직 차원의 재발방지대책은 수립되지 않았다.

 

매뉴얼을 현장에 적용하는 이해도가 부족한 상황에서 피해자 보호나 2차 피해 방지는 기대하기 힘들었다. 성고충전문상담관의 업무 권한이 약해 피해자를 지원하는 데 한계가 컸다. 성고충전문상담관은 지휘관에게 피해자 보호 필요사항을 보고하고 이에 대해 조치할 시스템도 없었을 뿐더러 피해자와 동성인 변호인과 수사관을 배치하고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한다는 피해자 보호 규정도 무시됐다. 현실적으로 조치가 어려운 여건이더라도 이를 피해자에게 설명하는 안내가 부족했다.

 

성고충심의위원회는 아예 열린 적이 없었다. 이 때문에 피해자와 가해자를 어떻게 조치할지, 2차 피해는 어떻게 방지할지, 재발방지대책은 어떻게 세워야 할지 논의할 기회조차 없었다. 성희롱·성폭력 사건 징계위원회는 소집되더라도 외부위원은 징계를 의결할 권한이 없고 내부위원의 의견만으로 징계 수준이 결정됐다.

 

여가부는 현장점검 결과를 국방부와 공유하고 ‘국방부 민·관·군 합동위원회’나 ‘성폭력 예방제도 개선 전담 TF’ 등이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할 때 이번에 지적된 사항들을 반영하도록 요청할 계획이다. 국방부는 이번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마련한 재발방지대책을 오는 9월까지 여가부에 제출해야 한다.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 이모 중사(부사관)는 지난 3월 선임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뒤 피해 사실을 알리려다 결국 지난달 극단적 선택을 했다. 숨지기 전 가해자 장모 중사 외에 노 모 준위와 노모 상사 등으로부터 2차 피해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군검찰은 이 세 명을 구속했으며, 장 중사는 지난 21일 군인등강제추행치상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보복협박 등) 혐의로 보통군사법원에 구속 기소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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